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기준금리가 연 1.75%로 전격 인하되면서 사상 처음으로 1%대 시대로 진입했다.
한국은행은 12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어 기준금리를 2.00%에서 1.75%로 0.25% 포인트 전격 인하했다. 기준금리가 1%대로 떨어진 것은 사상 처음이다.
기준금리는 지난해 8월과 10월 두차례 인하되면서 2%로 떨어진 이후 2월까지 4달간 동결돼 왔다.
◇ 시장 전망과 다른 결정
이날 기준금리의 전격 인하는 시장의 예상을 벗어난 것이었다.
최권시장 전문가를 상대로 금융투자협회가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92%가 기준금리 동결을 예상했다. 이주열 한은 총재가 평소 시장과의 소통을 강조해왔던 것과는 상반된 양상이다.
인하배경에 대해 이주열 한은 총재는 금통위 직후 기자회견에서 “올들어 경제성장세가 당초 전망에 미치지 못해서”라고 설명했다.
실제 올 들어 2월까지 경기지표는 디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하락)에 대한 우려가 제기될 만큼 좋지 않았고, 따라서 경기를 살리기 위해서는 금리의 추가 인하가 불가피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 가계부채보다 경기부양 선택
한은은 그동안 경기진작 효과는 적어면서 가계부채만 악화시키는 부작용을 우려해 금리인하에 소극적이었다. 그러나 경기흐름이 당초 예상 경로를 크게 벗어나자 경기를 살리기 위해 정부의 부양 노력에 힘을 보태야 한다는 인식이 작용한 결과다.
통계청이 발표한 1월 산업생산은 전월보다 1.7% 감소했다. 광공업생산도 3.7%나 줄어 6년여 만에 가장 큰 폭으로 감소했다. 수출도 부진하다.
또한 2월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0.52% 오르는데 그쳤다. 담배값 인상 부분을 빼면 마이너스다.
한은의 2013년~2015년 물가안정 목표가 2.5%~3.5%인 점을 고려하면 저유가 등 공급측면을 감안해도 물가상승률은 적정 수준을 크게 밑돈다. 일각에서 디플레 우려를 제기하는 것도 이런 이유다.
이처럼 디플레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당면한 가계부채나 금융안정 문제보다는 경기부양이 더 중요하고, 시급하다고 한은은 판단한 것이다.
◇ 통화정책의 기술적 측면
이날 기준금리를 전격 인하한데는 통화정책의 기술적 측면도 작용했다.
현재의 경기흐름이면 특별한 변수가 없는 한 다음 달 금통위 때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낮출 수밖에 없다.
통화정책은 선제적 대응이 중요하다는 점에서 만약 다음 달 성장률전망치를 하향 조정하면서 금리를 인하한다면 통화정책이 실물경제를 뒤따라가는 모양새가 된다. 따라서 금리를 내린다면 다음 달보다는 이달이 적기라고 금통위는 판단한 것이다.
그러나 금리인하가 실제 경기부양에 효과를 발휘할지는 미지수다. 기준금리 인하는 돈을 돌게해서 투자와 소비를 활성화시키는 것이다.
하지만 기업들의 현금보유가 넘쳐나는 상황에서 금리인하가 투자 확대로 연결될 가능성은 크게 기대하기 어렵다. 가계 또한 높은 부채로 소비를 늘릴 입장이 못된다.
◇ 효과는 미지수
{RELNEWS:right}1% 금리 시대는 한 번도 가본 적이 없고, 따라서 불확실성도 그만큼 크다. 특히 가계부채 급증 문제는 당장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지난해 두 차례 기준금리 인하와 부동산금융규제완화로 가계부채는 1년새 68조원이 늘어 1천89조원까지 증가했다.
올 들어서도 부동산비수기인 1월 7천억원 늘어난데 이어 지난달 예금은행의 가계대출이 3조7천억원 증가하며 월 기준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정부는 여전히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고 보고 있지만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가계부채는 이미 소비부진으로 이어져 경기회복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더구나 향후 금리가 오를 경우 금융시스템의 교란과 한계 가계들의 대량 도산 사태 등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또한 미국이 예상대로 올 하반기 금리인상에 나설 경우 자본유출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기준금리를 내린 이상 정부와 한은은 경기부양에 힘을 쏟아야 하겠지만 금융시스템 안정에도 특히 유념할 필요가 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