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협(가운데)은 대표팀과 인연이 없는 K리그의 무명 공격수였지만 왕성한 활동량을 높게 평가한 울리 슈틸리케 감독은 2015 호주 아시안컵을 통해 대표팀 주전 공격수로 키웠다.(자료사진=대한축구협회)
이정협(부산)에 이어 이재성(전북)과 이용재(V-바렌 나가사키), 정우영(비셀 고베)까지 ‘슈틸리케의 마음’을 사로잡은 자들의 맹활약은 계속된다.
이용재는 11일(한국시각)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의 샤알람 스타디움에서 열린 아랍에미리트(UAE)와 축구 평가전에서 후반 15분 한국의 두 번째 골을 넣으며 3-0 승리에 힘을 보탰다.
이 경기를 앞두고 생애 처음으로 축구대표팀에 발탁된 이용재는 생애 첫 A매치에서 기막힌 골을 넣어 일본 프로축구 2부리그인 J2리그에서 활약하는 자신을 향한 축구팬의 ‘물음표’를 지웠다.
골을 넣은 이용재뿐 아니라 이 경기를 통해 A매치 데뷔전을 치른 또 한 명의 국가대표 정우영도 합격점을 받았다.
이날 정우영은 지난 A매치까지 대표팀의 주장이자 붙박이 주전이었던 기성용(스완지 시티)의 빈자리를 대신해야 하는 막중한 임무를 맡았다. 가벼운 무릎 수술로 대표팀 합류가 무산된 기성용을 대신해야 한다는 부담이 컸지만 정우영은 완벽하게 감독의 주문을 수행했다.
지난해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기대에 미치지 못했던 이용재(오른쪽)는 울리 슈틸리케 감독의 신뢰 덕에 출전한 생애 첫 A매치에서 골 맛을 보며 당당히 자신의 대표팀 발탁 이유를 입증했다.(자료사진=대한축구협회)
◇슈틸리케는 ‘절박함’을 노렸다슈틸리케 감독은 2015 호주 아시안컵을 앞두고 K리그에서도 철저한 무명선수에 불과했던 이정협을 발굴해 대표팀의 주전 공격수로 성장시켰다. ‘원석’에 그쳤던 이정협의 진가를 확인한 슈틸리케 감독은 그의 장점인 부지런함을 극대화했고, 자연스럽게 골까지 이어졌다.
이정협에 이은 두 번째 ‘성과’는 K리그 2년차 신예 미드필더 이재성. 사실 이재성은 입단 첫해부터 K리그 클래식 우승팀의 주전 자리를 꿰찼을 정도로 재능있는 선수다. 소속팀에서의 활약이 대표팀에서도 이어진다는 보장은 없지만 슈틸리케 감독은 과감하게 이재성을 발탁해 성공적인 A매치 데뷔전까지 치르도록 했다.
슈틸리케 감독 부임 전 신태용 코치 체제에서 A매치 데뷔전을 치른 한교원(전북)도 넓은 범위에서 보면 슈틸리케가 발굴한 선수라고 할 수 있다. 슈틸리케 감독 부임 후 매번 대표팀이 소집할 때마다 차출돼 꾸준하게 그라운드를 누볐다.
슈틸리케 감독이 부임 후 지금까지 대표팀에 불러들여 ‘대박’을 터뜨린 선수들은 하나같이 수준급 기량에도 불구하고 대표팀과는 인연을 맺지 못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자신이 직접 경기력을 확인한 슈틸리케 감독은 이들이 가진 ‘절박함’을 경기력으로 승화시킨 ‘촉매’였다.
자신의 A매치 데뷔전에서 골 맛을 본 이용재는 UAE와 평가전을 앞두고 생애 처음으로 축구대표팀에 발탁되자 “감독님이 계속 나를 지켜보고 계셨다는 느낌이 들었다. 감독님께 보답할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자신을 인정해 준 슈틸리케 감독을 위한 굳은 다짐은 결국 그라운드 위에서 경기력으로 이어졌다. 한교원이 그랬고, 이정협도 마찬가지였다. 이번 UAE와 평가전에서는 이용재, 그리고 정우영이 이 공식을 이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