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탕이나 여탕이나 도찐개찐?' 2014-2015시즌 여론의 질타를 받았던 김영기 KBL 총재(왼쪽). 오른쪽 사진은 지난해 7월 김 총재의 취임식에 참석한 신선우 WKBL 사무총장의 모습.(자료사진=KBL)
프로농구(KBL)는 지난 2014-2015시즌 홍역을 겪었다. 농구 인기 부활을 위해 김영기 총재(79)가 의욕적으로 추진한 사안들이 현장과 불협화음을 내면서 거센 여론의 질타를 받았다. 시즌 뒤 김 총재는 "뼈저린 반성을 하겠다"면서 다음 시즌 개선을 약속했다.
최근 한 언론사가 주최한 농구 발전 포럼에서도 심도 깊은 논의가 이뤄졌다. 그러나 KBL의 문제점에 대한 의견이 대부분이었다.
그렇다면 과연 여자프로농구(WKBL)는 제대로 운영되고 있는 것일까. KBL 못지 않게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신임 총재 선임을 앞두고 한국여자농구연맹(WKBL) 역시 달라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FA 등 구시대적 제도 한가득"FA(자유계약선수) 등 뜯어고쳐야 할 부분들이 적잖다는 지적이다. 한 구단 관계자는 "선수들이 팀을 자유롭게 선택하자는 취지의 FA 제도인데 지금으로서는 현 소속팀을 벗어날 방법이 없다"고 강조했다.
지난 시즌 FA 자격을 얻은 16명 중 은퇴한 2명을 빼고 전원이 잔류했다. 선수들의 이동이 있어야 전력 보강 등의 변수가 나오지만 제 자리에만 있으니 재미가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현재 WKBL은 몸값과 공헌도에 관계 없이 FA를 영입한 팀은 보상금 또는 보상 선수를 내줘야 한다. 보상금보다는 선수를 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FA 영입이 쉽지 않다. 대형 선수가 아니라도 보호 선수 외에 다른 선수를 내줘야 하는 까닭에 FA는 언감생심이다.
'우리가 어디 가겠어요?' 2014-2015시즌 뒤 원 소속팀과 FA 계약을 맺은 국민은행 변연하, 신한은행 신정자, 하나외환 김정은(왼쪽부터, 자료사진=WKBL)
정상급 선수라 해도 원천적으로 영입이 막히는 경우도 있다. 원 소속팀에서 연봉 상한선인 3억 원을 제시하면 해당 FA는 다른 팀으로 갈 수 없다. 같은 연봉 상한선이라면 원 소속팀이 우선권을 갖기 때문이다. 노예 계약이라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재계약이 불가한 외국인 선수 제도도 문제라는 의견이다.
WKBL 수뇌부가 달라져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한 구단 관계자는 "WKBL의 발전보다는 무사안일로 가려는 게 문제"라면서 "예전부터 실무를 잘 모르는 인사들이 연맹을 이끌어왔기 때문에 제도도 바뀌지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신선우 WKBL 사무총장, 연임설 '솔솔'특정 인사가 WKBL을 쥐락펴락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총재가 없는 상황에서 호가호위(狐假虎威)의 상황이 펼쳐진다는 얘기다.
WKBL은 최경환 6대 총재가 경제부총리로 입각하면서 지난해 7월 사임한 이후 수장 자리가 공석이다. 신선우 사무총장이 총재대행을 맡아 오는 6월까지 임기를 채우고 있다. 최 총재는 집권 여당 실세로 입각 이전부터도 사실상 실무를 맡아보기가 쉽지 않았다.
때문에 신 총장의 비중이 컸고, 이에 따른 비판 여론이 있었다. 신 총장이 최 총재와 두터운 친분을 앞세워 독선과 전횡을 벌이고 있다는 것이었다. WKBL 6개 회원사는 모두 금융권으로 경제부총리의 눈치를 봐야 하는 까닭에 신 총장을 제어할 장치는 없었다.
이른바 신선우 사단인 KBL 이지승 전 SK 코치가 2013년 8월 존스컵 대표팀 코치에 선임된 게 대표적이다. 여기에 심판위원장 선임과 판정 시비도 논란이 됐다.
이런 가운데 신 총장의 연임설이 슬슬 나오고 있다. 통상 WKBL 수뇌부는 총재 거취에 따라 결정되기 마련이다. 그러나 신 총장은 최 부총리의 후광을 업고 3년 임기를 더 채울 것이라는 소문이 들린다.
신 총장은 최근 케이티와 KGC인삼공사 등 KBL 사령탑 복귀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이들 팀은 다른 인물들을 선임했다. 이런 상황에서 신 총장이 WKBL 집행부 임기를 한번 더 맡으려는 모양새다. 한 KBL 관계자는 "신 총장의 별명인 신산(神算)은 농구가 아니라 정치적인 면에서 합당한 것 같다"고 꼬집기도 했다.
▲"실세 최경환의 남자도 필요하다" 의견도WKBL은 6월 이전 신임 총재를 선임한다는 계획이다. 최 부총리는 지난해 7월 사임 이후에도 WKBL 명예총재를 맡아 여자농구에 대한 인연의 끈을 놓지 않았지만 다시 수장에 오르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그러나 아직까지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올스타전 등 각종 행사에 참석하며 여전한 애정을 드러냈다. 지난해 인천아시안게임 금메달 축승연 때는 대표팀 상금을 2억 원에서 3억 원으로 올려줄 것을 약속했고, 그대로 이뤄졌다. 서슬이 푸른 경제부총리의 입김을 회원사들이 거스르기는 어렵다.
'아직도 총재?' 지난해 인천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따낸 여자농구 대표팀의 축승회 때 최경환 WKBL 명예총재(가운데)가 선수들에게 포상금 3억 원을 약속하고 있는 가운데 신선우 WKBL 사무총장이 뒤쪽에 서 있는 모습.(자료사진=노컷뉴스)
이런 가운데 일각에서는 총재가 누가 오든 실무를 총괄할 사무총장은 공정하게 뽑아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전시성 행정이 아닌 여자농구의 진정한 발전을 위해 뛸 참신한 인물을 경선을 통해 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 농구인은 "자리 보전을 위한 운영이 아닌 여자배구에도 밀리는 WKBL의 위기를 극복하고 여자 농구 저변 확대를 위한 플랜이 나와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만 현 상황에서는 최 부총리의 힘이 남아 있는 만큼 신 총장의 존재감도 필요하다는 의견 역시 공존한다. 한 구단 관계자는 "전임 김원길 총재가 실세에서 벗어난 이후 WKBL이 어려웠는데 최 부총리와 신 총장이 오면서 지원 등에서 확실히 나아진 부분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WKBL 관계자는 "FA와 외국인 선수 제도 등은 모두 6개 구단 사무국장의 협의 하에 진행된 부분"이라면서 "WKBL이 좌우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고 해명했다. 이어 "어느 제도든 사각지대가 있기 마련이고, 차츰 발전하는 과정 속에 진행 중이니 지켜봐 달라"고 강조했다.
과연 무관심 속에 진행되고 있는 WKBL의 총재와 집행부 선임 과정이 어떤 결론에 이를까. 최 부총리는 7일 각 구단 감독과 코치진, 대표 선수들과 만찬을 갖는다. 여기에서 향후 3년을 책임질 WKBL의 미래가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