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엠블랙은 지난해 말 멤버 이준과 천둥이 팀을 떠나면서 위기를 맞았다. "3인조로 팀을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으나 우려의 시선을 완벽히 떨칠 순 없었다. 그러나 엠블랙은 보란 듯이 돌아왔다. 7개월 만에 8번째 미니앨범 '미러(MIRROR)'를 들고 팬들과의 약속을 지킨 것.
엠블랙은 9일 서울 청담동 일지아트홀에서 열린 쇼케이스에서 신곡 무대를 최초 공개하고 5인조에서 3인조로 컴백하게 된 소감을 밝혔다.
◇ "힘들었던 시간, 현실 부정하려 애썼다"멤버들은 무엇보다 "힘든 시간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먼저 승호는 "6년이라는 시간 동안 쌓아왔던 것들을 다시 재정비하느라 심적으로 힘들었다"고 운을 뗐다.
또 지오는 "현실을 부정하려 가상현실 속에서 지냈다"며 "가상현실은 바로 게임인데, 뭔가 집중하지 않으면 안 좋은 생각이 계속 나서 뭔가를 해야만 했다"고 털어놨다. "10kg 정도 체중이 증가하기도 했었다"며 마음고생이 심했음을 드러냈다.
미르 역시 "밖에도 잘 안 나가고 가상세계에도 빠져봤다"고 말했다. 이어 "고향인 장성에 내려가 농사도 지어보면서 마음의 평온을 얻었다"며 "모를 심었는데, 땅이 1만 평이 넘더라. 이러다간 가수를 못하겠구나 싶어 다시 올라왔다"며 웃어 보였다.
엠블랙의 새 앨범 타이틀곡은 '거울'이다. 아무 말 없이 떠나버린 소중한 사람의 배신, 그리고 남겨진 사람의 아픔을 이야기하는 내용으로 무게감 있는 비트와 중독적인 멜로디 라인이 인상적인 곡이다.
엠블랙은 컴백 시기를 미루면서까지 신중히 곡을 택했다. '모나리자'에서 호흡을 맞췄던 1Take와 다시 의기투합한 덕분에 완성도 높은 앨범이 탄생할 수 있었다고.
승호는 "원래 컴백을 위해 준비해둔 곡이 있었다"며 "하지만 3인조로 바뀌면서 새로운 스타일의 곡을 해보자고 결정했고, '거울'을 택했다. 수록곡 모두 테마를 담아 열심히 만들었다"고 뒷이야기를 전했다.
팬들을 위한 곡도 있다. 바로 수록곡 '나무'다. 미르는 "'나무'는 팬들을 위한 선물 같은 곡"이라며 "많은 분들이 5명이서 3명이 됐을 때 부정적으로 보시더라. 팬들에게 '걱정하지 마, 내가 너에게 힘을 받았기에 너도 힘들 때 나에게 기대고 찾아와'라는 메시지를 하고 싶었다"고 소개했다.
◇ "팬들에게 받은 사랑 '엠블랙'으로 보답하고파"
비온 뒤에 땅이 굳는다고 했던가. 3인 엠블랙은 더욱 단단해진 모습이었다. "새 멤버를 영입할 생각은 전혀 없었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오히려 "가요계에 남성 3인조 그룹이 많이 없는데 색다른 모습을 보여줄 기회가 됐다"고도 했다.
지오는 "그들(이준, 천둥) 보다 우리가 노래를 더 잘한다"며 화끈한 자신감도 보였다.
그는 "파트가 늘어나면서 '이제 노래를 하는구나'라는 느낌을 줄 수 있을 것 같다"며 "그들이 춤은 잘 췄지만 노래는 우리가 더 잘한다. 진심이다. 무대에서 노래하는 모습을 잘 보여줄 수 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
이젠 농담을 던질 정도로 여유있는 모습을 보인 엠블랙. 그들이 힘들 시간을 이겨낼 수 있었던 원동력은 음악과 팬의 존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