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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인 출신 전 국회의원으로 해외자원개발 관련 수사받아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서울 북한산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자원외교 비리 의혹으로 사전구속영장이 청구됐다가 잠적했던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끝내 숨진 채 발견됐다.

◇ 법원 구속영장 실질심사 앞두고 9일 새벽 유서 써놓고 잠적

성 전 회장의 행방을 찾던 경찰은 9일 오후 3시 32분쯤 북한산 형제봉 매표소 인근 야산에서 그가 나무에 목 매 숨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앞서 성 전 회장은 이날 새벽 5시 10분쯤 유서를 남긴채 서울 강남구 청담동 자택에서 행방을 감췄다.

성 전 회장의 시신은 수색에 참여한 탐지견에 의해 발견된 것으로 전해졌다.

성 전 회장과 큰 아들의 신고로 휴대전화 위치추적을 실시한 경찰은 이날 오전 서울 평창동 인근에서 성 전 회장의 마지막 휴대전화 신호를 포착했다.

이후 경찰은 방범순찰대 3개 중대와 지원중대, 형사기동대 등 필수요원을 제외한 1,400여명의 경찰력을 투입해 평창동과 부암동 일대 수색에 나섰다.

폐쇄회로(CC)TV 확인결과, 성 전 회장은 차량을 이용하지 않고 가벼운 운동복 차림으로 집을 나선 것으로 파악됐다.

성 전 회장이 남긴 유서는 현재 작은 아들이 가지고 있으며 정확한 내용은 파악되고 있지 않지만 최근 검찰 수사에 대한 억울함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중앙지법은 이날 오전 10시 반부터 성 전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진행할 예정이었다.

성 전 회장은 지난 2006년부터 2013년 5월 사이 회사 재무상태를 속여 해외 자원개발 사업에 지원되는 정부융자금과 금융권 대출 800억여원을 받아낸 뒤 거래대금 조작 등을 통해 회삿돈 250억원을 횡령한 혐의를 받고 있었다.

성 전 회장은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하루 앞둔 8일 이례적으로 기자회견을 자청해 '자신은 MB맨이 아니다'라며 전 정권의 자원외교 지원설에 대해 억울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성 전 회장은 “자원개발 성공불융자금의 집행은 ‘선집행 후정산’ 방식으로 총사업비를 선집행한 후 집행된 내역을 근거로 융자금을 주관사인 공공기관에서 신청하도록 법으로 규정돼 있다”며 “따라서 사업목적 외 사적유용은 있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특히 성 전 회장은 자신이 엠비맨이 아니라 이명박정부 시절 피해를 입었다며 자신이 수사대상이 된 이유를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성 전 회장은 지난 2007년 제18대 대선 한나라당 후보 경선 때 “박근혜 후보 당선을 위해 누구보다 열심히 뛰었다”며 “일부 언론 보도와는 달리 저는 엠비맨이 아니다”고 밝혔다.

다만 성 전 회장은 경선에서 이명박 후보가 대선 후보로 확정되자 “당락을 떠나 대승적 차원에서 이명박 후보를 당선시켜야 한다”는 박근혜 후보의 말에 따라 “이명박 후보의 당선을 위해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성 전 회장은 기자회견 말미에는 “왜 제가 자원외교의 표적 대상이 됐는지, 있지도 않은 일들이 마치 사실인 양 부풀려졌는지 그 이유를 모르겠다”고 답답한 심경을 토로했다.

결국 자살 하루 전 언급을 되돌아보면 사실과 다른 일들이 부풀려져 자신이 표적수사 대상이 됐다는 생각을 견디지 못해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추정된다.

해외자원개발 융자사기와 횡령 혐의로 영장실질심사를 앞두고 있던 성완종(64) 전 경남기업 회장이 유서를 남기고 잠적한 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취재진이 성 전 회장의 취재를 위해 대기하고 있다. 박종민기자

 

◇ 성 전 회장의 구체적인 혐의는?

자원개발을 빌미로 재무상태를 속여 800억여원의 정부지원금을 대출받고 회삿돈 250억여원을 빼돌린 혐의로 검찰이 지난 6일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성 전 회장은 러시아 캄차카 유전 개발사업, 아프리카 마다가스카르 암바토비 니켈광산 개발사업 등을 빌미로 재무상태를 속인 채 한국석유공사, 한국광물자원공사와 수출입은행 등으로부터 800억여원의 대출금을 지원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또 이런 방식으로 성공불융자금과 일반융자금을 타내기 위해 공사진행률, 미청구공사금, 이익잉여금을 조작하는 방식으로 2008~2013년까지 9,500억원대의 분식회계를 한 혐의(자본시장법 위반)도 받고 있다.

경남기업은 수천억원대의 분식회계로 열악한 재무상태를 숨긴 채 광물자원공사로부터 2006~2008년 일반융자금 130억여원을 지원받은데 이어 2009~2011년 석유공사로부터 성공불융자금 330억여원을 지원받았다.

이와 함께 2013년 5월 한국수출입은행에 적절한 담보를 제공하지 않고 340억여원을 대출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같은 사기대출 규모는 시중은행의 대출금은 제외한 것이어서 보강 수사 결과에 따라 피해액수는 더욱 늘어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성 전 회장에게는 이렇게 부정하게 지원받은 재원 중 250억여원을 자신과 부인, 친인척이 사실상 소유하고 있는 관계사들을 동원해 빼돌린 혐의(특경가법상 횡령)도 적용됐다.

경남기업이 성 전 회장의 부인이 소유주로 있는 '체스넛'과 '코어베이스' 등의 관계사들에게 대금을 과다지급하고 이들 중 일부를 되돌려 받는 수법으로 회삿돈을 가로챈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성 전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를 기화로 자원개발을 주도한 한국광물자원공사 등 공사와 정부기관들로 수사를 확대한다는 방침이었다.

검찰 관계자는 "이번 주부터 한국광물자원공사의 암바토비 니켈광산 개발사업 관련해 여러 가지 의혹에 대해 수사에 착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경남기업이 2006년 10월 아프리카 마다가스카르 암바토비 니켈광산 사업에 지분 투자를 했다가 2010년 이 지분을 광물자원공사에 계약 조건보다 비싸게 넘겼는데, 검찰은 이 과정에 부당한 뒷거래가 있었는지 집중 조사할 방침이다.

자원개발 명목으로 받은 성공불융자금을 유용했다는 의혹 등을 받고 있는 경남기업 성완종 전 회장이 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중앙지방검찰청에 출두하고 있다. 성 전 회장은 2008~2011년 러시아 캄차카 육상광구 개발사업 등의 명목으로 경남기업이 지원받은 성공불융자금 가운데 150억원 가량을 계열사 등을 통해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윤성호기자

 

◇ 성완종 전 회장은 어떤 인물인가

성 전 회장은 CEO의 자리에 오르기까지의 이력이 참 독특한 기업인이다.

제대로 된 학력이 없는 그는 단돈 200만원을 들고 사업을 시작해 경남기업을 거머쥐면서 2조원 그룹 총수가 되기까지 풍성한 스토리텔링을 갖고 있다.

그의 파란만장한 스토리는 저서 <새벽빛>에 보면 잘 나온다.

그의 인생은 어쩌면 몽매에도 그리던 정치권 입성을 넘보면서부터 엇나가기 시작한다.

그는 2004년 17대 총선에서 자민련 비례대표 2번을 받게 된다.

김종필 총재(JP) 바로 다음 순번을 받아 자민련이 0.02%만 득표했어도 배지를 달 수 있는 상황까지 갔으나 결국 그게 전부였다.

선거에서 고배를 마신 뒤 회사자금 횡령을 통해 만든 비자금을 정당후원금으로 전달한 혐의로 구속된다.

그는 나중에 사면받고 나서 행담도 개발 비리에 휘말려 형을 선고받지만 또 특사를 받는다.

모두 노무현 정부 때 일이었고 이명박(MB)정부 들어와서도 여전히 정치입성의 꿈은 뜻대로 이뤄지지 않는다.

대통령직인수위에 발을 담그긴 했지만 2008년 18대 국회의원 공천은 받지 못한다.

본인이 8일 기자회견을 자청해 MB맨이 아니라고 강변한 것도 별다른 수혜를 받지 못했다는 것을 달리 표현한 것으로 굳이 따지자면 그는 고향(충남 서산)으로 보나 정치채널로 볼 때도 JP맨에 가깝다.

2012년 19대 총선 때는 공들여온 충남 서산-태안 지역 공천에 다시 문제가 생긴다.

정치자금법 위반 전력이 문제가 돼 새누리당 공천에서 탈락해 경선조차 나서지 못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자유선진당에서 당시 당대표까지 지낸 변웅전 씨를 비례대표로 밀어내고 극적으로 공천을 따낸다.

이 과정에서 이회창 선대위원장의 사퇴 해프닝이 있긴 했으나 결국 변웅전 씨는 낙선하고 성 전 회장은 금배지를 쟁취한다.

하지만 선진당과 새누리당의 합당이후 충남도당 위원장까지 꿰찬 그는 날개도 펴보지 못하고 지난해 6월 선거법 위반 확정판결로 의원직을 잃게 된다.

그는 정치권과 그 언저리에서의 복잡한 행보로 본업인 기업까지 망가뜨리는 우를 범한 대표적 기업인으로 남게 됐다.

정도를 걷기보다 얇은 귀와 ‘감’에 의존하는 판단 때문에 허방을 딛는 것으로도 유명했으며 한때 보물선을 건져 올리는 사업에도 기웃거린 적이 있다.

결국 그는 기업인의 정치외도 - 정치판 퇴출 -과거 정부 사업연루 조사 - 구속직전 행방불명 - 자살이라는 수순으로 이어진 불행한 기업인이 돼버리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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