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배너 닫기

노컷뉴스

하루 한 갑 여고생 "담뱃값보다 금단증상이 더 무서워요"

사회 일반

    하루 한 갑 여고생 "담뱃값보다 금단증상이 더 무서워요"

    담뱃값 올라도 흡연 청소년에게 금연은 '남의 일'

    (자료사진)

     

    지난 18일 경기도 수원의 한 중학교 앞. 으슥한 골목이 많은 학교 옆 주택가는 김모(18)양이 즐겨 찾는 흡연 장소다.

    학교에서 불과 50미터 떨어진 곳이지만 개의치 않는다. 교복을 입고 있는 김양에게 담배를 피우지 말라고 야단치는 어른들도 거의 없다.

    김양의 흡연량은 하루 한 갑. 한 달에 10만 원 가까운 돈이 담뱃값으로 나가지만 담배를 끊을 생각은 없다. 담뱃값이 올라 부담감이 커졌지만 3년 넘게 담배를 피워온 김 양에겐 금연의 '고통'이 더 크기 때문이다.

    "솔직히 노력은 해 봤어요. 하루 한 개비만 피워봤는데 가슴이 찌르는 듯이 아픈 거에요. 엎드려 있으면 가슴이 눌리는 듯해 너무 힘들어 포기했죠."

    부모님도 선생님도 김 양의 흡연 사실을 알고 있지만 끊으라고만 할 뿐 적극적으로 김 양을 말리지는 않는다.

    "후배들에게 돈을 빌리거나 친구에게 담배를 꿔 피운다"는 김양은 "담뱃값이 2만 원 정도는 해야 금연을 생각해 보겠다"고 말했다.

    올해 1월부터 시행된 담뱃값 인상으로 금연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지만 흡연 청소년들은 금연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21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청소년 흡연율은 지난해 기준 9.2%. 지난 2005년 11.8%에서 조금씩 줄어들고는 있지만 큰 폭의 감소 없이 일정 비율을 유지하고 있다.

    반면, 성인 흡연율은 2005년 28.8%에서 2013년 24.1%로 감소했다. 특히 성인 남성 흡연율의 경우 2005년 51.6%에서 꾸준히 감소해 2013년 42.1%을 기록하는 등 9.5%P의 하락율을 나타냈다.

    성인 흡연율이 큰 폭으로 줄어드는 데 비해 청소년 흡연율은 제자리걸음을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일부에서는 금연 정책을 '성인'에 맞추다보니 청소년들을 위한 맞춤형 금연 정책이 부재하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집계된 금연치료 지원사업 참여 성인은 올해 3월 기준 3만4천여 명에 달한다. 이 중 90% 이상인 2만8천여 명이 금연 치료 의약품인 챔팩스와 같은 약품을 처방받았다.

    ◇ 금연 치료제·보조제 처방 '불가'…"의지만으로 못 끊어"

    그러나 청소년의 경우, 현행법상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이유로 의약품과 금연 보조제 처방이 금지되고 있다.

    학교나 보건소에서 시행하고 있는 금연 교육이나 상담이 전부인 것.

    이렇듯 개인의 의지만으로 금연을 해야 하다 보니 김양과 같이 흡연 청소년들은 사실상 담배를 끊기 어려운 실정이다.

    청소년흡연음주예방협회 이복근 사무총장은 "니코틴 중독 현상을 보이는 청소년들을 상담만으로 담배를 끊게 할 수는 없다"며 "선별적인 치료제 처방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사무총장은 "이미 아이들은 교육을 통해 담배의 위험성을 충분히 알고 있다"며 "알면서도 담배를 끊지 못하는 아이들에게 물 마시고 운동을 시킨다고 담배를 끊을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청소년 흡연에 대한 중독의 척도를 만드는 게 시급하다"고 지적한 이 사무총장은 "의사의 처방에 따라 치료제와 보조제를 선별적으로 처방해 니코틴에 중독된 청소년들이 담배를 끊을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말했다.

    이 시각 주요뉴스


    실시간 랭킹 뉴스

    노컷영상

    노컷포토

    오늘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