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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사정이 '표적 저주'의 부메랑으로… YS·DJ·MB도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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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획 사정이 '표적 저주'의 부메랑으로… YS·DJ·MB도 그랬다

    (사진=청와대 제공)

     

    이명박 전 대통령의 자원개발 비리와 일부 대기업의 비리 척결을 위해 높이 든 사정의 칼이 부메랑이 돼 돌아왔다.

    기획 사정이란 청와대가 집권 초나 집권 중반기에 국정의 장악력을 높이려는 의도에서 단행하는 목적성 부정부패 수사를 일컫는다.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 등의 권위주의 정권은 권력 기반을 강화하려는 의도에서 '서정쇄신(庶政刷新)'과 '국정쇄신'이라는 정치적 슬로건을 시시때때로 내세워 정치권과 공직사회, 대기업을 옭아맸다.

    이런 서정쇄신과 비슷한 기획 사정의 형태가 김영삼 정부와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 정권까지 이어지고 있다.

    대대적인 부정부패 수사, 사정을 할 때는 국민이 박수를 치고 환호했지만 정적 제거가 아닌 자신들의 측근과 동지들을 한꺼번에 참수하는 결과를 낳았다.

    지난 1993년 2월부터 김영삼 정권이 야심차게 추진한 개혁 정책이나 김대중 정권의 언론사 탈세 수사가 특히 그런 결과를 낳았다.

    DJ정권은 중앙 언론사들에 대한 세무조사를 실시해 조선일보와 동아일보, 중앙일보, 매일경제 사주를 구속한 이후 이들 신문들과는 지금까지도 불편한 관계가 지속되고 있다. 기획 세무조사에 이은 검찰 수사였다.

    세무조사를 주도한 안정남 전 국세청장과 신승남 전 검찰총장은 이들 보수 언론들로부터 뭇매를 맞아 구속됐거나 낙마했다.

    노무현 정권은 대북 송금에 대한 야당의 특검 요구를 수용하고 부패 수사를 통해 김대중 정권 핵심 인사들을 대거 감옥에 보내는 바람에 일부 호남 여론으로부터 냉대를 받았다.

    지난 2009년 4월 30일 故 노무현 전 대통령이 오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으로 출두했다. (자료사진)

     

    그 후유증은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다.

    가장 추악한 전 정권 '손보기 수사'는 이명박 정권 때 자행됐다. 노무현 전 대통령 가족의 수사로 인해 전직 대통령의 자살이라는 전대미문의 일이 발생했다.

    MB 정권의 새누리당(전 한나라당)은 이후에 실시된 2010년 지방선거에서 참패했다.

    이와 함께 친노 세력의 부활을 불러왔고, 야당으로부터 실패한 정권이라는 낙인이 찍혔다.

    박근혜 정권도 예외는 아니어서 역대 정권들이 전가의 보도처럼 꺼내들었던 '사정의 칼'을 버리지 못하고 만지작거리다 지난달 12일 칼집에서 꺼냈다.

    언제나 국민의 지지를 받고 대통령의 국정 장악력 강화로 연결되는 사정이라는 절호의 카드를 버리지 않은 것이다.

    검찰과 경찰, 감사원, 금감위 등을 동원하는데 이들 권력기관장에 최고 권력자와 동향이거나 동문 출신을 배치하는 것도 다 이런 목적과 관련이 깊다.

    지난 달 12일 이완구 총리의 느닷없는 부패와의 전쟁 선포도 박근혜 정부의 국정 다잡기 차원에서 이뤄졌다는 분석이 유력했다.

    자원비리와 관련해 이명박 전 대통령 쪽을 겨냥했던 사정 수사가 성완종 리스트에 의해 권력 핵심들을 향한 비수로 꽂히고 있다. 리스트에 오른 8명이 박근혜 정권의 실세 중의 실세이다.

    박 대통령이 대선 때는 물론이고 대통령에 당선된 이후에도 그들과 국정을 상의하고 국정의 상당 부분을 맡겼다.

    '성완종 리스트'에 거론된 인물들(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 허태열 전 청와대 비서실장, 이병기 현 청와대 비서실장, 홍준표 경남도지사, 홍문종 의원, 유정복 인천시장, 이완구 국무총리) (자료사진)

     

    박 대통령과 친박 리스트에 오른 실세들은 공동 운명체라 할 수 있다.

    일부는 검찰 수사에서 살아나기도 힘들지만 사법적 재단을 벗어난다고 하더라도 국민적 신뢰를 잃어버렸기 때문에 국정의 동반자 역할을 하는데 한계를 지닐 수밖에 없다.

    경우에 따라서는 박 대통령이 그들을 문책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여권 내에서는 누가 이런 기획 사정을 계획하고 추진했는지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비박계를 중심으로 무리한 검찰 수사가 부메랑이 돼 돌아왔다며 기획 사정을 주도한 청와대 관계자는 책임을 져야한다고 말한다.

    친박계의 한 의원은 "대통령의 권력 강화만 고려했지 기획 사정의 결과를 예측하지 못하고 무리하게 밀어붙인 특수 수사 방식이 문제였다"며 "이번 수사가 마무리될 때면 자연스럽게 기획 사정을 주도한 인물의 책임론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RELNEWS:right}

    새누리당 정병국 의원과 권성동 의원 등 친이계 의원들은 "사정을 군사작전하듯이 하다가 이런 비극이 발생했다"고 비판했다.

    친이계의 좌장인 이재오 의원은 이완구 총리의 부패와의 전면전 발표가 나온 하루 뒤인 지난달 13일 "부패와의 전면전은 기획수사임을 스스로 밝힌 것"이라며 "특정(MB)정권 사람들을 제물 삼아 위기를 모면하겠다는 술수나 꼼수가 돼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박근혜 정부의 부패와의 전쟁이 성완종 전 회장의 '표적 저주'라는 부메랑을 맞았다는 해석까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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