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 (사진=윤창원 기자)
4.29재보궐 선거에서 새누리당은 텃밭 사수에 성공한 반면, 새정치민주연합은 광주와 관악의 텃밭을 모두 내줬다.
선거를 보름여 앞두고 여권 실세들의 이름이 적힌 이른바 '성완종 리스트'가 공개되면서 새정치민주연합에는 '호재'가 될 것이라는 기대가 많았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자, 새정치연합 '전패'라는 처참한 결과를 가져다 줬다.
◇ 성완종 바람(風) 일으키기에 부족… 초미니 선거
故 성완종 경남기업 전 회장 (사진=윤성호 기자)
성완종 리스트 파문이 선거에 영향을 미치기에는 이번 재보궐 선거의 규모가 너무 적었다는 평가다.
총선이었다면 성완종 리스트 파문이 크게 확산됐겠지만 이번 재보궐선거의 경우 단 네 석이 달린 '초미니 선거'로 판세를 바꿀만한 바람(風)을 일으킬 만한 조건은 아니었다는 것이다.
김갑수 한국사회여론연구소 대표는 "의석이 4개에 불과한 미니 재보궐 선거였기때문에 반드시 '정권을 심판해야 한다'는 정서가 반영되기에는 한계가 있던 선거였다"며 "기본적으로 야당의 정권 심판론 자체가 파고들 틈 자체가 크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또 재보궐 선거의 낮은 투표율도 야권이 힘을 내지 못한 원인으로 꼽힌다. 이번 재보궐 선거의 경우 여느 재보궐 선거의 경우보다는 투표율이 높았다고는 하지만 30% 중반대로 지역주민 10명 가운데 3명만이 투표에 참여한 꼴이다.
투표율이 낮다는 것은 '조직표'가 선거 결과를 좌지우지 한다는 것인데, 조직표에서는 여당이 앞서기 때문에 재보궐 선거의 경우 여당이 유리하다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 정권 심판보다 야권 심판… 野 vs 野 싸움에서 패배
왼쪽부터 정동영 국민모임 인재영입위원장과 천정배 의원 (자료사진)
특히 이번 선거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 중 하나인 '야권 분열' 변수는 성완종 리스트 파문도 상쇄시킨 것으로 확인됐다.
관악과 광주라는 새정치연합의 '텃밭'에 정동영·천정배라는 두 거물 정치인이 무소속으로 출마하면서 이번 재보궐 선거는 애초에 '여 vs 야'가 아닌 '야 vs 야'의 경쟁 구도였다.
성완종 리스트 파문으로 새정치연합에 대여공세를 강화할 명분이 마련됐지만 야권 분열의 벽을 넘지는 못한 셈이다.
이에 대해 이번 선거를 통해 민심은 '정권 심판' 보다는 '야권 심판'을 했다는 분석도 있다.
용인대 최창렬 교수는 "광주에서의 패배는 친노에 대한 심판을 의미하는 것이다. 대통령 측근이 연루된 비리 의혹이 터졌지만 야당 심판론이 더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윤태곤 의제와전략그룹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조영택 후보는 노무현 정부 때 국무조정실장을 지냈었고, 정태호 후보는 문재인 대표의 최측근이면서 이해찬 의원의 전 보좌관 출신이기도 한 대표적 친노다"라며 "이번 선거를 통해 친노를 심판한 것이다"고 설명했다.
◇ 물타기에 휘말린 문재인, 당 내 불협 화음도 원인
권노갑 새정치민주연합 상임고문이 지난 7일 오전 서울 동작구 국립현충원의 故 김대중 전 대통령 묘역에에서 참배를 마친 후 취재진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윤성호 기자)
이외에 성완종 리스트 파문에 대한 새누리당의 물타기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서 전략적으로도 실패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성완종 리스트'가 공개됐을 때 새정치연합은 친박비리게이트 대책위원회를 꾸리는 등 발빠르게 대처했지만 새누리당이 성 전 회장이 참여정부에서 두 번의 특별 사면을 받았다는 점을 부각시키며 역공을 가하자 그때부터 새정치연합의 대응이 꼬였다.
문재인 대표는 특별 사면은 법무부의 소관이라고 했다가 법무부가 반박하는 일이 벌어지는 등 해명이 명쾌하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