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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영화제 '나비효과'…'정치공학'에 피멍든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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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영화제 '나비효과'…'정치공학'에 피멍든 문화

    공청회서 '표현의 자유 위협' 우려 봇물…"초청작 선정 독립성 보장을"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 레드카펫 전경. (자료사진/노컷뉴스)

     

    올해로 20주년을 맞는 동안 세계적인 영화 축제로 성장한 부산국제영화제가 초청작 선정에 대한 독립성·자율성을 침해하려는 외압 탓에 반쪽짜리 영화제로 전락할 처지에 놓였다.

    사회 구성원의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문화로서 영화의 가치를 무시한 채 특정 이해관계를 대변하려는 정치적 접근이 이러한 문제를 낳고 키웠다는 지적이 영화계 안팎에서 높게 일고 있다.

    10일 저녁 서울 광화문 프레스센터에서는 100여 명의 영화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부산국제영화제 미래비전과 쇄신안 마련을 위한 공청회'가 열렸다.

    이날 영화인들은 부산시가 부산영화제 이용관 집행위원장에게 사퇴를 권고하고, 납득하기 힘든 논리로 영화제의 조직·인적 쇄신안을 요구하는 등 지난 두 달여 동안 벌인 일들에 대해 민주주의의 핵심 가치인 '표현의 자유'를 위협하는 행위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패널로 참석한 박찬욱 감독은 "혹자는 '다이빙벨에서 시작된 문제이니 영화제가 지닌 정치성·이념성 탓 아니냐' '영화제마저 이념 논쟁에 휘말리냐'고 개탄하지만, 이념적인 면을 채색하는 쪽은 영화제 측이 아니라 부산시"라며 "부산영화제가 그동안 특정 성향의 영화만 고른 것이 아니라 여태 해 온 대로 다양한 영화를 소개한 것인데, 그 중 하나를 문제 삼아 공세를 펼친다면 그것이 바로 이념논쟁이다. 따라서 이 논쟁을 정치적 프레임으로 봐서는 안 되고,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동국대학교 영화영상제작학과 민병록 교수 역시 "표현의 자유 덕에 영화산업이 육성되고 발전했다는 것은 세계 영화사를 돌아보면 바로 알 수 있다"며 "영화제 들이 한국 영화계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이해하지 못한 채 독립성·자율성을 훼손시키려는 정치인들의 움직임은 정권에 충성하려는 것밖에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영화제작사 명필름의 심재명 대표는 "한 달전에 오늘 공청회에 나와 달라는 요청을 받았는데, 그 사이 부산시와 부산영화제가 특별한 논의나 소통 없이 여기까지 온 점에서 몹시 안타깝다"며 "이제 와서 미래 비전을 얘기하고 쇄신안을 논하자는 데 개인적으로 흥미롭고 자랑스럽고 의미 있다고 생각하는 지난 20년의 영화 역사는 무엇이었는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고 개탄했다.

    ◇ "작품 입맛대로 걸러내는 영화제에 누가 오겠나"

    10일 저녁 서울 광화문 프레스센터에서 '부산국제영화제 미래비전과 쇄신안 마련을 위한 공청회'가 열리고 있다.

     

    영화제가 독립성과 자율성을 보장받으려면 무엇보다 초청작, 상영작을 고르는 데 있어 외압으로부터 자유로워야 한다. 부산영화제의 근간이 흔들리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임권택 감독은 "영화제에 출품하는 사람들 입장에서 보면 이렇게 주최 측이 간섭하고 소재나 무엇에 제한을 두면 참가하고 싶지 않다. 부산시가 영화제 죽이는 일을 하고 있다"며 "이런 사태로 개운치 못한 결과를 낼 경우 부산영화제 망하고, 열성으로 키워 온 영화제 관계자들 망한다. 잘 커 온 영화제에 구정물을 뒤집어 씌워 잘못된 일이 생긴다면 부산의 수치요 영화인의 수치요 모두의 수치가 된다"고 역설했다.

    박찬욱 감독도 "성, 정치, 종교 등 금기를 건드리는 영화가 걸러지는 영화제에 초청되는 것은 '그렇다면 내 영화는 온건한 영화인가' '정치가들 눈에는 이 정도면 대중에게 보여 줘도 괜찮다고 판단한 것인가'라는 생각에 수치이자 모욕"이라며 "결국 독립성이 약간 훼손되는 것은 결국 전체가 훼손되는 것과 같은 셈인데, 그것을 건드리는 순간 영화제는 더 이상 영화제가 아니다. 선례를 남기면 붕괴되기에 이 문제에는 단호하게 대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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