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우진학교의 보치아 선수 원석법과 김상호 지도교사는 2020년 도쿄 패럴림픽 금메달이라는 분명한 목표를 세웠다.(자료사진=대한장애인체육회)
“잘하는 게 없던 제가 이제는 패럴림픽 금메달을 꿈꿔요.”
서울 우진학교의 보치아 선수인 원석법(15)은 뇌병변장애 1급으로 휠체어를 타고 다니는 원석법은 골격근이 점차 위축, 약화하는 근이양증을 앓고 있다. 4살이 되던 해 처음으로 자신에게 장애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증상을 발견한 이후에도 정상적인 생활을 했지만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는 스스로 걸을 수 없게 됐다.
휠체어를 타면서도 특수학교가 아닌 일반학교를 다녔던 원석법은 일부 또래 친구의 놀림에도 꿋꿋이 초등학교를 졸업했다. 하지만 병세가 진행되는 탓에 중학교는 국립특수교육기관인 우진학교로 진학했다. 그리고 자신의 운명을 바꾼 보치아와 만났다.
19일 ‘제9회 전국장애학생체육대회’ 보치아 경기가 열린 제주시 사라봉다목적체육관에서 만난 김상호 우진학교 체육교육부 부장교사는 “장애를 가진 학생들은 뚜렷한 목표의식이 없는 경우가 많다”면서 “석법이 선배들도 보치아를 통해 ‘저렇게까지 변할 수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달라진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석법이도 대화를 해보니 똑똑하기도 하고 잘할 것 같아서 이 운동을 추천했다”고 말했다.
우진학교에 진학하기 전까지는 물리치료, 재활치료만 알았던 원석법이 처음부터 보치아에 흥미를 느낀 것은 아니다. 팔에 힘이 없어 275g 남짓의 가죽공을 던지는 것도 힘이 들었다. 하지만 하면 할수록 재미있는 데다 예상보다 좋은 성적까지 내면서 본격적인 선수 활동을 시작했다.
원석법과 보치아의 궁합은 최상이었다. 원석법은 김상호 교사의 추천으로 보치아를 시작한 지 2년 만인 지난해 처음 출전한 전국장애학생체육대회에서 개인전 2위, 2인 1조 1위에 올라 모두를 깜짝 놀라게 했다. 빠르게 실력이 향상된 덕에 성인대회에 출전해서도 8강에 올랐고, 대한장애인체육회의 꿈나무 선수로 선발됐다.
평소 밝은 표정의 '10대 소년' 원석법이지만 보치아 경기가 시작되면 경기가 끝날 때까지 웃음기 없는 진지한 모습의 '승부사'로 변신한다.(자료사진=대한장애인체육회)
2년 연속 우승에 도전한 원석법은 이날 대회 8강에서도 압도적인 기량 차를 선보이며 12-0으로 승리, 준결승에 진출했다. 준결승에서도 18-0으로 승리하며 무난하게 결승까지 진출했다. 워낙 실력차가 큰 만큼 21일 열릴 결승에서도 무난한 승리가 예상된다.
원석법은 보치아를 시작한 뒤 많은 것이 달라졌다는 것을 스스로 느끼고 있다. “그동안 어떤 것을 해야 할지 잘 몰랐다. 잘하는 것이 없었다”고 털어놓은 원석법은 “보치아를 하면서 자신감도 생겼고, 뚜렷한 목표도 생겼다”고 말했다.
현재 원석법은 자신의 장애등급(BC4)에서 성인을 포함한 총 선수 65명 중 14위에 올라있다. 운동을 시작한 지 2년 만에 전국대회에서 두각을 나타낼 정도로 빠른 성장세 덕에 2017년 유스 패럴림픽과 2020년 패럴림픽에서 금메달이 목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