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들 이제 배를 탈 거예요. 이게 무엇일까요? 구명조끼예요. 배를 탈 땐 반드시 입어야 해요. 한 번 입어볼까요? 우리 친구들 너무 잘 입었어요"
"지하철에 갑자기 불이 났어요. 이럴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전화기를 들고 승무원한테 빨리 알려야 해요. 그리고 빨간 버튼을 누르고 얼른 탈출해야 해요. 한 번 해보세요"
22일 경남 밀양에 위치한 경남특수교육원.
창원의 특수학교인 동백학교 학생 32명이 조를 나눠 안전생활 체험을 하고 있다.
일반인들과 달리 생활 안전에 취약한 아이들을 위해 교사들은 실제 상황을 연출하며 꼼꼼하게 설명했고, 아이들은 신기한 듯 주의 깊게 바라보며 직접 체험도 했다.
안전생활체험관은 주변에서 일어날 수 있는 안전사고와 재난사고 등에 대한 대처 능력을 키우기 위한 체험 시설이다.
자동차 안전 띠도 매어보고, 지하철 이용방법과 탈출 요령, 선박을 탈 때 주의점, 공사 현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안전사고, 태풍과 황사 체험, 심폐소생술 등을 배우는 병원, 소방시설, 등 12개 체험 과정으로 이뤄졌다.
아이들은 교사와 도우미들의 도움을 받아 보고, 만지고, 느끼는 체험을 하며 즐거워했다.
김동현 동백학교장은 "특수 아이들은 이런 체험을 가질 기회가 너무 적은데 경남에 특수교육원이 문을 열어 기쁘다"며 만족감을 나타냈다.
그는 "아이들이 생활하는 데 필요한 안전교육은 꼭 필요한데 이런 시설이 더 확충됐음 좋겠다"고 말했다.
경남특수교육원이 시도 교육청 직속으로 지난 3월 밀양시 하남읍 옛 대사초등학교 자리에 전국에서 처음 문을 열었다. 지금까지 이런 시설은 교육부가 운영하는 국립특수교육원이 유일했다.
안전생활체험관 외에도 진로설계관 등 다양한 프로그램도 많다.
진로설계관에는 자신의 흥미나 재능을 파악할 수 있는 진로검사, 가상 직업체험, 공예, 드림카페 등 7개 체험과정이 마련됐다.
특히, 그림을 선택하며 측정하는 흥미검사와 다중지능이론에 따른 재능검사는 개인과 집단, 실내와 실외 등 활동, 직업 영역에 대한 프로파일을 제공하고, 자신의 강점에 맞는 직종도 알려줘 아이들에게 직업에 대한 호기심을 이끌어 준다.
이밖에 특수교육을 이해하고 장애 체험을 할 수 있는 체험실도 갖춰졌다. 보통 특수학교 아이들이 이용하지만, 일반학생도 체험에 참가할 수 있다.
그리고 교원과 학부모 등을 대상으로 장애인식 개선과 인권 보호를 위한 다양한 연수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이날도 특수학교 학부모 50여명은 진로직업 교육과 장애를 극복하고 세상과 소통하는 방법에 대한 강의가 있었고, 특수교육전문직과 교감 등 40여명을 대상으로 장애학생 인권보호에 관한 연수도 열렸다.
그동안 장애특성을 고려한 특수교육 시설이 매우 제한적이었지만, 이번에 경남 밀양에 문을 열면서 특수교육의 메카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
실제 체험프로그램에 대한 만족도도 상당히 높아 문을 연 지 3개 월도 안됐지만 지금까지 2천800여명의 학생과 학부모, 교사 등이 다녀갔고, 올해 체험과정에 대한 신청 예약은 모두 완료된 상태다.
다른 시도교육청과 기관에서도 벤치마킹을 위한 방문도 늘고 있다.
특수교육원은 올해 학생과 학부모, 교원 등 5,800여명, 집합연수와 원격연수 등 4,400여명이 직·간접적으로 이용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수요와 규모에 비해 인력이 부족해 체험 인원을 제한적으로 운영하거나 주말 프로그램 등은 엄두도 못내고 있다.
파견교사 2명, 기간제 교사 2명 등 11명의 직원으로만 운영되고 있다.
이에 따라 경남교육청은 파견교사 4명과 일반직 2명을 추가로 배치하기로 했다.
윤인숙 경남특수교육원장은 "학생들이 주변에서 일어날 수 있는 안전, 재난사고에 대한 대처 능력을 키울 수 있는데 참여도 재밌지만 학생과 학부모, 교사들의 만족도가 높다"고 말했다.
그는 "주말 가족 동반프로그램도 직원이 늘어나면 운영할 생각"이라며 "다른 기관에서 하기 어려운 주제인 특수교육 전문성과 통합교육, 장애인 인권보호와 관련해서도 다양한 연수 프로그램을 운영해 특수 교육 공동체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