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키히토(明仁) 일왕은 2차대전때 미일간 전쟁으로 인한 필리핀 국민의 희생을 "일본인들이 오랫동안 잊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일왕은 3일 일본을 국빈 방문 중인 베니그노 아키노 필리핀 대통령을 위한 궁중 만찬회에서 행한 인사말에서 "지난 대전에서는 일미 간의 치열한 전투가 필리핀에서 벌어져 많은 필리핀 국민이 생명을 잃었다"고 말했다.
일왕은 이어 "이것은 우리 일본인이 깊은 통한의 마음과 함께 오랫동안 잊지 말아야 할 것"이라며 "특히 전후 70년을 맞이하는 올해 당시의 희생자에게 깊은 애도의 뜻을 표한다"고 밝혔다.
이날 만찬회에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도 참석했다. 아베 총리가 여름에 발표할 전후 70주년 담화(아베 담화)에 어느 정도의 과거사 반성 및 사죄를 담을지가 초미의 관심사가 된 터라, 가해에 대한 '기억'을 강조한 일왕의 메시지는 의미가 적지 않아 보였다.
일왕은 지난 1월 1일, 신년소감에서도 올해가 종전 70주년임을 상기시키면서 "이번 기회에 만주사변으로 시작한 전쟁 역사를 충분히 배우고 앞으로 일본의 존재 방식을 생각하는 것이 지금 매우 중요하다"며 역사인식을 강조했다. 특히 일본의 대표적인 침략 사례인 '만주사변'을 거론한 사실이 널리 회자됐다.
한편, 일왕의 손녀로 일본 국민에게 많은 사랑을 받는 가코(佳子·20) 공주가 이날 처음으로 궁중만찬에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