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태종이 16일 창원에서 열린 프로농구 6강 PO 오리온스와의 5차전에서 김영환과 기쁨을 나누고 있다 (사진 제공/KBL)
"21점 차가 확실한가?"
문태종(창원 LG)은 인천 전자랜드 소속이었던 2011년 3월10일 부산 케이티와의 정규리그 1-2위 맞대결을 앞두고 구단 관계자들에게 묻고 또 물었다. 21점 차가 맞냐고.
정규리그 우승 경쟁을 하는 두팀의 시즌 마지막 맞대결이었다. 전자랜드는 케이티에 2승3패로 뒤졌고 득점 공방률에서는 '-20'을 기록 중이었다. 최종전에서 21점 차로 이겨야만 동률이 되더라도 전자랜드가 순위에서 앞설 수 있었다.
문태종은 마음을 단단히 먹고 경기에 나섰다. '4쿼터의 사나이'라는 타이틀을 반납했다. 1쿼터에만 14점을 터뜨렸다. 문태종의 전담 수비를 맡았던 박상오가 혀를 내두를 정도로 문태종의 활약은 경이로웠다. 자신의 시즌 첫 쿼터 최다득점 신기록.
종전 기록은 12점. 마찬가지로 문태종을 자극한 경기였다. 동생 문태영(당시 창원 LG)과의 첫 맞대결 때 올린 점수였다.
이처럼 문태종은 확실한 동기부여가 있으면 평소 이상의 경기력을 과시하는 선수다. 승부사 기질이 남다르기 때문이다. 어머니의 나라로 귀화해 태극마크를 달고 출전했던 2014 인천 아시안게임 금메달 획득의 일등공신도 문태종이었다.
문태종은 고양 오리온스와의 2014-2015 KCC 프로농구 6강 플레이오프 4차전까지 평균 6.8점, 야투성공률 25.7%으로 부진했다. 4차전까지 전적은 2승2패. 문태종은 최종전을 앞두고 "5차전은 다를 것"이라고 선언했다.
정말 달랐다. 많이 달랐다.
문태종은 16일 오후 창원스포츠파크 체육관에서 열린 오리온스와의 최종 5차전에서 19점 12리바운드 4어시스트 3블록슛을 올리는 발군의 활약을 펼쳐 LG의 83-80 승리 그리고 4강 진출을 이끌었다.
야투 성공률은 75%(8개 시도 6개 성공), 3점슛 성공률 역시 75%(4개 시도 3개 성공)를 기록했다. 놀라운 집중력이었다.
5차전 첫 득점의 주인공부터 문태종이었다. 경기 시작 1분12초 만에 던진 첫 번째 3점슛이 림을 통과했다.
1쿼터 막판 두 번째 3점슛이 터졌다. LG의 수비 성공 후 유병훈이 빠르게 공격 코트로 넘어갔고 상대 수비가 정돈되기 전에 문태종에게 공을 연결했다. 문태종은 주저없이 슛을 던졌다.
문태종은 수비에서 공격으로 전환되는 트랜지션 상황에서 3점슛을 무기로 삼는 선수다. 상대가 빠르게 매치업을 찾지 못한다면 뒤에서 느긋하게 뛰어오는 문태종은 여유있게 슛 기회를 잡을 수 있다.
1-4차전에서는 LG의 속공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았다. 그래서 문태종이 트랜지션에서 슛을 던질 기회를 좀처럼 잡지 못했다.
백미는 2쿼터 막판에 나왔다. 문태종은 쿼터 종료 버저와 동시에 3점슛을 터뜨렸다. LG는 43-41로 전세를 뒤집은 채 전반을 마쳤다.
자신감을 얻은 LG는 3쿼터 10분동안 오리온스를 28-13으로 압도해 승기를 잡았다. 문태종은 3쿼터에서 야투 3개를 모두 성공시키며 8점을 올렸고 리바운드 6개와 어시스트 2개를 보탰다. 3쿼터에서만 올린 기록이다.
후반 들어 19점 차까지 앞섰던 LG는 4쿼터 종료 2분 여를 남기고 76-77 역전을 허용했다.
다시 80-80 동점이 된 종료 21.7초 전, 문태종이 리바운드 경합 도중 반칙을 당했다. 문태종은 자유투 2개 중 1개를 성공시켰다. 결승 득점이었다.
라이온스가 마지막 공격에서 득점을 놓쳤고 김종규가 상대 반칙으로 얻은 자유투를 성공시켜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