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이 배정받은 훈련장 (사진 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K리그 구단에게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중국 방문경기는 원정보다는 고행(苦行)에 더 가깝다. 전북 현대에 이어 이번에는 성남FC가 푸대접을 받았다.
성남은 17일 열리는 2015 AFC 챔피언스리그 광저우 푸리와의 조별리그 3차전을 위해 중국을 방문했다.
광저우 푸리는 거대 부동산 개발 기업 광저우 R&F를 등에 업은 중국 내 대표적인 부자 구단이다. 규모 면에서 시민구단인 성남과 비교가 어렵다. 성남 관계자들은 중국의 텃세를 크게 우려하지 않았다.
구단의 규모와 수준은 무관했다.
성남 선수들은 광저우 국제공항에 내려 짐을 나눠들고 20여분을 걸어야 했다. 버스가 공항 앞 도로에 들어갈 수 없기 때문에 버스 탑승이 가능한 지점까지 짐을 들고 나오라는 통보를 받은 것이다. 그런데 공항 앞 도로는 3차로다.
과장을 보태 김포공항에서 내려 서울 지하철 5호선 발산역까지 걸어나오라는 것이다.
배정받은 훈련장은 숙소에서 무려 30km나 떨어진 곳에 위치했고 그라운드 상태는 부상에 대한 우려 때문에 첫날 훈련을 포기했을 정도로 좋지 않았다.
또한 광저우 푸리 구단은 홈팀이 하루에 원정팀 선수 한 명단 6벌의 유니폼과 속옷 등을 세탁해주도록 하는 AFC 규정을 무시하고 한 명단 3벌만 세탁해주겠다고 알려와 빈축을 샀다.
김학범 성남 감독은 "그럴 줄 알았다. 어떻게 예상을 한치도 안 벗어나는지 모르겠다"며 씁쓸하게 웃었다.
중국의 텃세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이달 초 산둥 루넝과의 원정경기에 나섰던 전북 역시 중국의 텃세에 기분이 상했다. 맨땅이나 다름없는 운동장을 훈련장으로 배정받아 훈련을 취소해야 했다.
당시 최강희 감독은 "감독 생활 10년동안 원정을 많이 다녔다. 그라운드 컨디션 때문에 훈련을 못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선수들은 호텔에서 기본적인 훈련만 했다. 이러한 문제가 개선이 돼야 챔피언스리그의 권위를 높일 수 있을 것이다"고 쓴소리를 남겼다.
전북은 산둥을 4-1로 완파하고 기본을 망각한 견제가 클래스의 차이를 뒤집을 수는 없다는 것을 증명했다.
FC서울도 2013년 대회 결승을 위해 광저우 헝다 원정에 나섰을 때 불쾌한 경험을 했다. 서울의 연습경기장을 찾은 중국 팬들이 선수들을 향해 레이저빔을 쏘아댔고 미리 훈련장에 잠입한 팬들은 "광저우 헝다"를 외치며 선수들의 집중을 방해했다.
게다가 공식 기자회견 때에는 중국 기자들의 황당한 질문이 빈축을 샀다. "팬들은 3대0 승리를 예상하고 있다", "광저우는 이미 우승 파티 준비를 마쳤다" 등 수준 이하의 도발적인 질문이 최용수 감독을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