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외야수 민병헌.(자료사진=두산)
'2015 타이어뱅크 KBO 리그' 두산-넥센의 경기가 열린 9일 잠실구장. 경기 전 두산 외야수 민병헌(28)은 "오늘은 선발 출전한다"며 타격 및 캐치볼 훈련을 소화했다.
민병헌은 최근 왼 허벅지 통증으로 몸 상태가 완전하지 않다. 지난 7일 넥센과 1차전에 결장했다. 민병헌은 "아직 전력질주를 하지는 못한다"면서도 "무리만 하지 않으면 뛸 수 있다"고 말했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무리를 시키고 싶지 않지만 본인이 괜찮다고 한다"고 대견한 표정을 지었다.
사실 두산으로서는 이날 민병헌의 출전이 필요했다. 전날 주포 김현수가 땅볼을 치고 전력질주하다 오른발 뒤꿈치 통증으로 선발에서 제외됐기 때문이다. 타선의 무게감을 감안하면 민병헌이 나서주면 상쇄할 수 있었다. 더군다나 전날 민병헌은 대타로 나와 3점 홈런을 때려냈다.
민병헌은 "현수도 나오지 못하기 때문에 내가 나서야 한다"고 다부진 표정을 지었다. 이어 "오늘은 주자 1루 상황에서 땅볼을 치면 (잘 뛰지 못하기 때문에) 무조건 병살타"라면서도 "수비에서 최대한 빈틈을 보이지 않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이날 중계를 맡은 진필중 해설위원은 "선수가 아프면 쉬기 마련인데 민병헌은 오히려 뛰겠다고 한다"고 칭찬했다.
민병헌의 부상 투혼은 빛을 발했다. 팽팽한 투수전에서 귀중한 선제 결승 타점을 올렸다.
0-0으로 맞선 3회말 1사 1, 2루. 민병헌은 볼카운트 2-2에서 상대 선발 앤디 밴 헤켄의 5구째 변화구를 밀어때렸다. 지난해 20승 투수로부터 뽑아낸 우전 안타로 2루 주자 정진호를 불러들인 선제 적시타였다.
사실 민병헌은 1회 기회가 있었다. 1사 3루, 외야 뜬공이나 느린 땅볼이면 선취점을 올릴 기회였다. 그러나 민병헌은 3구 삼진으로 물러나며 아쉬움을 남겼다. 두산은 후속 홍성흔마저 외야 뜬공으로 물러났다.
하지만 두 번째 기회에서는 여지 없었다. 값진 적시타로 이날 팀의 유일한 타점을 올렸다. 두산은 8회까지 5안타 3볼넷 1득점에 머물렀다. 민병헌의 4타수 1안타 1타점 활약이 값졌던 이유다.
특히 이날은 두산 선발 유네스키 마야가 KBO 통산 12번째 노히트 노런의 대기록까지 세운 날이었다. 마야는 이날 9회까지 136개의 공을 던지며 8탈삼진 3볼넷 무피안타 무실점 쾌투를 펼쳐 1-0 승리를 이끌었다. KBO 리그에서 가장 최근 노히트노런은 지난해 찰리(NC) 6월24일 잠실 LG전이었다.
민병헌의 적시타가 없었다면 마야의 기록도 무산될 뻔했다. 9회까지 승부가 나지 않으면 기록도 무산되기 때문이다. 이날 특히 빛났던 민병헌의 부상 투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