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MB) 전 대통령 측은 13일 이완구 국무총리가 사실상 '부패와의 전쟁'을 선포한 배경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특히 이 총리가 척결 대상으로 밝힌 방위산업 비리나 대기업의 불법 비자금 조성은 그렇다 치더라도 야당이 이명박 정부를 겨냥하고 국회 국정조사까지 진행 중인 자원외교를 대상으로 지목하자 예민한 반응을 보였다.
박근혜정부가 집권 3년차로 들어서면서 지지율이 하락하자 국정 운영의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고강도 사정 정국을 조성하고 그 '제물'로 전임 정부를 삼으려 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마저 품고 있다.
이미 전날 이 총리의 담화가 발표되자마자 친이(친 이명박)계 의원들은 박근혜 대통령의 의중이 담긴 것인지, 또 칼끝이 겨누는 지점이 어디인지 여러 경로를 통해 확인하며 긴장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전임 정부에서 고위직을 지낸 한 인사는 13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가만히 있다 무슨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소리를 하는지 모르겠다"면서 "총리 취임하고 첫 조치가 누구를 때려잡겠다는 게 적절한 것이냐"고 말했다.
이 인사는 "떨어지는 지지율을 회복하기 위한 조치인지는 몰라도 지지율은 국가의 비전을 제시해서 오르는 것이지 저렇게 해서는 일시적으로 오를지 몰라도 결국은 부메랑이 돼서 돌아온다"고 지적했다.
벌써 정치권에서는 자원외교와 방산 비리 의혹에 이명박 정부의 청와대와 내각에서 고위직을 지냈던 A씨가 거론되고 있어 수사가 급물살을 탈 경우 전·현 정부의 갈등으로 번질 소지도 보인다.
익명을 요구한 한 의원은 "자원외교는 어느 정부에서든 해야 할 중요 사업으로서 드러난 부패가 있는 것도 아닌데 저렇게 몰아붙이면 정치적 의도를 의심할 수밖에 없다"면서 "계속 갈등만 유발하면 공무원연금 개혁이나 경제활성화법 통과 등 정부의 핵심 과제 추진에 제대로 협력이 되겠느냐"고 경고했다.
이는 새누리당의 의석수(157석)가 겨우 과반인 상황에서 친이계의 협력 없이는 국회 본회의 인준 표결이 필요한 인사청문회 후보자의 임명이나 각종 법안이 통과가 어려운 현실을 지적한 것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