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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끝작렬] 직접 도전한 '쇼미더머니', 참가자가 봉이니?

기자수첩

    [뒤끝작렬] 직접 도전한 '쇼미더머니', 참가자가 봉이니?

    열악한 환경·기약 없는 기다림…"인내심 한계 경험"

    노컷뉴스의 '뒤끝작렬'은 CBS 기자들의 취재 뒷 얘기를 가감없이 풀어내는 공간입니다. 전방위적 사회감시와 성역없는 취재보도라는 '노컷뉴스'의 이름에 걸맞은 기사입니다. 때로는 방송에서는 다 담아내지 못한 따스한 감동이 '작렬'하는 기사가 되기도 할 것입니다. [편집자 주]

    Mnet 힙합 서바이벌 프로그램 '쇼미더머니4(이하 쇼미더머니)'는 지난 4월 1일부터 한 달간 참가 신청을 받았다. 때마침 여성 래퍼들이 실력을 겨뤘던 '언프리티랩스타'가 대박을 치며 힙합이 그야말로 '대세'로 떠오른 상황. 평소 동네에서 랩 좀 한다는 소리를 듣는 기자는 결심했다. '쇼미더머니'에 직접 지원해 힙합의 열기를 느껴보기로.

    (사진=Mnet '쇼미더머니4' 티저영상 캡처)

     

    ◇ 랩 동영상 찍고 지원 버튼 꾹!…랩스타를 꿈꾸며

    바쁘다는 핑계로 신청을 차일피일 미루다 신청 마지막 날을 앞두고서야 Mnet 어플리케이션인 '엠넷스타'를 다운로드 받았다. 기본 신상정보를 입력하고 지원 버튼을 눌렀다. 아뿔싸! '쇼미더머니'에 지원하려면 랩을 하는 모습이 담긴 동영상을 업로드해야 했다.

    자작랩을 하기엔 시간이 부족했다. 순간 "무슨 랩을 하지?"라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그냥 가장 자신 있는 랩을 하자"는 생각으로 노래방에서 친구들과 자주 불렀던 다이나믹듀오의 '고백'을 택했다. 그렇게 부랴부랴 핸드폰을 모니터에 기대고 동영상을 촬영한 뒤 '쇼미더머니' 지원을 마쳤다. "설마…떨어지진 않겠지?"

    "쇼미더머니4 1차 오디션 안내. 5월 10일 일요일 오전 7시. 인천 남동체육관" "1차 오디션은 무반주로 진행됩니다".

    약 일주일 뒤 한 통의 문자가 왔다. '쇼미더머니' 1차 오디션에 대한 안내문이었다. 내가 찍은 동영상이 최악은 아니었구나 싶어 괜히 어깨가 으쓱해졌다. 한편으론 걱정도 됐다. 오전 7시까지 인천에 어떻게 가나 하는 생각 때문이었다.

    오디션 당일이 됐다. 아침 일찍 일어나 부랴부랴 가방을 들고 집을 나섰다. 한동안 쓰지 않아 먼지에 덮여있던 힙합 스타일 모자도 챙겼다. 버스에 앉아 수첩을 꺼내 랩 가사를 끄적이기 시작했다. 창문을 보며 가사를 떠올리는 내 모습이 마치 영화 '8마일'의 에미넴 같아 기분이 묘했다.

    지난 10일 인천남동체육관에서 Mnet '쇼미더머니4' 1차 오디션이 진행됐다.(사진=김현식 기자)

     

    ◇ 참가자 수천 명 운집…번호표 받는 데만 4시간 30분

    오디션이 열릴 인천 남동체육관 앞에 내렸다. 체육관 곳곳에 '쇼미더머니'가 쓰인 대형 현수막이 걸려있는 걸 보니 가슴이 뛰었다. 도전기를 써보자는 마음으로 지원했지만, 꽤 진지하게 오디션에 임할 각오였다.

    참가자들은 일찌감치 현장에 도착해 있었다. 친구들과 함께 지원한 참가한 이들이 가장 많았고, 여성 참가자 비율이 상당히 높다는 점이 눈길을 끌었다. 역시 '언프리티 랩스타'의 영향인 듯했다.

    교복을 입고 온 학생들, 군복을 입고 온 군인 참가자들도 있었다. "오늘 일요일인데…왜?"라는 의문이 들었지만, 제작진이 그들에게 인터뷰를 요청하는 걸 보며 "그래 오디션은 튀어야 살아남지"라는 생각에 고개가 끄덕여졌다.

    "쇼미더머니 우승을 기원합니다! OO전문학교 실용음악학과".

    스타를 꿈꾸는 학생들을 유치하기 위한 전문학교 관계자들의 움직임도 분주했다. 이들은 천막을 쳐놓고 홍보 전단을 나누어 주며 학생 참가자들을 찾아 현장을 이곳저곳 누볐다.

    오전 7시 30분. 이곳저곳 둘러보다 보니 시간이 꽤 흘렀다. 번호표를 받기 위해 줄을 서려 했는데, 끝이 안 보일 정도로 참가자가 많았다. 줄은 남동체육관과 한참 거리가 있는 텃밭 옆길까지 이어져 있었다.

    그리고 이때부터 기약 없는 기다림이 시작됐다.

    아무 생각 없이 앞에 있는 참가자의 등을 보며 터벅터벅 걸었다. 약 1시간 30분이 지난 후에야 다시 남동체육관이 시야에 들어왔고, 오전 9시가 돼서야 체육관 앞에 들어설 수 있었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체육관 앞 광장에는 줄이 꼬불꼬불 이어져 좀처럼 빠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오전 10시. "에잇 그냥 가자!" 기다림에 지친 몇몇 참가자들이 현장을 떠났고, 설렘에 들떠 있던 참가자들의 말수는 점점 줄었다. "시즌1부터 지원했는데 발전이 하나도 없어!" 기다림에 지친 한 참가자의 짜증 섞인 말에 공감이 갔다. 대기 시간이 길어도 너무 길었다.

    뜨거운 날씨에 등에 땀은 주르륵 흘렀고, 목이 마르고 배가고파왔다. "물 팔아요. 천원입니다" "빵도 있습니다" 마치 이 상황을 예상했다는 듯 현장을 찾은 장사꾼들은 기다림의 지친 참가자들을 유혹했다. 이후 약 2시간을 더 기다렸다. 광장 앞을 5~6번 뺑뺑 돌았고, 주차장을 쭉 돌고 나서야 안내 데스크가 내 앞에 있었다.

    오전 11시 50분. 안내 데스크 창구는 고작 5군데 정도뿐이었다. "수천 명을 모아놓고 이렇게 적은 인원으로 뭐하는 거지?" 갑자기 화가 밀려 왔지만, 드디어 번호표를 손에 쥐었다는 기쁨이 더 컸다.

    3XXX번. 약 4시간 30분을 기다려 기자가 받아 낸 참가번호였다.

    참가번호를 고생끝에 손에 넣었다.

     

    ◇ 기약 없는 기다림·열악한 환경…참가자는 봉?

    기쁨도 잠시. 한 경호원에게 "저기…어디서 기다리면 되죠? 3천번 대는 언제해요?"라고 물었다.

    돌아온 대답은 "여기 앞에서 대기하시면 되고요. 이제 1조 시작했어요. 300명 정도씩 들어가고 참가자 분이 언제하게 될지는 정확하게 몰라요"였다.

    다시 기약 없는 기다림이 시작된 것이다. 대기 장소도 없었다. 참가자들은 그늘을 찾아 하나둘 자리를 잡았고, 땅바닥에 앉아 휴식을 취했다. 버려진 박스를 깔고 누워 잠을 자는 참가자들도 많았다.

    "자장면 시키신분?" "햄버거 주문하신 분?" 남동체육관 인근에 식당이 없다보니 벌어진 풍경이다. 그들은 바닥에 앉아 그렇게 끼니를 때웠다.

    말 그래도 열악한 환경. 하지만 참가자들의 열정은 대단했다. 식사도 거른 채 준비한 벽을 보고 랩 연습을 하는 참가자들도 눈에 띄었다. 그 모습을 본 기자도 다시 의지를 불태워 연습을 시작했다.

    오후 2시. 화장실에 가기 위해 체육관 2층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참가자가 워낙 많은 탓에 화장실도 긴 기다림 끝에 이용할 수 있었다. 그때 경호원 몰래 체육관 안으로 들어서는 참가자들이 눈에 들어왔다. 기자도 그들을 따라 체육관 안으로 들어갔다.

    실내에선 오디션이 한창 진행 중이었다. 의자에 앉아 그 모습을 지켜봤다. "이런 신세계가 있다니! 진작 들어올 걸" 하지만 곧 경호원에게 쫓겨났다.

    "몇 번이세요?"
    "저 3XXX번…"
    "3천번 대는 나가서 기다리세요"

     

    ◇ 랩실력? 참가자에게 필요한 건 '인내'

    오후 4시. 체력과 함께 핸드폰 배터리도 방전됐다. "에라 모르겠다"는 생각에 체육관 밖으로 향했다. 15분 정도를 걷고 난 뒤 편의점을 발견했다. 또 한 발 늦었다. 이미 배터리 충전기는 다른 참가가들이 차지하고 있었고, 김밥, 도시락류는 모두 동이 나있었다.

    간단히 컵라면으로 끼니를 때우고 다시 걷기 시작했다. 약 10분을 더 걸고 나니 번화가가 보였다. 핸드폰 충천을 위해 카페를 찾아 자리를 잡았다. 이곳에도 이미 갈 곳 없는 참가자들이 먼저 와 있었다.

    오후 6시. 카페에 있던 참가자들이 하나둘 자리를 뜬다. "혹시 내 순서 지난 거 아냐?".

    부랴부랴 다시 남동체육관으로 향했다. 하지만 2천 번대 참가자들이 바닥에서 곤히 자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니 허무했다. 그리고 기자도 벽에 기대 눈을 붙였다.

    오후 7시. 이건 아니다 싶어 다시 몰래 체육관 안으로 진입했다. 체육관 안에는 이미 많은 참가자들이 자리를 잡고 앉아 있었다. 의자를 침대 삼아 잠을 청하는 이들이 많았고, 몇시간 전 이 곳을 지키던 경호원도 보이지 않았다.

    "지금 몇 번 하고 있어요?" 옆에 앉은 참가자에 물었다. "지금 천 2백번 대쯤 하고 있어요". 망치로 머리를 한 대 맞은 듯 했다. 도대체 난 언제 할 수 있지? 인내심이 한계에 달했다. 이후 오디션 과정을 지켜봤다. 300명으로 구성된 한 그룹당 대략 1시간이 조금 넘게 소요됐다.

    오후 8시 20분. "다음 오디션은 정리를 좀 하고 오후 9시에 시작하겠습니다". 제작진의 공지를 듣고 계산을 해봤다. 자정이 넘어 새벽 2~3시경이 되어야 내 차례가 오겠구나. 지역 예선도 없이, 전국에서 온 수천 명의 참가자가 몰린 오디션을 하루에 끝내려는 제작진의 욕심은 내 인내심의 한계를 자극했다.

    오후 9시. 고민 끝에 체육관을 박차고 나왔다. 그리고 버스 정류장으로 향했다. 하루 동안 벌어진 많은 일들이 필름처럼 머리를 스쳤다.

    난 누구인가. 또 여긴 어디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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