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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오너도, 소액주주도…' 주식담보대출 10조 시대

금융/증시

    '재벌오너도, 소액주주도…' 주식담보대출 10조 시대

    경기침체 탓 대출문턱 낮은 증권가를 찾는 사례 늘어

    (자료사진)

     

    예탁증권을 담보로 돈을 빌리는 주식담보대출이 10조원을 넘어섰다.

    장기화하는 경기침체로 유동성이 급한 기업과 재벌 오너, 개인투자자들이 은행권 보다 대출 문턱이 낮은 증권가로 눈을 돌리고 있기 때문이다.

    2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18일 현재 누적 주식담보대출(이하 주담대출)은 전년 말보다 10.4% 증가한 10조2131억원으로 집계됐다.

    2007년 5조218억원에서 8년 만에 두배이상 증가한 것이다.

    주담대출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3조2712억원으로 급감했다가 2009년 4조7327억원으로 늘었다. 이후 연평균 10%가량 증가하는 추세다.

    빚을 내 고수익을 추구하는 레버리지 전략에 이용됐던 주담대출이 생계형 대출로 바뀐 것이 특이점이다.

    금융투자협회의 한 관계자는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연2%대로 낮아져 대출을 받아 집을 사는 이들이 많아지면서 주식담보대출도 이례적으로 성행하고 있다"면서 "돈은 필요한데 은행권 신용대출 한도가 다 찬 개인 투자자들이 증권사를 통해 대출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연초부터 증시가 랠리를 이어가면서 보유주식의 담보가치 평가액이 높아져 대출 한도가 늘어난 것도 작용했다. 주담대출은 담보가액의 60~80%정도를 담보로 인정해준다.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재벌 기업들이 현금창구로 주담대출을 선호하는 현상도 심화하고 있다.

    한진그룹의 계열사이자 한진해운의 최대주주인 대한항공은 보유 주식 8149만6169주(33.23%) 전량을 담보로 대출을 받았다.

    동부화재의 최대주주인 김남호씨는 보유주식의 95% 수준인 995만578주(14.28%)를 담보로 돈을 빌렸다. 김남호씨는 동부그룹 김준기 회장의 아들이다.

    상속 및 증여를 앞둔 재벌오너가들도 사재를 내놓기보단 주담대출을 통해 돈을 마련하고 있다.

    두산그룹의 4세인 두산건설 박정원 사장은 자신이 소유하고 있는 두산 주식 132만6842주(5.25%)전량을 주담대출로 현금화했다.

    세아홀딩스 3세인 이태성 전무도 보유주식의 96%인 135만2100주를 주식담보로 잡아놨다. 이 가운데 100만주는 상속세 연부연납을 위해 국세청에 담보로 제공된 것이다. 상속세 연부연납은 상속세액이 일정액을 초과하는 경우 초과액에 상당한 담보를 제공하고 납세기간을 연장해주는 제도다. 증권업계는 이 전무의 상속세 부담금은 19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대주주의 주담대출이 늘어난다는 것은 주식이 앞으로 오를 것이라는 긍정적인 신호로 해석될 수도 있다. {RELNEWS:right}

    한 증권사 관계자는 "주가 하락에 따른 반대매매가 일어나 경영권에 위협을 받지 않도록 주가에 신경을 쓸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대주주가 현금이 부족해 돈을 빌렸다 갚지 못해 경영권이 넘어가는 악재도 비일비재하다.

    특히 규모가 작은 기업일수록 반대매매로 최대주주가 바뀌거나 취약했던 경영권이 위협받기도 하므로 주의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자본시장연구원 황세운 자본연구실장은 "코스닥 상장사의 경우 대주주가 적시에 원리금을 상환하지 못해 금융권에서 반대매매가 나온 적이 꽤 있다"며 "일시적으로 주가 하락이 압력으로 작용해서 다른 주주에게는 최악의 상황이 온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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