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마크 리퍼트 주한미국 대사 피습사건에 대해 한국 정치권이 사건 발생 즉시 '테러'로 규정한 가운데 미국 정부는 '테러'가 아닌 '폭력행위'로 규정해 주목을 받고 있다.
리퍼트 대사 피습 사건 이후 새누리당 권은희 대변인은 5일 "있어서는 안될 일이 일어났다"며 이번 행위를 "리퍼트 대사에 대한 '테러'"라고 규정했다. 권 대변인은 "리퍼트 미 대사에 대한 '테러'행위는 한미동맹에 대한 '테러'"라고 주장했다.
새정치민주연합 우윤근 원내대표 역시 '테러'로 규정했다. 우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이번 사건을 언급하며 "테러는 어떤 경우에도 용납해선 안된다"고 밝혔다.
일부 국내 언론매체들도 이번 사건을 '테러'로 표현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피해자측'인 미국은 이번 사건을 '테러'로 부르는데 인색하다. 미 국무부는 이날 긴급성명을 내고 "리퍼 대사가 서울에서 '공격'을 당한 사실을 확인한다"며 "이런 '폭력행위'(act of violence)를 강하게 규탄한다"고 밝혔다. 이번 사건에 대한 미국 정부의 첫 공식반응에서 '테러행위'(act of terror)라는 표현 대신 '폭력행위'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
미국 언론 역시 '테러'라는 표현 대신 'attack', 'assault' 등 '공격'의 단어를 쓰고 있다. {RELNEWS:right}
'테러와의 전쟁'을 밥먹듯이 해온 미국 정부나 언론이 '테러'라는 표현에 인색한 것은 테러라는 표현이 몰고올 파장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오마바 행정부 들어 '테러와의 전쟁은 끝났다'며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군대까지 철수시킨 마당에 또다시 테러가 발생한다면 '정부의 대테러 정책이 난맥상을 보이고 있다'는 비판도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지난 2012년 9월 리비아 벵가지 미국 영사관이 피습당해 크리스토퍼 스티븐스 당시 미국 대사 등 4명이 숨졌지만 오바마 대통령과 힐러리 클린턴 당시 국무장관은 '테러 행위'로 규정하는데 주저했다. 차기 국무장관으로 지명됐던 당시 UN주재 미국 대사 수전 라이스는 '조직적인 테러행위가 아니다'고 말했다가 국무장관에서 자진사퇴하기도 했다.
사실 미국 관련법이나 규정에 '테러리즘'이 무엇인지 규정하는 항목은 없다. 다만 '정치적 의도를 가진 불법적 폭력'이라는 불투명한 공감대가 형성된 정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