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경남도지사 (사진=윤성호 기자/자료사진)
'성완종 리스트' 검찰 특별수사팀이 홍준표 경남지사를 소환하기로 하면서 검찰이 휘두를 창과 홍 지사가 막고 나설 방패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성완종 리스트'에 오른 8명 중 첫 번째 소환인 만큼 결과에 따라 수사팀의 전체 수사 일정이 탄력을 받거나 또는 첫 발부터 헤맬 수 있기 때문이다. 홍 지사에게는 정치적 생명이 걸린 한 판 승부이기도 하다.
홍 지사는 지난 2011년 당시 한나라당 대표 경선에 출마하며 경남기업 고 성완종 회장으로부터 1억원을 받은 혐의로 오는 8일 피의자 자격으로 검찰에 출석한다.
홍 지사는 소환을 앞둔 6일 기자들을 만나 "이 사건은 망자와의 진실게임"이라고 밝혔다. 홍 지사는 지난달 30일에도 같은 말을 하며 이 사건을 성 회장과 자신의 진실게임으로 규정했다.
홍 지사의 이같은 발언은 1억원을 전달했다고 주장했지만 이미 숨져 추가진술이 불가능한 성 회장과 자신을 일대일 구도로 놓고 성 회장 주장의 신빙성을 무너뜨리려는 의도로 보인다.
실제로 홍 지사는 성 회장이 남긴 메모, 이른바 '성완종 리스트'는 "반대신문권이 보장되지 않기 때문에 증거로 삼기 어렵다"며 반박이 불가능한 고인의 일방적인 주장만 있을 뿐이라고 밝혔다.
홍 지사는 또 "성 회장의 메모나 녹취록은 특신상태(특별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에서 작성된 것이 아니므로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는 말도 덧붙였다.
성 회장이 숨지기 전 앙심으로 품거나 흥분한 상태에서 메모와 녹취를 남겼기 때문에 "진술이 신빙할 수 있는 상태 하에서 행해졌음이 증명된 때에 한해 증거로 할 수 있다"는 형사소송법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홍 지사는 1억원 전달책으로 지목된 전 경남기업 부사장 윤모씨의 진술도 문제 삼고 있다.
홍 지사는 "사건 초기부터 윤씨는 검찰의 적극적인 협력자였다"며 "(검찰이) 증인을 관리통제하면서 한 달 이상 진술조정을 해왔다"고 지적했다.
검찰이 핵심증인인 윤씨로부터 '홍준표에게 1억원 전달'이라는 간단한 진술을 얻어내지 못하자 사건 초기부터 관리하며 원하는 진술을 확보했다는 말로 들린다.
홍 지사는 그러면서 당초 해외자원개발 비리 의혹 수사 당시 성 회장은 1억원이 윤씨에게 준 생활자금이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며 이것이야말로 "증거능력이 있는 성 회장의 마지막 진술"이라고 강조했다.
결국 윤씨의 증언을 배제한 채 이미 숨진 성 회장의 메모와 녹취록의 증거능력을 문제 삼는 것이 검찰의 창에 맞서는 홍 지사의 방패인 셈이다.
홍 지사는 "우리도 대응할 준비를 다 갖추고 있다"며 "검찰에 나가서 실체적 진실이 뭔지 검찰과 함께 밝혀야 할 것이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이에 맞서는 수사팀은 윤씨로부터 1억원 전달에 관한 진술을 이미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나라당 대표 경선 당시 윤씨가 부인이 운전하는 차를 타고 국회 의원회관 지하주차장에서 홍 지사에게 돈을 건넸다는 것이다.
수사팀 관계자는 "1차적으로 윤씨를 상대로 확인이 필요한 사안에 대해서는 모두 확인했다"며 의미 있는 진술과 증거를 상당 부분 확보했음을 시사했다.
수사팀은 이와 관련해 문제가 되는 시점에 홍 지사와 성 회장, 윤씨, 홍 지사의 측근들의 동선과 경남기업 비자금의 출납 현황, 관련자들의 통화기록 등을 상세히 복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팀은 성 회장의 진술을 확보할 수 없는 상황에서 성 회장에 버금가는 인물의 진술과 객관적 자료를 통해 사건을 복원하고 재현해야 기소가 가능하다는 입장을 초기부터 유지해왔다.
'성완종 리스트'와 성 회장의 녹취의 증거능력을 문제에 대해서도 수사팀은 "검사는 수사를 하는 법률가"라며 홍 지사의 주장을 일축하고 있다.
형사소송법 제314조는 사망 질병 외국거주 소재불명과 이에 준하는 사유로 인해 진술할 수 없을 때는 조서 및 그 밖에 서류를 증거로 할 수 있다며 다만 그 진술 또는 작성이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에서 행해졌음이 증명돼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수사팀은 성 회장이 앙심을 품거나 흥분한 상태가 아니라 객관적인 사실을 바탕으로 리스트와 녹취를 남겼다는 정황과 증거를 제출하며 홍 지사를 공략할 것으로 예상된다.
수사팀이 홍 지사의 눈 앞에서 꺼내 들 '숨겨둔 카드'에도 관심이 모인다. 지금까지 외부에 공개된 수사 상황은 극히 일부라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이다.
수사팀 관계자는 "수사 진행 상황에 관심 있는 분들이 의외로 많다"며 '성완종 리스트'에 직간접적으로 이해관계를 갖는 인사들이 수사 상황을 세세하게 지켜보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