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의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는 NC 거포 이호준.(자료사진=NC)
올 시즌 불혹의 나이에 불방망이를 휘두르고 있는 이호준(39 · NC). 5월 한 달에만 34타점을 쓸어담으며 '2015 타이어뱅크 KBO 리그' 타점 1위를 질주하고 있다.
46경기에서 62타점의 괴력이다. 경기당 1.29개 꼴이다. 남은 94경기에서 최대 121개 이상을 추가할 수 있다. 180개가 넘는다.
역대 한 시즌 최다 기록을 넘볼 태세다. 1982년 출범 뒤 이 부문 최다 기록은 2003년 삼성 이승엽의 144타점이었다. 당시 이승엽은 133경기 체제에서 131경기 출전해 대기록을 달성했다. 경기당 1.08개 꼴이었다.
올해 이호준은 144경기를 치른다. 이승엽보다 11경기가 많다. 이승엽의 기록을 넘어설 가능성이 높은 이유다.
하지만 이 페이스가 그대로 유지되리라는 보장은 없다. 노장인 만큼 힘든 여름을 이겨내야 한다. 이호준은 지금까지는 50경기 중 48경기에 나섰다. 체력 안배와 부상 방지 차원에서 향후 더 결장 경기가 늘 수 있다.
그렇다면 이호준의 타점은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 그의 한 시즌 최다 타점은 11년 전의 112타점이었다. 133경기 전 경기에 나서 타율 2할8푼 139안타 30홈런을 올리면서 쌓았다.
▲독보적 그 이름 이승엽하지만 이는 역대 10위 안에도 들지 못한다. 그만큼 타점 괴물들이 많았다.
이승엽에 이어 역대 시즌 타점 2위는 심정수(은퇴)였다. 당시 현대에서 뛰던 심정수는 2003년 이승엽과 홈런은 물론 타점도 뜨겁게 경쟁했다. 이승엽이 56홈런 144타점을 올렸고, 심정수는 53홈런 142타점을 올렸다. 심정수는 이승엽이 신기록을 세울 수 있었던 이유였다.
삼성 이승엽이 2003년 홈런 타점 신기록을 세운 뒤 관중 환호에 답하는 모습.(자료사진=삼성)
역대 3위는 2010년 '크레이지 모드'를 펼친 이대호(소프트뱅크)다. 당시 롯데 4번 타자였던 이대호는 127경기를 뛰며 타율 3할6푼4리 44홈런 133타점 99득점 등 도루를 뺀 타격 전관왕에 올랐다. 경기당 1.04개 꼴이었다.
4위는 2009년 신들렸던 김상현(케이티)이다. KIA에서 뛰었던 김상현은 당시 121경기 타율 3할1푼5리 36홈런 127타점을 생산해냈다. 8월 한 달에만 15홈런 38타점을 쓸어담았다. 2003년 이승엽과 함께 월간 홈런, 1991년 장종훈 현 롯데 코치와 함께 월간 최다 타점 타이다.
5위는 2002년의 이승엽으로 126타점, 6위는 지난해 박병호(넥센)의 124타점이었다. 이승엽은 54홈런을 날린 1999년에도 123타점을 올려 역대 7위에도 자리했다. 역대 10위 안에 3번이나 이름을 올린 선수는 이승엽뿐이다. 2번 올린 선수도 없다.
▲불운의 타점 2위들
롯데에서 뛰었던 외국인 선수 펠릭스 호세(왼쪽)가 타점왕 경쟁을 펼쳤던 이승엽과 함께 했던 시절.(자료사진=삼성)
2003년 삼성에서 뛰었던 마해영(은퇴)도 123타점으로 공동 7위였다. 9위는 1999년 롯데 소속 펠릭스 호세의 122타점, 10위는 지난해 에릭 테임즈(NC)의 121타점이다.
재미있는 것은 역대 10위 안에 든 선수가 해당 시즌 타점 타이틀을 차지하지 못한 경우가 4번이나 된다는 점이다. 심정수와 마해영, 호세와 테임즈 등이다.
테임즈는 지난해 박병호에 밀렸고, 나머지 3명은 이승엽에게 뒤졌다. 특히 '검은 갈매기' 호세는 이승엽에 단 1개 차로 뒤졌다.
90년대 초반까지는 장종훈 코치가 독보적이었다. 장 코치는 1991년 114타점, 92년 119타점을 올리며 최다 기록을 보유했다. 사상 첫 타율 3할-30홈런-100타점을 달성하기도 했다.
이런 쟁쟁한 '타점 먹는 기계들' 사이에 이호준이 이름을 올릴 수 있을까. 다만 역대 타점 10걸은 20대 중후반, 혹은 30대 초반 기량과 힘이 절정이었던 때였다.
40대에 접어든 이호준과는 달랐다. 이호준이 신기록을 달성하든, 혹시 이르지 못하더라도 역대 10위 안에만 들든 값진 기록인 것만큼은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