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의료소비자생활협동조합을 설립하고 8개 의료기관을 차린 뒤 건강보험공단에서 요양급여비 325억원을 가로챈 4명이 경찰에 적발됐다.
의료생협은 시·도지사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 의료법인보다 설립요건이 간단해 비의료인이 불법으로 운영하는 이른바 '사무장 병원'을 만드는 데 악용됐다.
부산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의료법 위반 등 혐의로 강모(59)씨 부부 등 4명을 붙잡아 강씨를 구속하고, 3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15일 밝혔다.
강씨 부부는 2006년 2월 지인을 무작위로 조합원으로 등재한 뒤, A 의료생협을 설립해 최근까지 9년간 요양병원 등 4개 의료기관을 만들어 요양급여비 196억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교회 목사인 임모(66)씨는 2007년 7월 같은 방법으로 B의료생협을 만들어 2011년 7월까지 4년간 의원 등 3개 의료기관을 운영하면서 요양급여비 20억원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또 의료기기 도매업자인 이모(54)씨는 2012년 2월 임씨에게서 5천만원에 B의료생협을 인수한 뒤 지난 4월까지 요양병원을 운영해 요양급여비 109억원을 받아낸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조사결과 이들은 이웃, 동네 조기축구회 회원, 친구, 동료 교사, 간호사, 신도 등 무작위로 조합원 명단에 이름을 올린 것으로 드러났다.
의료생협은 소비자생활협동조합법에 따라 조합원 상호부조와 복지증진을 목적으로 조합원 300명이 자본금 3천만원을 출자하고 시·도지사의 인가를 받으면 설립할 수 있다.
또 부속기관으로 병·의원을 개설해 운영할 수 있다.
시·도지사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 의료법인보다 설립요건이 간단해 이른바 '사무장 병원'을 만드는데 의료생협이 악용된 것이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전국에는 530개 의료생협이 350개 의료기관을 운영하고 있다.
경찰은 지난해 5월, 잔라도 장성군의 한 요양병원에서 환자 노인 22명이 숨지는 사건이 발생함에 따라 부산지역에 있는 의료생협 조합원 300여명의 명단을 전수조사한 결과
부정하게 설립인가를 받아 병원을 연 이들을 적발했다.
경찰 관계자는 "의료생협 설립인가 기준을 강화하고 현장 실사를 해 정관에 작성된 사업계획, 조합원의 진위여부 등을 제대로 확인하는 절차가 필요하다"면서 "보건복지부 등 관계 기관에 제도개선을 건의할 방침"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