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 환경 속에도 한국말을 배워 당당한 한국인으로 살고 싶다는 베트남댁 부티항씨. (사진=울산 중구청 제공)
8년 전 한국에 온 부티항 씨는 베트남 사람이다. 삶의 무게를 짊어지기에는 아직 버거운 29살의 나이, 거기에 여성의 몸이다.
그러나 그녀는 식물인간 남편과 지병을 앓고 있는 시어머니, 발달장애가 의심되는 딸을 돌보고 있는 한 집안의 가장이다.
제8회 세계인의 날을 앞두고 역경 속에서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살아가는 울산지역 이주여성이 화제다.
한국으로 시집와 아들과 딸을 낳고 살던 부티항 씨는 2년 전 세상의 짐을 오롯이 혼자 짊어지게 됐다.
동료가 운전하던 차를 탔다 사고를 당한 남편은 사고 이후 한마디 말조차 하지 못하는 사람이 돼 버렸다.
당뇨와 심장병 등 지병이 있는 시어머니에, 설상가상으로 건강한 7살 아들과 달리 5살 딸은 또래보다 훨씬 외소한 체격에 아직 "엄마, 아빠"조차 하지 못한다.
기초생활수급자인 그녀가 한 달에 받는 돈은 100만원 남짓.
갑작스런 사고로 돈을 마련할 수 없었던 그녀는 수술비로 4천만원의 빚을 졌고, 남편을 요양병원으로 옮긴 뒤에는 매달 병원비로 30만원을 내고 있다.
다행히 딱한 사정을 들은 울산 중구청이 주거안정비로 전세금 5천만원을 지원했지만 생활 형편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고 있다.
그러나 부티항 씨는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그녀는 틈날 때마다 중구다문화가족지원센터를 찾아 한글교육을 받고 있다.
늘 엄마와 집에만 있는 아픈 딸에게 제대로 말과 글을 가르쳐 주고 싶어 우리말을 배우고 있는 것.
그녀는 한국말이 유창해지면 미용실까지 운영할 생각이다.
부씨는 “아이들에게 떳떳하기 위해서라도 용기를 내 한국말을 배우고 있다"며 "미용기술을 배워 가게도 열고, 같은 처지의 결혼이주여성을 돕는 다문화강사가 되어 진정한 한국사람 민소희로 살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