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대행업체가 대형 건설사의 용역 등을 따내는 과정에서 비자금을 조성해 정관계 로비에 사용했다는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현역 야당 중진의원의 측근이 증거인멸에 깊숙이 개입한 단서를 포착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4부(배종혁 부장검사)는 박기춘(59) 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과 오랜 친분을 유지해온 것으로 알려진 정모(50·전 경기도의원)씨에 대해 증거은닉 혐의로 전날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3일 밝혔다.
정씨는 지난달 2일~29일 박 의원과 박 의원의 친동생이 연루된 사건과 관련해 분양대행업체 I사와 건설폐기물 업체 H사에 대한 검찰의 압수수색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여러 차례 증거인멸 행위를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지난 달 2일 I사와 H사 사무실 등을 1차 압수수색했고, 지난 17일 증거인멸 정황이 포착된 I사 핵심 직원 6명의 주거지를 2차 압수수색했다. 이어 지난 29일 I사 김모 대표(44·구속)의 자택과 모친 주거지에 대해 3차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이와 관련해 I사와 H사 임원들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도 진행했다.
이런 가운데 검찰은 정씨가 누군가의 지시를 받고 증거은닉 또는 증거인멸 행위를 한 것으로 보고 있다.
형사소송법에는 타인의 형사사건 또는 징계사건에 관한 증거를 인멸, 은닉, 위조 또는 변조한 증거를 사용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돼 있다.
이에 따라 검찰은 정씨의 신병이 확보되는 대로 정씨에게 증거은닉 행위를 하도록 지시한 사람이 누구인지 등을 집중 캐물을 방침이다.
다행히 검찰은 2, 3차 압수수색 과정에서 최초 압수수색 과정에서 확보하지 못했던 유의미한 증거들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조만간 박 의원에 대해서도 소환을 통보할 방침이다.
한편 정씨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은 이날 오후 3시부터 서울중앙지법에서 진행 중이며, 정씨의 구속 여부는 밤늦게 결정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