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 트로피 가져올 자신 있습니다." 한국전력 후인정(오른쪽)이 우승을 자신했다. (자료사진=KOVO)
한국전력 후인정(41)은 V-리그 최고령 선수다. 한 때 김세진 OK저축은행 감독, 신진식 삼성화재 코치 등과 라이벌을 형성했던 공격수였지만, 지금은 코트가 아닌 벤치에 있는 시간이 더 긴 원 포인트 블로커가 후인정의 역할이다. 그만큼 세월이 흘렀다는 의미다.
사실 후인정은 한 번 은퇴를 했었다.
1997년 현대자동차서비스(현 현대캐피탈)에 입단해 17년을 뛰었다. 그 사이 V-리그 우승도 두 차례 경험했다. 하지만 나이는 속이기 어려웠고, 2013년 현대캐피탈에서 은퇴했다.
그런 후인정에게 한국전력 신영철 감독이 손을 내밀었다. 현대캐피탈도 흔쾌히 허락했고, 후인정은 한국전력 유니폼을 입었다. 10살 이상 차이 나는 젊은 후배들과 함께 구슬땀을 흘렸지만, 지난 시즌 꼴찌라는 쓴 경험을 했다. 현대캐피탈 시절 매번하던 배구를 했던 봄에 처음으로 쉬었다.
18일 열린 V-리그 포스트시즌 미디어데이. 후인정은 한국전력 주장 자격으로 미디어데이에 참가했다. 함께 미디어데이에 나선 김세진 감독이 후인정과 동갑(학번은 하나 아래)이니 얼마나 오래 현역 생활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사실 한국전력의 주인공은 후인정은 아니다.
한국전력은 전광인과 서재덕, 그리고 외국인 선수 쥬리치, 세터 권준형 등이 주축으로 뛰면서 플레이오프 티켓을 따냈다. 후인정의 올 시즌 성적도 10점이 전부다. 그 중 블로킹으로 3점, 공격으로는 7점을 올렸다. 후배들 덕분에 마흔이 넘어서 포스트시즌을 다시 경험하게 됐다.
후인정은 "후배들에게 너무 고맙다. 은퇴까지 생각했다가 다시 선수 생활을 하는데 이런 자리를 만들어줘서 고맙다"면서 "서재덕과 권준형이 얼마나 잘 해주느냐에 따라 좋은 경기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록 코트에 서는 시간은 적지만, 한국전력에는 없어서 안 될 존재다. 주장을 맡고 있고, 무엇보다 한국전력에 부족한 경험을 갖춘 베테랑이기 때문이다.
후인정도 "젊기에 경험이 없다. 나랑 방신봉, 하경민, 주상용 정도가 경험이 있다"면서 "스타팅으로는 못 들어가지만, 후배들에게 조언을 해주고 있다. 단기전이라 주문도 많이 하고 있다. 많이 대비했으니까 좋은 경기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은퇴를 번복한 뒤 처음으로 꼴찌라는 경험도 했지만, 후인정은 다시 포스트시즌에 나설 기회가 올 거라 믿었다. 그만큼 한국전력 후배들의 기량이 탄탄했기 때문이다. 후배들을 믿고 있기에 우승도 자신하는 후인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