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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탄'을 쥐고 돌아온 두 老將, 김인식-김동광

스포츠일반

    '폭탄'을 쥐고 돌아온 두 老將, 김인식-김동광

    현직 감독들 마다한 야구-농구 대표팀 사령탑 선임

    '내가 바로 구원투수' 현직 감독들이 손사래를 쳤던 국가대표팀 지휘봉을 선뜻 받아든 김인식 야구(왼쪽), 김동광 농구 대표팀 감독.(자료사진=노컷뉴스, KBL)

     

    그야말로 '노장의 귀환'이다. 야구와 농구 국가대표팀 사령탑을 맡게 된 김인식 한국야구위원회(KBO) 기술위원장(68)과 김동광 전 서울 삼성 감독(62)이다.

    KBO와 대한농구협회는 29일 나란히 두 노장의 대표팀 사령탑 선임을 발표했다. 김인식 감독은 오는 11월 야구 국가대항전 '2015 프리미어12'를, 김동광 감독은 오는 9월 펼쳐질 제 28회 아시아선수권대회를 치른다.

    둘 다 재야에 물러나 있다가 현장에 복귀했다. 김인식 감독은 지난 2009년 한화를 끝으로 지휘봉을 내려놓았다. KBO 규칙·기술위원장을 맡아 풍부한 경험을 녹여내긴 했지만 6년 동안 현장에는 떠나 있었다.

    김동광 감독도 지난 2013-2014시즌을 끝으로 삼성에서 물러났다. 2014-15시즌 해설가로 입담을 뽐냈다. 김인식 감독보다는 공백이 적었던 셈이다. 그러나 2012년 삼성 사령탑을 맡기 전까지는 6년 정도 재야에 있었다. 2006년 안양 KT&G(현 KGC인삼공사)에서 물러난 이후 한국농구연맹(KBL) 경기이사와 위원장을 맡아 김인식 감독과 마찬가지로 행정가로도 활약했다.

    위기의 대표팀을 맡은 점도 공통점이다. 당초 야구와 농구 모두 대표팀 지휘봉은 우승팀 감독이 잡게 돼 있었다. 하지만 일정상 현직 프로 감독이 맡기는 부담스러운 대회들이다. 프리미어12는 KBO 리그가 끝나고 곧바로 시작돼 현직 감독은 소집과 훈련 등에서 공백이 생길 수밖에 없다. 아시아농구선수권대회는 아예 시즌 도중에 치러진다.

    때문에 야구와 농구 현직 사령탑들은 대표팀 지휘봉에 고사의 뜻을 밝혔다. 지난해 KBO 리그 우승과 준우승팀 류중일 삼성, 염경엽 넥센 감독이다. 류 감독은 이미 지난해 인천아시안게임 금메달을 이끈 바 있는 데다 올해도 포스트시즌 진출 가능성이 높아 어려웠다. 염 감독은 사령탑 3년차에 국가대표 감독을 맡기는 부담스럽다는 입장이었다.

    '난 이제 그만' 지난해 인천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이끈 뒤 국민들의 환호에 답하는 류중일 야구대표팀 감독.(자료사진=황진환 기자)

     

    대한농구협회도 당초 지난 시즌 우승팀 유재학 울산 모비스 감독과 플레이오프 파란을 일으킨 유도훈 인천 전자랜드 감독을 후보로 올렸지만 역시 건강과 팀 사정으로 고사했다. 유재학 감독 역시 최근 2년 연속 대표팀을 맡아 값진 성과를 냈던 터였다. 이에 협회는 공모를 통해 감독 선임 작업에 나섰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았다. 1명이 지원했는데 이 인사마저도 자격 심사에서 밀렸다.

    이런 가운데 두 노장이 각각 야구와 농구 태극마크를 달게 된 것이다. 재야에 있어 상대적으로 홀가분한 가운데 지휘봉을 잡게 됐지만 부담감은 현직 감독과 똑같다. 대회 준비는 물론 성적에 대한 마음의 짐이 무겁다.

    더군다나 감독 선임도 늦게 이뤄졌다. 야구의 경우 숙적 일본은 올해 초 일찌감치 고쿠보 히로키 전임 감독을 선임해 최강 전력을 꾸리겠다고 벼르는 상황이다. 대만 역시 한국에 앞서 일본 야구 출신 궈타이위안 감독을 선임했다. 대회까지 시간이 많이 남았다고는 하나 사령탑 선임부터 일본에 뒤진 셈이다.

    김인식 감독은 CBS노컷뉴스와 통화에서 "현직 감독들이 대표팀을 맡을 수 없는 상황이라 사령탑 선임이 좀 늦어졌다"면서 "국가대표라는 큰 책임감을 느낀다"고 했다. 이어 "부담스럽지만 최선을 다해 최강팀으로 대회를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농구는 더 늦었다. 지난해 대표팀은 5월에 모여 차분하게 준비를 해 아시안게임 금메달의 대업을 이룰 수 있었다. 올해는 6월 말에야 감독이 선임됐고, 7월 20일에 소집된다.

    김동광 감독도 "현직 감독들에 대한 설득과 공모 작업이 여의치 않아 나에게까지 대표팀 지휘봉에 오게 됐다"면서 "부담스러운 자리인 것은 맞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보다 많이 늦어졌고, 훈련 시간도 2개월밖에 되지 않지만 어쩔 수 있느냐"면서 "시간이 없으면 없는 대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해냈다!' 지난해 인천아시안게임에서 우승을 차지한 뒤 코트에서 기쁨을 나누고 있는 농구 대표팀 선수들.(자료사진=KBL)

     

    야구와 농구 대표팀의 상황은 비슷하다. 지난해 나란히 인천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따내면서 주축 선수들이 대거 병역 혜택을 입었다. 아무래도 이번 프리미어12와 아시아선수권은 당근이 부족한 대회일 수밖에 없다. 선수 차출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프리미어12는 기존 야구 월드컵이 세계 상위 12개 국만 출전하는 대회로 격상됐다지만 이번이 1회 대회다. 더욱이 메이저리그가 주관하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이 있는 마당에 열리는 대회라 미국과 도미니카공화국 등 강국들의 빅리거들이 빠질 가능성이 적잖다.

    아시아선수권은 내년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출전권이 걸린 대회다. 그러나 대회 우승만이 본선 직행 티켓을 얻는다. 창사에서 대회를 개최하는 중국과 이란 등이 우승후보로 꼽힌다.

    한국은 지난해 아시안게임 우승팀이지만 중국 대회에서 정상에 오르는 것은 쉽지 않다. 지난 2011년 대회 때도 대표팀은 3위에 그쳐 런던올림픽에 가지 못했다.

    대회 2, 3위는 대륙별 예선 탈락팀과 최종예선을 벌여야 하는 험난한 일정을 치러야 올림픽에 갈 수 있다. 유럽과 남미 등 강호들이 즐비해 올림픽 본선 티켓을 쥘 가능성은 적다. 때문에 한국 남자 농구는 1996년 애틀랜타올림픽이 마지막이었다.

    '이제 훈련만이 남았다' 감독 선임을 마친 야구, 농구 대표팀은 이후 코칭스태프와 선수 선발에 이어 훈련 등 대회 준비에 돌입할 예정이다.(자료사진=황진환 기자, KBL)

     

    하지만 두 노장들의 각오는 비장하다. 김인식 감독은 "프리미어12는 사실상 야구가 부활할 도쿄올림픽의 예선이나 마찬가지"라면서 "프리미어12에서 최대한 좋은 성적을 거둬야 세계 랭킹이 높아져 올림픽 예선 대진표가 좋아진다"고 강조했다. 김 감독은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 금메달, 2006년 WBC 4강, 2009년 WBC 준우승을 이끌었다.

    김동광 감독도 "1997년 아시아선수권 때도 서장훈, 현주엽(이상 은퇴)이 부상으로 빠진 상황이었다"면서 "센터 전희철(현 SK 코치), 정재근(전 연세대 감독) 등 상대적으로 덩치가 작은 선수들로도 우승했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김 감독은 1997년 ABC 대회 우승 사령탑이었다.

    환갑을 넘어 다시 현장으로 돌아온 김인식, 김동광 감독. '폭탄 돌리기'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어려운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그들은 노장이지만 명장이기도 하다. 두 베테랑 사령탑이 다시금 태극마크의 신성한 가치를 드높일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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