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포 거물대리의 한 지역 주민이 촬영한 기형 개구리. 왼쪽 눈과 다리에 기형이 발생했다. (사진=환경TV 제공)
경기도 김포시 거물대리(里), 펼쳐진 농경지 위에 공장이 86개나 난립해 있다. 김포 한강신도시에서 불과 3킬로미터 떨어진 이곳에서는 지난해 여름 기형 개구리가 출현했다.
이곳 주민이 발견해 촬영한 사진을 보면, 개구리는 한쪽 눈에 눈동자가 없고, 뒷다리 하나가 비틀려 제대로 기능하지 못했다. 그런가 하면 지난 겨울에는 한 환경단체가 이 지역 농수로에서 죽은 왜가리를 발견하기도 했다.
주민들도 만성 천식 등 각종 질환과 분진 등으로 인한 생활 불편을 호소해왔다. 결국 환경부 중앙기동단속반이 이 지역 공장 전체에 대한 정밀조사에 나섰고,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86개 중 62개, 70%가 넘는 공장이 환경법을 위반한 것으로 드러났다. 주물공장 인근 대기에서는 발암물질인 벤젠 등 특정대기유해물질이 검출됐고, 중금속 물질이 섞인 흙을 외부에 그대로 놔둬 먼지가 날리거나 빗물에 씻겨 흘러가도록 방치한 곳도 있었다.
바닥으로 줄줄 새고 있는 분진폐기물. 평소에는 먼지로 날리고, 비가 오면 빗물에 쓸려 인근 토양과 하천으로 흘러들어간다. (환경부 단속현장 사진/노컷뉴스)
폐수배출시설 신고도 없이 폐유를 흘려보낸 곳도 적발됐다. 환경부 환경감시팀 채수만 과장은 "이 지역은 하수종말처리장이나 폐수종말처리장이 없어서 공장의 오·폐수가 농수로로 직접 배출되고 있었다"며 문제의 심각성을 전했다.
심지어 생체 기형을 발생시킬 수 있는 독성물질, PCBs 함유가 의심되는 절연유를 함부로 방치한 공장까지 있었다.
환경부 화학물질과에 따르면, PCBs는 발암성과 생물농축성, 장거리이동성 등으로 스톡홀름 협약 대상물질로 지정해서 관리되고 있으며, 생물기형을 유발하고 인체에 농축되면 피부발진과 같은 질환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계획관리지역인 김포 거물대리에는 농경지와 공장이 혼재돼 있다. (사진=네이버 지도 항공뷰 캡쳐)
환경부는 적발된 공장 62곳 가운데 39곳을 사용금지 등 행정처분과 함께 고발조치하고, 나머지 28곳은 개선명령과 함께 과태료를 부과하기로 했다. 또 환경감시단에 수사를 의뢰해 사법처리도 병행할 방침이다.
김포시의 정책도 도마에 올랐다. 환경부 관계자는 "김포가 공장 유치에 2006년부터 적극적으로 나서서 서울 인근에서 폐쇄되는 공장들을 유치해 왔고, 그러다 보니까 인허가가 조금 소홀한 것 같다"고 말했다.{RELNEWS:righ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