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적장애를 가진 최아람(오른쪽)과 최영미 자매는 강원도 태백미래학교가 자랑하는 최고 스타다. 제주=오해원기자
“처음 전학 왔을 때는 교실 구석에 쭈그리고 앉아서 아무것도 못 했어요. 그랬던 아람이가 이제는 우리 학교의 최고 스타입니다”
20일 제주종합경기장 주경기장에서 만난 강원도 태백미래학교의 주명일 체육부장은 '제9회 전국장애학생체육대회' 여자 포환던지기와 원반던지기(F20)에 출전한 최아람(16) 선수를 향해 엄지를 치켜들었다.
지적장애 3급으로 장애 수준이 심각하지 않지만 언어 이해와 학습수준이 떨어지는 최아람은 초등학교 4학년까지 일반 학교에 다녔다. 하지만 장애가 있다는 사실만으로 또래 친구들로부터 따돌림의 대상이 됐다. 친구들의 계속된 따돌림에 최아람은 자신감을 잃었고, 우울증까지 생겼다.
결국 최아람은 5학년이 되던 해에 동생이 다니고 있던 특수학교인 태백미래학교로 전학했다. 전학 후에도 우울해 하는 최아람을 위해 교사들이 나섰다. 밝은 성격을 되찾을 수 있도록 다양한 노력을 기울였고, 특히 뛰어난 체격 조건을 눈여겨본 체육교사의 추천으로 크로스컨트리 스키를 시작했다.
물론 처음부터 순탄하지는 않았다. 어려서 어머니를 잃은 데다 가정형편도 어려운 탓에 최아람의 아버지는 운동하겠다는 딸을 선뜻 지지하지 못했다. 하지만 학교의 적극적인 도움으로 최아람은 운동을 시작했고, 타고난 소질 덕에 운동을 시작한 첫해부터 출전한 대회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최아람을 오랫동안 지켜본 주변인들은 기량 면에서는 단연 최고라고 입을 모은다. 선수층이 두텁지 않은 것도 있지만 학생부는 물론, 성인 선수들까지 포함해 지적장애 크로스컨트리 스키는 최아람이 국내 최강이라는 평가다. 주명일 교사는 “단순히 따라 하려는 다른 선수들과 달리 아람이는 본인이 이해하고 운동을 하니까 기량이 월등하다”고 설명했다. 덕분에 최아람은 크로스컨트리 스키뿐 아니라 포환과 원반, 창까지 육상 투척 종목과 실내조정까지 다양한 종목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다양한 종목에서 수준급 기량을 보유한 최아람은 “운동을 하면 할수록 칭찬도 많이 받고, 신경을 써주는 분들도 많아졌다”면서 “덕분에 학교에서 친구들도 많아졌다”고 활짝 웃었다.
운동을 통해 매사에 긍정적이고 밝은 성격으로 변한 최아람의 모습을 지켜본 동생도 언니를 따라 운동선수의 길을 걷고 있다. 언니와 같은 지적장애 3급의 동생 최영미(15)는 스케이트를 거쳐 현재 알파인 스키 선수로 활약하고 있다. 여름 종목에서는 언니와 마찬가지로 육상 달리기 선수로 뛴다.
최영미는 “언니가 대회에 나가서 1등을 하고 오니까 가족들이 잘했다고 칭찬해주는 모습을 보고 나도 운동을 하게 됐다”고 부끄러워했다. 비록 출발은 늦었지만 최영미도 전국장애인동계체육대회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며 언니 못지않은 뛰어난 실력을 선보였다. 최영미는 이번 대회에서도 여중부 400m T20 결승에 출전해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