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9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서 새정치민주연합이 참패하면서 문재인대표가 궁지에 몰려있다. 일부에서는 사퇴론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선거 참패 책임을 당대표에게 추궁하는 것이 잘못은 아니지만 대표 취임후 80일만에 치러진 보궐선거 참패가 당대표의 거취 문제까지 거론될 정도인지는 의문이다.
이번 보궐선거와 관련해 새정치민주연합에서 문재인대표에게 돌을 던질 수 있는 사람은 없다.
당대표가 직접 나서서 이토록 열심히 선거 지원에 나선 적이 없고 후보자를 제외하고 문재인 대표보다 열심히 선거지원을 한 당내 인사는 단 한명도 없기 때문이다.
특히 선거 패배이후 지도부 책임론을 들고 나오고 문재인 대표 사퇴를 압박하고 있는 사람들은 더욱 그렇다.
광주 서구을 보궐선거만 놓고 봤을때 참패의 원인은 새정치민주연합에 대한 배신감과 서운함의 표출이고 새정치민주연합의 오만함에 대한 광주시민의 엄중한 경고이다.
새정치민주연합에 대한 배신감과 서운함은 노무현정부의 호남차별부터 시작됐고 광주 사람들은 그 중심에 문재인대표가 있었다고 믿는다.
그러나 이런 감정은 문대표가 대선후보 당시 여러차례 사과하면서 희석됐고 당내에서 가장 높은 대중적 지지도를 기반으로 2월 전당대회에서 당대표가 되면서 사실상 사라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반 문재인 인사들에게 술자리 안주거리로는 여전히 유효하다.
광주시민들의 가슴속에 아직 사라지지 않고 있는 더 큰 앙금은 김한길·안철수 체제에서 자행된 광주의 전략공천이다. 지방선거에서 유독 광주시장후보만 경선없이 전략공천하고 곧이어 7.30재보선에서 광주 광산을에 권은희를 전략공천하면서 이 땅의 민주주의를 선도해 왔다고 자부해온 광주를 욕보이고, 광주시민들은 새정치민주연합의 오만함에 큰 상처 받았다.
여기다 광주지역국회의원들에 대한 불신과 반감이 더해져 광주의 반 새정치민주연합정서는 극에 달했다.
광주지역국회의원들은 선거때만 지나면 지역발전이나 시민들의 애환은 아랑곳 하지 않는다. 민주당 공천만 받으면 돼기 때문이다. 이런 광주국회의원들에 대한 광주시민들의 감정은 실망감을 넘어 분노에 가깝다. 다음 총선에서는 한명도 남김없이 전원 교체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이번 서구을 보궐선거 과정에서도 이런 모습은 어김없이 재연됐다.
문재인 대표가 후보선거사무실에서 최고위원회를 열고 수시로 광주를 방문한 탓에 어쩔 수 없이 선거 지원에 나섰지만 진정성이나 절실함, 겸손함은 찾아 볼 수 없어 득표에 큰 도움이 되지 않았다는게 캠프 관계자들의 생각이다.
강기정의원의 경우 자신의 계보인 김영남 광주시의원이 조영택후보에게 등을 돌리고 천정배후보에게로 옮겨가 당에서 제명조치 당하는 사태를 당하는 사태조차 수습하지 못한 것과 관련 구구한 말들이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문재인 대표가 출근길 시민들에게 고개 숙여 끊임없이 절을 해대는 옆에서 광주지역 국회의원들은 손만 흔들고 있더라"라는 소문이 퍼지면서 광주지역 국회의원들의 선거지원은 오히려 감표 요인이 됐다는 얘기도 나온다
여기다 광주서구을은 민주당 한명숙체제에서 통진당과 연합공천으로 민주당이 무공천했던 지역으로 당 조직이 약하고 당원들의 불만이 많았다는 점 또한 선거 패배의 한 원인이다.
정체성없는 야권통합이나 연합공천은 제 1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에게는 약이 아니라 독일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 이번에 사실로 입증됐다.
이런 불만들이 오랬동안 누적된 상황에서 천정배라는 지명도 있는 인물이 나타나 광주정치를 바꾸고 호남정치를 살려내겠다는 기치로 깃발을 들자 광주 서구을 유권자들은 물고기가 물을 만난 셈이 됐다.
"저는 오직 여러분의 뜻을 따르고 대변했을 뿐입니다"는 천정배후보의 당선 소감을 새정치민주연합은 새겨들을 필요가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광주시당 한 관계자는 “이번 서구을 보선 패배의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문재인대표는 아니다. 문대표가 광주 서구을 보선에 쏟은 열정과 노력만큼은 정당하게 평가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문재인이 낮은 자세로 광주시민들에게 다가가면서 이번 보선을 통해 광주시민들이 문재인을 다시 보게되는 계기가 됐다"고 덧붙였다.
4.29 보선 패배로 새정치민주연합은 최대의 위기에 처해있다. 위기에 대처하는 방법은 많지만 지금 일각에서 제기되는 80일된 지도부 퇴진론은 결코 현명한 대책이 될 수 없다.
"위기가 닥치면 새누리당은 하나로 뭉치는데 새정치연합은 헐뜻고 분열한다"는 한 당원의 말을 새겨 들을 필요가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