간통죄 처벌 규정이 제정 62년 만에 폐지됐다. 26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박한철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헌법재판관들이 간통죄 위헌 여부 선고를 위해 대심판정으로 들어서고 있다. (윤성호 기자)
끊임없이 논란의 대상이 돼 온 간통죄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결국 위헌 결정을 내렸다.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는 26일 오후 2시 대심판정에서 간통죄를 처벌하도록 한 형법 조항에 대해 재판관 7(위헌의견)대 2(합헌의견)의 의견으로 위헌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헌법재판관 9인 가운데 6인 이상이 위헌 결정을 내려야 법률이 폐지되는 조건을 충족시킨 것이다.
이번에 헌법재판소는 간통죄와 관련한 총 17건의 사건(헌법소원 15, 위헌법률심판제청 2건)을 다뤘다.
위헌 의견을 밝힌 박한철, 이진성, 김창종, 서기석, 조용호 재판관 등 5명은 '간통 및 상간행위의 처벌 자체가 헌법에 위반된다'고 판단했다.
이들 재판관은 "심판 대상 조항은 선량한 성 풍속과 부부간 정조 의무를 지키게 한 것으로 성적자기결정권과 사생활 자유를 제한한다"며 "더 이상 국민의 인식이 일치한다고 보기 어렵고, 비록 비도덕적 행위라 할 지라도 본질적으로 개인의 행위에 해당한다"라고 밝혔다.
역시 위헌 의견을 낸 김이수 재판관은 "성적 성실 의무를 부담하지 않는 간통행위자 등까지 처벌하도록 규정한 것이 국가형벌권의 과잉행사로 헌법에 위반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강일원 재판관도 "죄질이 서로 다른 간통 행위에 대해 일률적으로 단기 징역형만 부과하도록 해 범죄와 형벌 사이의 균형을 잃어 실질적인 법치국가의 원리에 어긋나며, 국민의 법감정은 물론 국제적인 입법추세에도 맞지 않는다"며 위헌 의견을 냈다.
반면 이정미, 안창호 재판관 2명은 "우리 사회에서 아직까지 간통죄의 존재 의의를 찾을 수 있고 그로 인해 보호되는 공익은 선량한 성도덕의 수호, 나아가 혼인과 가족제도의 보장이라는 헌법적 가치"라며 '합헌' 의견을 냈다.
이번에 위헌 결정이 내려진 형법 241조 1항은 '배우자가 있는 자가 간통할 때에는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그와 상간한 자도 같다'고 규정하고 있다. 벌금형 없이 징역형만 정해 양형이 비교적 센 편이다.
지난 1953년 제정된 간통죄 처벌 조항은 지난 1990년, 1993년, 2001년, 2008년 네 차례에 걸쳐 헌법재판소 심판대에 올랐지만 모두 합헌 결정이 내려졌다.
{RELNEWS:right}다만, 2008년 탤런트 옥소리씨 등이 간통죄 처벌을 규정한 형법 제241조가 성적자기결정권과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한다며 제청한 위헌법률심판 사건 당시 합헌 4대 위헌 5로 위헌 의견이 더 많이 나왔다.
이번 판결로 헌법재판소법 47조에 따라 2008년 10월 30일 이후 간통 혐의로 기소되거나 형이 확정된 사람들이 공소 취소되거나 재심을 청구해 구제를 받을 수 있게 됐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1953년 이후 간통죄로 유죄 판결을 받은 사람 총 10만명 가운데 개정된 헌법재판소법에 따라 재심 청구 자격을 갖춘 이들은 약 5400명이다.
위헌 결정으로 간통죄를 적용한 형사처벌은 할 수 없게 됐지만, 민사상 손해배상청구나 이혼 소송에서의 책임이 면책되는 것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