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오넬 메시(바르셀로나)의 '우승 징크스'는 계속된다.
메시는 아르헨티나가 낳은 세계 최고의 축구선수다. 바르셀로나 소속으로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우승 7회는 물론, 코파 델 레이(국왕컵) 3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4회 등 각종 대회에서 우승을 맛봤다. 덕분에 데뷔 후 국제축구연맹(FIFA) 발롱도르 3연속 수상 등 각종 개인상을 휩쓸며 전 세계에 자신의 이름을 널리 알렸다.
하지만 이 모든 영광은 소속팀 바르셀로나 유니폼을 입고 이룬 결과였다. 아르헨티나 축구대표팀 유니폼을 입은 메시는 좀처럼 우승 트로피와는 인연을 맺지 못했다. 메시가 아르헨티나 대표팀으로 나선 국제대회에서 우승을 경험한 것은 두 번에 불과하다.
2005년 FIFA 20세 이하 월드컵에서 우승했고, 2008년에는 베이징 올림픽에서 세계정상에 올랐다. 하지만 두 대회 모두 국제 축구계에서 주요 대회로 평가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메시가 바르셀로나 소속으로 거둔 엄청난 결과에 비해 아르헨티나 대표팀에서의 활약은 크게 비교됐다.
메시는 남미 축구의 최강을 가리는 2015년 코파 아메리카에서 아르헨티나를 결승까지 이끌며 첫 우승 기회를 잡았다. 아르헨티나 대표팀의 주축 선수로 자리 잡은 이후 2010년 남아공 월드컵과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서 기대에 미치지 못한 만큼 이번에는 반드시 우승을 이끈다는 것이 메시의 각오였다.
대회 개막 후 메시는 명성에 걸맞지 않은 활약으로 우려를 낳기도 했다. 하지만 파라과이와 대회 4강에서 도움 해트트릭을 선보이며 아르헨티나의 6-1 대승을 이끌며 이번 만큼은 다를 것이라는 기대를 한껏 부풀렸다.
◈메시의 고군분투, 결국 동료의 도움은 없었다
그러나 이번에도 메시는 고개를 떨구고 말았다. 아르헨티나는 5일(한국시각) 칠레 수도 산티아고의 에스타디오 나시오날 훌리오 마르티네스 파라다노스에서 열린 칠레와 결승에서 메시의 분투에도 연장까지 120분간 0-0 무승부에 그친 뒤 승부차기에서 1-4로 패했다.
메시는 120분간 아르헨티나의 공격을 이끌었다. 하지만 자신이 직접 마무리하기보다는 동료에게 마무리할 기회를 만드는 데 주력했다. 앙헬 디 마리아(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전반 29분 만에 부상으로 나가고, 세르히오 아구에로(맨체스터시티), 하비에르 파스토레가 후반 차례로 교체되며 에세키엘 라베치(이상 파리생제르맹), 곤살로 이구아인(나폴리)와 호흡을 맞췄다.
메시의 고군분투에도 아르헨티나는 골을 넣지 못했다. 안방에서 코파 아메리카 사상 첫 우승을 노린 칠레의 강력한 수비를 뚫지 못했다. 오히려 날카로운 역습에 여러 차례 실점 위기를 맞기도 했지만 골키퍼 세르히오 로메로(삼프도리아)의 선방에 승부차기까지 경기를 끌고 갔다.
칠레가 먼저 승부차기에 나선 가운데 메시는 아르헨티나의 1번 키커로 나서 깔끔하게 성공했다. 이후 칠레의 모든 키커가 차례로 아르헨티나의 골망을 흔든 가운데 아르헨티나는 2번 키커 이구아인과 3번 키커 에네르 바네가(세비야)가 모두 실패하며 사실상 우승이 무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