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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구

    모비스-LG, 왜 만화 '슬램덩크'가 떠오를까

    [임종률의 스포츠레터]

    '올해는 누가 승리를 잡을까' 모비스와 LG가 지난 시즌 챔피언결정전에 이어 올 시즌 4강 플레이오프에서 격돌한다. 사진은 지난 시즌 챔프전 때 양 팀 선수들이 리바운드를 쟁탈하는 모습.(자료사진=KBL)

     

    봄 농구의 열기가 후끈 달아오르고 있는 '2014-2015 KCC 프로농구' 플레이오프(PO). 6강 PO에서는 숱한 명승부가 펼쳐졌습니다. 전력이 백중세인 두 팀이 치고받는 난타전이 최종전 종료 휘슬이 울릴 때까지 치열하게 벌어졌는가 하면 잇따라 드라마와 같은 역전승을 거둔 '언더독의 반란'도 있었습니다.

    모처럼 타오른 농구 열기가 4강 PO에까지 이어질지 기자에 앞서 한 사람의 팬으로서 기대가 큽니다. 4강 PO의 첫 머리는 모비스와 LG가 18일 1차전으로 열어젖힙니다. 지난 시즌 챔피언결정전에서 맞붙었던 두 팀으로 이번에도 명승부가 기대됩니다.

    지난해는 정규리그 우승팀 LG가 2위 모비스에 2승4패로 지면서 창단 첫 챔프전 정상 등극이 또 무산됐습니다. 2연속 챔프전 우승팀 모비스는 올 시즌 정규리그 우승까지 차지하는 등 더 강력해졌습니다. LG는 정규리그 4위에 머물렀으나 막판 20승2패라는 경이적인 승률로 분위기를 끌어올렸습니다.

    일전을 앞두고 전운이 고조되는 가운데 문득 만화 '슬램덩크'가 떠올랐습니다. 모비스와 LG의 4강 PO에 뜬금없이 20여년 전 만화가 생각난 이유는 무엇일까요?

    '90년대를 열광시켰던 불후의 명작' 1990년대 일본은 물론 한국에도 농구 열풍을 불러일으켰던 이노우에 다케히코의 만화 슬램덩크 표지.(자료사진)

     

    슬램덩크는 90년대 일본 작가 이노우에 다케히코가 그린 만화로 일본에서만 1억부가 넘게 팔린 메가히트작입니다. 농구, 아니 스포츠 전체를 봐도 이처럼 짜릿한 매력을 담아낸 작품은 아마도 없지 않을까 싶습니다.(진심으로 아쉽게도 작가가 연재를 중단해 아직도 미완의 명작으로 남아 있습니다.)

    당시 한국에서도 연재돼 숱한 청소년들이 농구공을 들고 밖으로 나왔습니다. 비슷한 시기에 농구대잔치, 농구 드라마 '마지막 승부'와 맞물려 농구 인기 폭발에 큰 기여를 한 바 있습니다. 저 역시 학창 시절 수십, 아니 수백 번도 더 탐독했던 기억이 납니다.

    모비스, LG의 PO를 앞두고 슬램덩크가 떠오른 것은 두 팀이 이 만화에 나오는 팀과 등장인물과 유사한 부분이 많다고 느낀 까닭입니다. 이것은 순전히 제 개인적인 생각과 느낌으로 동의하지 않는 분들이 더 많을 수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두 팀의 명승부를 앞두고 왕년의 추억을 떠올려 보며 PO를 예상해보는 것도 흥미로울 듯 싶어 오늘의 현실과 과거의 만화를 비교해봅니다. 다소 억지가 있어도 너그럽게 읽어주시기 바랍니다. (특히 기자로서 두 팀에 대한 호불호와 친소 관계를 떠나 재미삼아 해본 비교이니 특정팀이 이기길 바란다는 오해도 없으시길 사전에 밝힙니다.)

    개인적인 저의 비교는 도전자 입장인 LG가 만화의 주인공 격인 북산고교, 왕좌를 지키고 있는 모비스가 만화에서 그 지역의 절대 강자로 나오는 해남고교 정도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다시금 밝히지만 모비스-LG에 대한 호불호는 없습니다. 또 편의상 원작이 아닌 우리말로 번역된 이름을 씁니다.)

    LG 김시래(왼쪽)와 만화 슬램덩크의 서태웅이 드리블하는 모습.(자료사진=KBL, 단행본 표지)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것은 지난 16일 LG-오리온스의 6강 PO 5차전을 보고나서였습니다. 특히 LG 가드 김시래(26 · 178cm)의 플레이를 보니 북산의 에이스 서태웅이 떠올랐습니다.

    그날 김시래는 내외곽에서 펄펄 날았습니다. 특유의 날카로운 돌파와 3점슛까지 팀 최다이자 개인 1경기 최다인 22점(5도움)을 몰아쳤습니다. 그의 종횡무진 활약에 오리온스는 속수무책으로 당했습니다. '6강 PO는 김시래 시리즈'라는 말에 부합했습니다.

    하지만 딱 3쿼터까지였습니다. 4쿼터에는 무득점 1도움에 머물렀습니다. 22점이 모두 3쿼터까지만 낸 점수였습니다. 앞선 맹활약에 오버 페이스해 지친 기색이 역력했습니다.

    특히 4쿼터 19점 차까지 앞섰던 리드를 뺏기는 과정에서 포인트가드로서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습니다. 경기를 조율해야 했지만 완급 조절에 실패, 역전까지 허용했습니다. 이날 3개 실책 중 2개를 4쿼터에 저질렀습니다. 만약 졌다면 역적이 될 뻔했습니다.

    서태웅 역시 만화에서 비슷했습니다. 내외곽에서 폭발적인 공격력을 발휘하지만 그걸 끝까지 수행해낼 체력이 부족했습니다. 해남고와 결승 리그에서 서태웅은 전반에만 25점을 몰아넣었지만 후반 6점에 그쳤고, 결국 막판 지쳐 교체됐습니다.

    김시래는 5차전을 마친 뒤 4쿼터 아찔한 상황에 대해 "반성을 해야 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서태웅은 해남고와 경기 다음인 능남고와 경기에서 전반 체력을 아꼈다가 후반 폭발시킵니다. 과연 김시래가 모비스와 PO에서 어떤 모습을 보일지 궁금한 이유입니다.

    모비스 주장 양동근(왼쪽)과 만화 슬램덩크 해남고 캡틴 이정환.(자료사진=KBL, 단행본 표지)

     

    이에 맞서는 모비스 양동근(34 · 181cm)은 해남고 주장 이정환이 떠오를 만합니다. 같은 포인트가드에 팀의 주장인 데다 강인하고 당당한 체력을 바탕으로 한 절정의 기량, 노련미까지 갖춘 면이 닮았습니다. 만화에서나 현실에서나 최고의 선수인 것도 같습니다.

    양동근은 지난 2시즌 연속 모비스의 챔프전 우승을 일군 주역입니다. 앞서 06-07시즌, 09-10시즌까지 4번의 정상을 이끈 모비스의 심장과도 같은 선수입니다.

    경기를 조율하면서도 승부처에서는 해결사 역할도 해냅니다. 올 시즌 정규리그 우승의 고비였던 SK, 동부와 일전에서 양 팀 최다 22점, 19점을 쏟아부은 게 대표적입니다.

    올 시즌 양동근은 철인을 다시금 과시했습니다. 30대 중반에 접어든 나이에도 출전 시간 전체 1위입니다. 54경기 전 경기에 나와 34분56초, 2011-2012시즌(37분2초)에는 못 미치지만 2010-2011시즌(35분31초)와 비슷한 시간입니다.

    슬램덩크의 이정환 역시 최고의 전투력을 자랑하는 강철 인간으로 그려집니다. 승부처에서 골밑과 미들슛으로 상대에 비수를 꽂는 인물입니다. 만화에서 해남고의 응원 문구는 '절대 승리' '상승(常承)' 등입니다. 과연 양동근이 이정환처럼 예의 흔들림 없는 활약으로 이번에도 LG의 도전을 무산시킬지 관심입니다.

    LG 김종규(왼쪽)와 만화 슬램덩크 북산고 강백호의 덩크 모습.(자료사진=KBL, 단행본 표지)

     

    슬램덩크에서 서태웅과 함께 주인공으로 나오는 강백호는 아마도 LG 김종규(24 · 206cm)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가공할 점프력으로 덩크를 구사하고 리바운드를 잡아내는 면이 비슷합니다.(물론 김종규가 좌충우돌 다혈질인 강백호의 성격을 닮았다는 것은 아닙니다.)

    김종규는 지난 시즌 호기롭게 챔프전에 도전했다가 모비스에 호되게 당했습니다. 상대 센터 함지훈(31 · 198cm)을 10점 이내로 막겠다고 했다가 정작 본인이 "영혼까지 털렸다"고 할 정도로 참담함 결과가 나왔습니다.

    함지훈은 6경기 평균 11.7득점 3리바운드 5.2도움으로 맹활약했습니다.(비록 강백호의 예는 아니지만 슬램덩크에서 상양고 장권혁이 북산 정대만을 5점으로 잡겠다고 했다가 20점을 내주며 털리는 장면이 떠오르는 대목입니다.)

    지난 시즌 뒤 김종규는 절치부심 이를 갈았습니다. 전매특허인 덩크슛에 올 시즌 미들슛까지 완벽하게 장착했습니다. 슬램덩크에서 강백호가 전국 대회를 앞두고 슛 2만 개 특훈으로 미들슛을 갖춘 것과 흡사합니다. 과연 특훈의 성과를 김종규가 모비스와 결전에서 보일 수 있을지도 궁금합니다.

    LG 문태종(왼쪽)과 슬램덩크 북산 주장 채치수.(자료사진=KBL, 단행본 표지)

     

    LG 슈터 문태종(40 · 198cm)은 북산 주장 채치수와 견줘볼까 합니다. 문태종은 오리온스와 PO 4차전까지 극심한 부진을 딛고 5차전 19점 12리바운드 4어시스트 3블록슛으로 부활했습니다.

    이런 문태종을 CBS노컷뉴스 후배이자 농구광인 박세운 기자는 '정신이 육체를 지배했다'는 제목의 기사로 썼습니다. 불혹의 신체가 무색할 정도의 움직임이었다는 겁니다. 이는 슬램덩크에서 발목 부상에도 눈물이 날 정도의 활약을 펼친 채치수에 대해 북산 감독이 한 표현입니다.

    (물론 채치수의 투혼은 "적인 선수를 존경하게 된 것은 처음"이라는 이정환의 감탄도 이끌어내지만 그를 자극해 전력을 다하는 플레이와 패배로 이어지기도 했습니다. 함지훈을 자극해 호되게 당한 김종규가 떠오르는군요.)

    지난 시즌 챔피언결정전에서 모비스와 LG 선수들의 경기 모습.(자료사진=KBL)

     

    슬램덩크에서 북산은 끝내 해남을 넘지 못했습니다. 설욕의 무대가 될 만했던 겨울 대회를 앞두고 만화의 연재가 중단된 까닭입니다.

    과연 현실에서는 어떤 결과가 나올까요? 모비스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LG를 제압해 또 다시 최강임을 입증할까요? 아니면 "한 팀에 두 번 지지 않는다"는 강백호의 말처럼 LG가 설욕에 성공할까요? 이제 그 치열한 승부가 이제 시작됩니다.

    p.s-물론 두 팀의 승부가 슬램덩크의 상황, 등장인물과 꼭 맞지는 않습니다. 억지로 끼워 맞춘다는 지적이 쏟아질 겁니다.(벌써 떨리네요.) 그런 비난 무릅쓰고 비교를 해본 것은 6강 PO의 명승부에 고무됐기 때문입니다. 모처럼 농구 열기가 활활 타오른 데 신이 났는데 이런 기사를 쓰면 팬들이 PO에 더 많은 관심을 갖지 않을까 해서입니다.

    지금까지 6강 PO는 만화나 드라마를 뛰어넘는 명승부가 연출됐습니다. 슬램덩크가 지금까지 명작으로 회자되듯 모비스와 LG, 아니 동부와 전자랜드까지 4강 PO, 나아가 챔프전까지 프로농구 역사에 기억될 대결이 펼치지기를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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