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성한 작가가 18년 동안 잡았던 펜을 내려놓는다. 그는 1998년 '보고 또 보고'부터 2015년 '압구정 백야'까지 막장 대모이자 시청률의 여왕으로 안방극장에 군림했다.
임성한 작가는 일명 '욕하면서 보는' 막장 드라마의 장을 연 장본인이다. 다른 작가들과 차별화되는 파격적 이야기들은 시청자들에게 적지 않은 충격을 안겼다.
결코 짧지 않은 열 여덟 해. 임성한 작가는 이로 인해 온갖 구설수에 시달렸지만 끝까지 자신만의 방식을 고수해왔다. 그를 떠나보내는 지금, '임성한표' 드라마를 구축했던 그의 세계관을 돌아봤다.
(사진=방송 캡처)
◈ 죽고 사라지고…'임성한표' 살생부임성한 작가의 살생부는 2013년 드라마 '오로라 공주'에서 정점을 찍었다. 당시 멀쩡히 출연 중이던 배우들이 잇달아 사망, 이민 등의 설정으로 하차 수순을 밟았다.
이 과정을 통해 주인공 오로라(전소민 분)의 가족들은 모두 사라지고, 남자주인공 황마마(오창석 분)마저 교통사고로 사망한다. 일각에서는 이들의 죽음을 두고 개연성이 부족하며 납득 불가능하고 황당하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은퇴작인 '압구정 백야'에서도 시청자들은 살생부의 불안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주연인 조나단(김민수 분)이 조직폭력배들에게 맞아 죽은 것을 시작으로, 등장인물들이 죽음 직전의 위기까지 가거나 죽음을 앞둔 분위기를 풍기고 있다는 것이다.
종영을 얼마 남겨 놓지 않은 상황에서 임성한 작가가 또 다시 살생부를 발동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진=MBC 공식홈페이지 캡처)
◈ 늘리고 또 늘리고…'임성한표' 연장1998년 '보고 또 보고'부터 임성한 작가는 연장을 계속해왔다. 1~2회 정도의 연장이 아니라 수십 회에 이르는 연장이 대부분이었다.
2005년 '하늘이시여'는 50회 종영 예정이었지만 연장을 거듭해 85회로 연장됐다.
'오로라 공주'와 '압구정 백야'에서도 임성한 작가의 연장 요구는 계속됐다. '오로라 공주'의 경우 120회 분량이 150회로 연장됐고, '압구정 백야' 역시 마찬가지로 120회에서 149회로 연장이 결정됐다.
유례 없는 연장 요구가 계속되자 시청자들은 연장 반대 서명 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사진=방송 캡처)
◈ 무속신앙부터 기상천외 대사까지…'임성한표' 초현실지난 18년 동안, 임성한 작가는 무수한 명대사와 명장면을 남겼다.
그 중 두고 두고 회자되는 것은 바로 2011년 '신기생뎐'의 아수라 회장(임혁 분)의 빙의 장면. 그가 눈으로 레이저빔을 쏘며 병명을 진단하는 이 장면은 임성한 작가를 잘 모르는 이들도 알 정도로 유명세를 탔다. 물론, 그만큼 논란도 거셌다.
무속신앙에 대한 임성한 작가의 깊은 관심은 곳곳에 나타난다. 후반부 작품에서 그는 빙의, 유체이탈 등의 설정을 빈번히 이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