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픔만큼 성숙해졌네?' 롯데와 한화는 지난 12일 사직 경기에서 빈볼에 이은 벤치 클리어링 사태를 벌인 이후 상승세를 타고 있다. 사진은 당시 그라운드 대치 상황 때의 롯데 선수들과 김성근 한화 감독(가운데)의 모습.(자료사진=롯데, 노컷뉴스)
'2015 타이어뱅크 KBO 리그' 초반 단연 화제는 롯데-한화의 '빈볼 시비'였다. 지난 12일 사직 경기에서 두 팀이 벌인 벤치 클리어링 사태는 이른바 빈볼 때문었다.
감독까지 나서는 이례적인 상황에 갈등은 커졌다. 해당 선수와 심판의 인터뷰까지 나오는 등 관심이 집중됐다. 이종운 롯데 감독의 사과 등으로 논란은 일단락됐다.
'빈볼 논란' 이후 2주가 지났다. 과연 두 팀은 해당 사건 이후 어떤 행보를 보였을까. 과연 그라운드 대치 상황이 영향을 미쳤을까.
공교롭게도 두 팀 모두 '빈볼 논란' 이후 상승세를 타고 있다. 시즌 초반이긴 하지만 나란히 상위권에 올라 팬들을 흥분시키고 있다. 롯데는 27일 현재 3위(13승10패)를 달리고 있고 한화가 12승10패, 4위로 뒤를 잇는다.
'같이 잘 하자' 한화 선수들이 26일 SK와 주말 3연전을 싹쓸이한 뒤 하이파이브를 하는 모습(위)과 롯데 강민호(아래 오른쪽)가 26일 삼성 윤성환을 상대로 홈런을 날린 뒤 동료들과 기뻐하는 모습.(자료사진=한화, 롯데)
특히 지난 주말 나란히 홈 3연전을 휩쓸었다. 롯데는 '디펜딩 챔피언' 삼성에, 한화는 우승후보 SK에 싹쓸이 3연승했다. 각각 상대팀을 상대로 5년과 9년 만에 거둔 스윕이다. 그만큼 두 팀의 기세가 대단하다. 두 팀은 나란히 지난주 4승2패로 넥센, 두산과 함께 가장 좋은 성적을 냈다.
롯데는 '빈볼 시비' 이후 11경기 6승5패, 5할 승률을 넘겼다. 그러나 불안한 불펜으로 인한 허무한 역전패에도 흔들리지 않았다. 더욱이 삼성과 3연전을 잡아내면서 사기가 오를 대로 올랐다.
한화의 기세는 더하다. 그때 사건 이후 10경기 7승3패 가파른 오름세다. 더욱이 주말 SK와 3연전을 접전 끝에 모두 잡아내 팀 사기는 하늘을 찌른다. 빈볼 사건 이후 첫 주 3승1패의 분위기를 이어갔다.
하지만 두 팀 선수들은 최근 상승세가 빈볼 논란과는 무관하다며 의연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무관심의 집중력이 원동력이라는 것이다.
롯데 주장 최준석(32)은 "빈볼은 물론 최근 공인구 반발계수 논란까지 있었다"면서 "어떻게 보면 억울할 만도 하다"고 운을 뗐다. 이어 "하지만 선수들 전체가 개의치 않고 다 열심히 해서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면서 "여기에 지난해 좋지 않은 것들도 빨리 잊고 기분좋고 활기차게 경기를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다시 붙어보자' 최근 롯데의 상승세를 이끄는 주장 최준석(왼쪽)과 한화 불펜의 핵심 좌완 권혁.(자료사진=롯데, 한화)
한화 역시 마찬가지다. 최근 한화 돌풍의 주역 좌완 권혁(32)은 "빈볼 논란이 있었는데 전혀 의식하지 않고 있다"면서 "지난해보다 끈끈해진 팀 컬러로 매일같이 기분좋게 야구하고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벤치 클리어링은 갈등상을 빚어 볼썽사납다는 의견이 많다. 그러나 야구는 물론 다른 종목에서도 스포츠의 일부분으로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또 그라운드 대치 상황은 종종 선수들의 결집을 이끄는 순작용도 있다.
지난해 LG도 시즌 초반 한창 좋지 않았을 때 한화와 벤치 클리어링이 일었는데 일부러 단결의 계기를 마련하려 했다는 의견도 있었다. 결국 LG는 우여곡절을 딛고 가을야구에 진출했다. 최근 잦은 벤치 클리어링 사태를 빚었던 메이저리그 캔자스시티도 12승6패 30개 팀 중 전체 4위를 달리고 있다.
일단 롯데-한화의 그라운드 대치는 지금까지는 '윈-윈'으로 흘러가고 있다. 다음 달 1일부터 대전에서 시작되는 주말 3연전 재격돌이 벌써부터 흥미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