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만에 FC서울로 돌아온 박주영(사진 왼쪽)이 1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입단 기자회견에서 최용수 감독과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노컷뉴스 황진환 기자 jordanh@cbs.co.kr)
박주영(30)이 서울월드컵경기장에 등장했다. 장기주 사장이 7년 만에 친정으로 돌아온 박주영에게 FC서울의 유니폼을 전달했다. 유니폼 뒷면에는 숫자 91이 새겨져 있었다.
취재석이 술렁였다. 등번호 91은 어떤 의미일까 궁금했다. "9와 1을 더하면 10이 된다"는 목소리가 들려왔고 일부는 "데니스 로드맨(1990년대 NBA 스타)의 등번호인데?"라고 속삭였다.
박주영은 1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FC서울 입단 기자회견에서 등번호 91번을 선택한 이유를 묻는 질문에 "특별한 이유는 없다. 감독님께 여쭤봤고 남는 번호이기도 해서 선택했다"고 답했다.
박주영은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2005년 등번호 10번을 달고 그라운드를 누볐다. 10번은 공격수를 상징하는 등번호이기도 하다. 그러나 현재 FC서울의 10번은 에벨톤이 달고 있다.
박주영에게 등번호 91번을 추천한 것은 최용수 감독이다.
최용수 감독은 "10번을 달고 싶은 생각이 조금은 있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우리 팀에 10번을 달고 있는 선수가 있으니까 겸손한 자세로 9+1의 의미라 생각하라고 추천했다"며 갑자기 오래 전 등번호와 관련된 자신의 일화를 들려주기 시작했다.
최용수 감독은 "2005년 일본 생활을 끝내고 서울에 복귀했을 때 한웅수 단장님(현 한국프로축구연맹 사무총장)이 방에서 등번호 몇번을 할래 물으셨다. 난 당연히 10번 아닙니까라고 답했다. 10번을 달고 우승도 했고 MVP도 타지 않았냐고 말씀드렸다"고 말했다.
돌아온 대답은 최용수 감독을 당황케 했다.
최용수 감독은 "그러자 현재 10번을 달고 있는 선수를 보여주는데 그게 바로 박주영이었다. 당시 난 잘 몰랐다. 신문을 통해 본 정도였다. 그래도 내가 달아야 하지 않냐고 하자 단장님께서 그럼 팀에서 나가라고 하셨다(웃음). 그게 충격이었다"며 웃었다.
2005년은 박주영의 신드롬이 시작된 해다. 박주영은 서울 유니폼을 입고 91경기에 출전해 33골을 기록한 간판 스트라이커였다. 공교롭게도 박주영의 통산 K리그 출전 경기수가 자신의 등번호와 같은 91경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