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자동차업체들이 유로화 약세를 등에 업고 한국시장 공략을 강화하면서 사상 처음으로 상대국 내 판매 대결에서 국내 완성차업체가 독일업체에 뒤진 것으로 나타났다.
올 들어 독일차업체들이 한국 시장에서 판매한 차량이 국내 업체가 독일 시장에서 판매한 차량 대수를 앞지른 것이다.
17일 독일 자동차공업협회에 따르면 올해 5월까지 현대·기아차와 쌍용차 등 국내업체들은 독일 자동차 시장에서 작년 같은 기간보다 3.9% 증가한 6만2천595대를 판매했다.
현대·기아차는 이 기간 6만1천727대를 팔아 독일 내 수입차업체 가운데 스코다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독일이 수입차에 대해 상당히 보수적인 점을 감안하면 크게 선전한 셈이다.
그러나 독일업체들의 한국시장 공략은 더 거세다.
한국수입차협회에 따르면 올해 5월까지 폴크스바겐과 벤츠, BMW 등 독일 업체들의 판매실적은 총 6만5천553대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19.8%나 증가했다.
독일업체들이 국산 자동차 업체보다 상대 국가에서 2천958대를 더 판매한 것이다. 이들 독일 업체의 국내 시장점유율도 지난해 8.2%에서 올해 9.4%로 1.2% 포인트나 뛰었다.
상대국에서 국산차와 독일업체 간 판매 실적이 역전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2013년과 지난해에만 해도 국산차는 독일 자동차 시장에서 15만8천여대, 15만4천여대의 실적을 올려 독일 업체들이 국내에서 판매한 10만5천여대, 13만6천여대 보다 각각 5만2천여대, 1만8천여대 많았다.
독일업체들이 국내 시장에서 선전하는 것은 유로화 약세 영향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 관계자는 "유로화 약세가 지속되면서 해외 수출을 주력으로 하는 독일 업체들의 수익성이 크게 높아지고 이에 따라 판촉비도 덩달아 여유가 생겼다"고 말했다.
특히 독일 업체들은 지난해 말부터 유로5 기준의 재고 모델을 대상으로 '떨이 판매'에 나섰으며 최근 무이자 및 저금리 할부 공세를 펴며 판촉을 한층 강화하고 있다.
폴크스바겐은 베스트셀러 SUV인 티구안과 골프 등 11개 모델에 선수금 40%를 내면 36개월 무이자 할부를 제공하며 아우디는 A4 30 TDI 2015년형 모델에 차 값의 20%를 먼저 내면 60개월 무이자 할부 혜택을 준다.
이에 따라 독일 업체들의 판매량도 크게 늘고 있어 당분간 국산차와 독일업체 간의 상대국 판매 역전 현상은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