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친위대'에게 발목을 잡힌 격이 됐다. 아베 측근 의원 주도로 결성된 집권 자민당 소장파 모임에서 나온 언론 통제 발언이 큰 파문을 일으키면서 정권의 당면 현안인 집단 자위권 법제화에까지 악재로 부상한 것이다.
28일 일본 언론에 의하면, 자민당 다니가키 사다카즈(谷垣禎一) 간사장은 당내 의원모임인 '문화예술간담회'의 지난 25일 회합때 나온 언론 통제 발언에 대한 책임 추궁 차원에서, 모임을 주재한 기하라 미노루(木原稔·중의원 3선) 당 청년국장에 대해 1년간의 당직 정지 처분을 내렸다고 27일 밝혔다.
또 당시 회합 때 문제 발언을 한 오니시 히데오(大西英男), 이노우에 다카히로(井上貴博), 나가오 다카시(長尾敬) 등 중의원 재선의원 3명에 대해서는 '엄중 주의' 처분을 했다.
국회 계류 중인 집단 자위권 법안에 대한 여론의 반발이 심상치 않은 터에 '아베 응원단'에서 나온 언론 통제 발언 파문이 더해지자 법안에 미칠 악영향 등을 감안, 서둘러 봉합을 시도하는 모양새였다.
하지만 야당은 멈추지 않고 공세를 이어갔다. 제1야당인 민주당의 오카다 가쓰야(岡田克也) 대표는 같은 날 "청년국장을 자른다고 해서 끝날 일이 아니다"며 "발언은 너무 터무니없는 내용이기에 아베 총리는 더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또 문화예술간담회 모임에서 나온 강연자의 '오키나와(沖繩) 지방신문 말살 발언' 등에 반발, 오키나와에 지역구가 있는 야당 국회의원 5명이 27일 항의 성명을 발표했다. "보도기관을 지명해가며 '뭉개자'는 등의 말을 하는 것은 헌법상 표현의 자유에 반(反)하는 것으로 간과할 수 없다"는 등의 비판을 담았다.
야당들은 집단 자위권 법안을 심의하는 중의원 특별위원회 등에서 아베 정권의 자세를 엄격히 추궁할 계획이어서 법안 심의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고 NHK가 전망했다.
아울러 한 대학생 모임 주도로 27일 도쿄 시부야(澁谷)에서 열린 집단 자위권 법안 반대 집회에서도 "비판 의견을 묵살하려는 방식은 용납할 수 없다", "언론의 자유가 위험하다"는 등의 목소리가 나왔다고 교도통신이 보도했다.
지난 25일 약 40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문화예술간담회 회합에서는 "언론을 손보는 데는 광고료 수입이 없어지게 하는 것이 제일이니 게이단렌(經團連·한국의 전경련 같은 경영자 단체)에 영향력을 행사하면 좋겠다", "(정권 운영에) 악영향을 주고 있는 프로그램을 발표하고 그 스폰서 기업을 열거하면 된다"는 등의 발언이 나왔다.
또 초청 연사로 나선 극우 성향 소설가 햐쿠타 나오키(百田尙樹)는 "(아베 정권의 정책에 비판적인) 오키나와(沖繩)의 두 신문(오키나와타임스와 류큐신보)은 뭉개지 않으면 안 된다"며 "있어선 안 될 일이지만 오키나와의 어느 섬을 중국에 빼앗겨야 정신을 차릴 것"이라고 말했다.
문화예술간담회는 아베 총리 핵심 측근인 가토 가쓰노부(加藤勝信) 관방 부(副)장관, 하기우다 고이치(萩生田光一) 자민당 총재 특보 등이 아베 총리의 집단 자위권 및 개헌 행보에 힘이 되자며 결성한 모임이다. 아베 총리의 총리직 연장이 걸린 자민당 총재 선거(9월)를 앞두고 아베의 '무혈 재선'을 지원하기 위해 측근들이 만든 '친위 모임' 성격이 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