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저 현상과 일본내 혐한(嫌韓) 분위기 확산으로 소주와 막걸리 등 한국산 술의 일본 판매가 급감한 반면 일본 맥주의 한국 판매는 급증하고 있다.
1일 관세청과 주류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소주의 일본 수출량은 5만2천271t으로 전년도의 5만7천534t에 비해 9.1% 줄었다.
이는 이 기간 소주의 전체 수출량이 7만7천615t에서 7만4천338t으로 4.2% 감소한 것과 비교해 볼 때 감소폭이 두배 이상 큰 것이다.
소주는 전체 수출의 70% 이상을 일본이 차지할 정도로 대일 의존도가 높다.
금액 기준으로도 이 기간 대일 소주 수출액은 7천896만9천달러에서 6천780만9천달러로 14.1% 줄었다. 소주 전체 수출액 감소율 7.4%(1억751만3천달러→9천951만3천달러)의 두배 가량에 해당하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엔화 약세가 큰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엔저에 따라 엔화 표시 가격을 올려야 하지만 일본내 소주 시장이 침체기인 상황에서 가격을 올릴 경우 매출이 급감할 수 밖에 없다"면서 "롯데주류나 하이트진로의 경우 영업이입이 줄더라도 가격을 올리지 않고 수출을 계속 하지만 중소업체의 경우 수출을 포기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일본내 혐한기류 확산도 상당한 요인이다. 일본 내에서 대표적인 한국산 술로 인식되는 막걸리의 대일 수출액이 2011년 4천841만8천달러에서 지난해 914만8천달러로 81%나 줄었다.
이 관계자는 "과거 일본에서는 '프리미엄급 한국 소주'라는 점을 마케팅 포인트로 삼았지만 지금은 전혀 사용하지 않는다"며 "한국 브랜드를 알리면 알릴수록 돈은 돈대로 쓰고 광고효과는 오히려 마이너스가 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반면 국내로 수입되는 대표적인 일본산 주류인 맥주의 수입량은 이 기간 30% 가까이 증가했다.
2013년 2만5천47t이었던 일본산 맥주 수입량은 지난해 27.4% 증가한 3만1천914t을 기록하며 사상 처음 3만t을 넘어섰다. 맥주의 전체 수입량 증가율 25.5%(9만5천211t→11만9천501t)보다 높은 수준이다.
수입 금액도 일본산은 이 기간 2천793만7천달러에서 3천321만2천달러로 18.9% 증가했다. 다만, 엔화 약세의 영향으로 맥주의 전체 수입금액 증가율 24.6%(8천966만7천달러→1억1천168만9천달러)보다는 낮았다.
이처럼 일본산 맥주가 국내에서 날개를 단 것은 엔저로 수입 원가가 낮아지자 수입업체들이 국내 판매 가격을 낮추는 것은 물론 대대적인 프로모션까지 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국내 술 시장이 위축되는 상황에서 일본을 중심으로 한 거대시장에서 수출은 줄고 있는데다 저환율을 무기로 한 일본산 맥주 등의 공습으로 업계의 고민이 이만저만 아니다"라며 "수출 다변화 등 대책을 마련하고 있으나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