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그룹 블레이디. (왼쪽부터)가빈, 기루, 다영, 티나, 예은(사진=윤성호 기자)
5년차 걸그룹이지만 5년차가 된 멤버가 있는 건 아니다. 술은 마셨지만 음주운전은 하지 않았다는 말처럼 고개를 갸웃거리게 할 만한 이야기다. 하지만 실제로 이 같은 걸그룹이 존재한다. 바로 블레이디(티나, 가빈, 다영, 기루, 예은)가 그 주인공.
지난 2011년 4인조로 활동을 시작한 블레이디는 2013년 5인조로 팀을 재편했다. 당시 새롭게 합류한 티나가 현재 유일하게 팀에 남은 멤버이고, 가빈, 기루, 다영, 예은이 합류해 지금의 블레이디가 됐다.
2전 3기. 블레이디는 경쾌한 브라스 사운드가 인상적인 라틴 스타일 곡 '다가와'로 방송가를 누비고 있다. 짧은 미니 원피스를 입고 섹시함과 발랄함을 동시에 어필하며 새 얼굴 알리기에 주력 중이다. 최근 블레이디와 만나 직접 이야기를 들어봤다. 부침이 많았던 그룹이어서일까. 다섯 멤버가 지닌 사연도 참 드라마틱했다.
팀 합류 2년 만에 터줏대감이 된 티나의 가수 도전기부터 흥미롭다. 티나는 18년간 미국에서 지내다 가수의 꿈을 품고 한국으로 건너왔는데, 'K팝스타' 시즌 2 오디션을 보기 위해서였다. 비록 오디션에선 탈락했지만, 전 멤버였던 수진을 만나 블레이디에 합류, 데뷔의 꿈을 이뤘다. 아직 해본 것보다 해보고 싶은 게 더 많은 열혈 소녀이기도 하다.
"원래 노래에 욕심이 많았는데, 최근엔 랩에도 매력을 느끼기 시작했어요. '언프리티 랩스타'도 다 챙겨봤죠.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꼭 출전 해보고 싶어요. 또 영어 실력 덕분에 팝 프로그램 진행도 맡았었는데 앞으로 블레이디가 해외 활동을 할 때 큰 힘이 됐으면 해요." (티나)
리더를 맡고 있는 가빈은 이번이 두 번째 데뷔다. 앞서 걸그룹 이엑스아이디(EXID) 솔지와 투앤비(2NB)로 활동했던 이력이 있다. 뛰어난 가창력을 지닌 가빈은 그룹 해체 후 아이돌 보컬 트레이너로 활동하다 블레이디를 만난 뒤 재도전의 기회를 얻었다.
"노래에 정말 자신이 있어요. 특히 호소력 짙은 목소리가 강점입니다. (웃음). 또 리더십이 있다는 이야기를 자주 듣고, 나이에 비해서 애교도 많아요. '히든 싱어'에 출연한 적도 있는데, 당시 '복학생 백지영'으로 출연해서 실시간 검색어 1위에도 올랐어요."
걸그룹 블레이디가 CBS노컷뉴스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윤성호 기자)
비주얼 담당 기루는 아역 배우 출신이다. 가수를 꿈꾸기 시작한 건 성인이 되고 난 후. 어느덧 4년이 흘렀다. 함께 연습생 생활을 했던 친구들이 데뷔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마음고생도 많았다.
"사춘기를 겪으면서 남들 앞에 서는 게 싫고 부끄러웠어요. 그래서 연기를 그만 뒀는데, 성인이 되고서 다시 가수가 되고 싶다는 꿈을 키웠죠. 그리고 4년이 지나서야 데뷔를 하게 됐는데 앞으로 그룹 활동뿐 아니라 연기 활동도 열심히 해보고 싶어요."
훤칠한 키와 몸매를 자랑하는 다영의 사연도 빼놓을 수 없다. 가수가 되기 위해 전주에서 서울로 올라온 다영은 '알바왕' 출신이다. 커피숍, 레스토랑, 예식장, 안내 데스크 등 안 해 본 아르바이트가 없을 정도. 그렇게 긴 시간 연습생으로 버텨왔지만, 데뷔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에 있는 친구 집에서 얹혀살았어요. 알바로는 돈이 충당이 되질 않아서 4대 보험이 되는 직장에서도 오래 일했죠. 모 언론사 안내데스크에서도 일했는데, 그때 인터뷰하러 온 연예인들을 자주 봤던 기억이 나요. 근데 지금 제가 인터뷰를 하고 있으니까 기분이 묘하네요."
그나마 굴곡이 적은 멤버는 막내 예은.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부산 소녀'로 아직도 서울말이 낯설다. 예은은 초등학교 때 TV 속 아이돌 그룹을 보며 가수를 꿈꿨다. 여러 오디션에 도전장을 내밀었지만, 합격을 기쁨을 누린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전 블레이디의 평균 연령을 낮추는 역할을 하고 있어요. 무엇보다 밝은 성격이 가장 큰 장점이에요. 일단 비교적 빨리 데뷔의 꿈을 이뤄서 기뻐요. 어릴 때부터 라디오를 즐겨 들었는데, 언젠가 직접 DJ를 맡게 되면 정말 잘 해낼 자신 있습니다."
(사진=윤성호 기자)
데뷔 과정이 순탄치 않았지만, 블레이디는 참 긍정적이고 밝았다. 실패한 과거도 거침없이 이야기할 정도. 티나는 "지금까지는 콘셉트가 뚜렷하지 않아서 성공하지 못했다"며 "이번엔 5인 5색을 부각해서 블레이디의 색깔을 확실히 보여드리고 싶다"고 솔직한 의견을 밝혔다. 또 "실패를 반복하지 않고, 성공을 이뤄내겠다"는 각오도 내비쳤다.
자신감은 이미 충만하다. "앨범 수록곡들이 다 좋아요. 일단 타이틀곡 '다가와'는 가장 대중성이 있고, 트랩 힙합 느낌의 'Oochie Walla Walla'는 10대 친구들에게 어필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또 힙합곡 'Fantasy'는 20대 분들이, R&B곡 'Love You So... I'는 30~40대 분들이 좋아해 주실 것 같아요."
'대세'로 떠오르기 위한 셀프 홍보는 필수. 멤버들은 SNS로 팬들과 소통하며 남다른 유대감을 쌓고 있다. 팬들의 컨디션까지 챙길 정도로 신뢰가 두텁다. 또 향후 게릴라 공연 등을 통해 대중과 좀 더 가까이서 호흡하며 친근한 이미지의 걸그룹으로 올라서겠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