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기지를 발휘해 스토커로부터 위협을 받던 여성을 구했다고 소설에 가까운 홍보자료를 냈다가 망신살만 뻗쳤다.
서울지방경찰청은 22일 ‘스토커 피해자를 구한 112직원의 기지’라는 보도자료를 통해 집에 침입한 50대 스토커로부터 협박받던 여성이 몰래 112에 신고했다가 들통나 변을 당할 뻔했지만 접수직원의 기지로 화를 면했다고 소개했다.
보도자료에 따르면 신고자인 여성은 “2년 전부터 따라다니던 아저씨가 집에 들어와 술을 마시고 위협하는데 무섭다”며 112에 신고했고 이 과정에서 수화기 너머로 “어디 파출소냐, 어디 지구대냐”는 위협적인 남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112직원은 신고자가 위험에 처할 수 있다고 판단해 “누나 좀 바꿔주세요, 괜찮으니까 누나 바꾸세요”라고 마치 동생인 것처럼 행동했고, 결국 이 남성을 체포할 수 있었다는 게 보도자료의 주요 내용이다.
하지만 이 사건을 수사했던 서울 송파경찰서가 이 남성을 별다른 조치 없이 석방시킨 것으로 확인되면서 보복 등 2차 피해를 고려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오자, 경찰은 남성이 스토커가 아닌 내연남이라고 밝혔다.
송파경찰서는 두 사람이 2년 전부터 내연 관계였고, 신고 전날에도 함께 집에서 지냈던 것으로 조사됐다고 실토하면서 “이 남성이 전화를 걸어 집에 와도 된다는 허락을 받고 들어갔고, 무단침입이나 스토킹 등의 혐의가 없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서울경찰청이 “남성이 이 여성의 이삿짐을 날라주면서 알게 된 현관 비밀번호를 이용해 집에 무단으로 침입했다”는 설명은 새까만 거짓이었던 셈이다.
경찰은 협박 부분에 대해서는 혐의가 있는지 없는지 다시 조사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지만, 서울경찰청이 무리한 실적 홍보가 망신을 자초한 게 아니냐는 비판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