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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정책

    "그리스가 97년 한국처럼 될수 없는 이유"

     


    - 그렉시트는 유로 통화권 탈퇴를 의미
    - 이번 투표로 그렉시트 확정된 것은 아냐
    - 한국은 외환위기로 원화가치 하락하고
    - 결과적으로 수출경쟁력이라도 올랐지만
    - 그리스는 제조업국가도 아니고
    - 유로존국가라 통화가치 하락으로 인한 반사이익도 없어
    - 두 국가 산업기반이 많이 다르지만
    - IMF는 그리스에도 한국과 똑같은 처방을 했다
    - 그리스, 복지문제가 없진 않았지만
    - 부자들에게 세금 많이 걷지 못했고
    - 통화통합에 따른 부작용 막지 못했고
    - IMF긴축정책이 악영향 준 것이 더 큰 문제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 방 송 : FM 98.1 (18:00~20:00)
    ■ 방송일 : 2015년 7월 6일 (월) 오후 6시 10분
    ■ 진 행 : 정관용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교수)
    ■ 출 연 : 정태인 (칼폴라니 사회경제연구소 소장)


    ◇ 정관용> 그리스 채권단 제안에 대해서 찬반 묻는 국민투표 했죠. 박빙일 거라고 했는데 6대 4 구도로 반대 결과가 나왔습니다. 그리스 국민의 선택을 어떻게 봐야 할지, 앞으로 상황 어떻게 전개될지. 전문가 연결합니다. 여러분 잘 아시죠? 정태인 소장, 지금 칼폴라니 사회경제연구소 소장이시네요. 정 소장님 오래간만입니다.

    ◆ 정태인> 네, 안녕하세요.

    ◇ 정관용> 국민투표에 부친 질문 내용은 EU집행위원회 그리고 유럽중앙은행 또 국제통화기금, 이른바 트로이카 채권단이 제안한 협상안을 수용할 거냐 말 거냐, 거기에 대한 찬반이었죠?

    ◆ 정태인> 네.

    ◇ 정관용> 그러면 먼저 협상안 내용부터 알려주시고요.

    ◆ 정태인> 네. 가장 큰 요구는 재정흑자를 달성하는 거죠. 2015년에는 GDP의 0.1% 쭉 늘려서 2018년에는 3.5%의 재정흑자를 달성하는 건데. 그런데 그동안 5년 동안 그리스가 계속 마이너스 성장을 했거든요. 그러다가 작년에 겨우 0.8% 성장을 했는데 이 정도의 성장률을 기록하면서 세수가 줄어드는 상태에서 재정흑자를 달성하라는 건 모든 사회지출을 줄이라는 거죠. 그러니까 이렇게 생각하시면 돼요. 1997년에 우리나라도 외환위기를 맞아서 IMF 구제금융을 받고 대신에 공기업 민영화라든가 노동시장 개혁이라든가 이런 걸 받았잖아요? 열심히 그걸 했는데 5년 동안 계속 마이너스 성장을 한 거예요. 우리나라는 다행히 수출이 잘돼서 금방 졸업을 했지만 그런데 더 가혹한 조건을 내밀면서 5년 동안 나쁜 결과가 나온 것보다 더 가혹한 조건을 제시를 하니까 그리스 국민들이 그걸 받아들이기는 굉장히 어려운 그런 협상안이었습니다.

    ◇ 정관용> 그래서 국민들은 못 받겠다. 여기에다 투표를 했다 이거죠?

    ◆ 정태인> 네, 사실 시리자 입장에서는, 치프라스 총리 입장에서는 재협상을 공약하고 지금 당선이 됐는데 이 안을 무조건 받으라고 하니까 이걸 자신의 외교적 능력으로 이게 설득이 안 되니까 국민을 끌고 들어와서 재협상의 힘을 얻으려고 한 거고. 어떻게 보면 일단 '노'(No)라는 게 상당히 우리 예상을 뒤엎고 압도적으로 나왔기 때문에 치프라스 총리의 협상 내용은 강화됐다고 볼 수 있겠죠.

    ◇ 정관용> 그런데 그동안 우리 언론이 소개하기는 만약 이번 국민투표에서 찬성이 되면 긴축을 더 하고 국민들은 힘들어지지만 어쨌든 국제채권단하고 협상이 좀 타결돼서 EU에 남아 있는 것이고 반대하면 EU에서 나가게 될 것이다, 이런 얘기를 했는데 그건 아닌 거예요?

    ◆ 정태인> EU하고 유로존이 또 다른데요. 유로존은 유로라는 통화를 쓰는 거고.

    ◇ 정관용> 그렇죠.

    ◆ 정태인> 영국 같은 경우는 유로존은 아니고 EU 멤버잖아요. 그런데 유로존 탈퇴를 그렉시트라고 표현을 하는데. 실은 지금 그리스의 경우에는 부채탕감이 중요한 거고 과연 긴축이 경제성장률을 높이는 전략이냐, 정책이냐 이런 걸 따져봐야 되는 거거든요. 그동안 긴축으로 인해서 성장률이 더 떨어졌는데 이걸 계속 긴축으로 갈 거냐 아니면 임금을 올리든 흔히 요새 얘기하는 내수주도성장을 할 것이냐 이런 것들이 중요한 얘기인데. 계속 그걸 갖다가 요구를 하니까 반대를 한 것이고 국민들의 60%는 유로존에 남아 있기를 지금 원하거든요. 60%가 협상안에 반대했지만 또 60%는 유로존에 남아 있는 거고 꼭 협상안에 반대한다고 해서 유로존을 나가는 건 아닌데. 채권단 쪽이나 또는 독일이나 프랑스 쪽에서는 여러분이 '노'(No)를 하면 그건 바로 그렉시트다. 유로존을 나가는 거다라고 말하자면 '예스'(Yes)를 유도한 거고. 치프라스 총리는 계속해서 '유로존을 나가는 게 아니다. 재협상이 유리해지는 거다' 이렇게 설득을 한 거죠.

    ◇ 정관용> 결국은 협상을 더 해 봐야 되겠군요.

    ◆ 정태인> 그럼요.

    ◇ 정관용> 그리스 국민들이 이런 선택을 한 이유는 그렇게 긴축을 했지만 힘들어서 못 살겠다, 더 긴축은 못 한다. 이겁니까, 뭡니까?

    ◆ 정태인> 그러니까 지금 요구하는 게 재정긴축을 요구하는 결국은 사회지출을 줄이는 건데 그중에 큰 게 연금을 GDP의 2%까지 줄여라라든가 또는 부가가치세로 증세를 해라. 사실은 치프라스는 부자들한테 증세를 해서 재정을 감당하겠다고 했는데 지금 유로 쪽에서는 부가가치세는 23%까지 올리라고 했거든요.

    ◇ 정관용> 부가세 올리면 물가가 또 엄청 뛰죠.

    ◆ 정태인> 소비자가 못 사는 사람이건 아니건 다 세금을 부담하는 거고. 소비를 축소시키는 결과를 갖고 오니까. 그 부분, 여하튼 여러 가지 협상안의 구조에 대해서 국민들은 불만을 가질 수밖에 없게 됐었죠.

    ◇ 정관용> 이게 지금 우리 국민들이 제일 궁금해 하는 대목이면서 좀 어렵고 큰 질문인데 정태인 소장이 간단하게 쉽게 설명해 주셨으면 좋겠는데. 아까 언급하셨던 우리나라도 97년 외환위기에서 IMF에서 돈 꿔왔잖아요.

    ◆ 정태인> 네.

    ◇ 정관용> 그런데 우리는 수출이 잘 됐건 국민들이 금모으기를 했건 허리띠를 졸라맸건 몇 년 만에 금방 졸업하고 극복했지 않습니까? 그런데 그리스는 지금 그게 아니라 돈 꿔왔는데도 계속 어렵잖아요?

    ◆ 정태인> 네.

    ◇ 정관용> 그 결정적 차이가 뭐예요?

    ◆ 정태인> 제일 중요한 건 환율입니다. 우리나라가 수출이 늘어나서 극복을 하게 되는데 우리나라가 원래 1달러당 700원 정도에서 외환위기를 맞았거든요. 지금은 1300원, 1400원까지 올라가면 수출경쟁력이 두 배가 되는 거니까 가격 상으로. 그러니까 수출이 늘어났지만. 그리스는 유로를 쓰잖아요. 그리고 유로를 쓴다는 건 말하자면 강원도에서 서울에다가 수출을 하는데 환율이 변동이 안 되니까 결국은 임금이나 물가가 떨어지는 수밖에 없는 거거든요. 그리스는 이번 상황에서 환율을 변화시킬 수 없기 때문에 크게 유리한 점이 없이 임금만 떨어지는 거였기 때문에 제일 어렵고요. 또 하나는 임금이 떨어졌어요. 물가도 떨어졌는데 1인당 GDP가 3분의 1 정도가 날아갔어요. 원래 3만 달러 정도인데 지금 2만 달러로 줄었는데. 그래도 그리스가 산업이라고 하는 게 수출산업이 아니거든요. 기본적으로 관광산업이 주인데 이렇게 이런 걸 흔히 내부평가절하라고 하는데 내부평가절하가 이루어졌지만 수출을 획기적으로 늘리진 못했고 또 세계경제 상황도 1990년대 말하고 지금을 비교해보면 지금은 전 세계가 다 나쁘잖아요. 그러니까 수출경쟁력이 좀 좋아졌다고 하더라도 수출할 데가 별로 없어졌기 때문에 그리스가 쉽게 경제회복을 못 했던 거죠. 차라리 내수를 늘리는 쪽이 어쩌면 그리스 성장률을 높이고 재정문제도 해결하는 쪽에 더 도움이 됐을지 모르는데. 한국하고 그리스의 차이와 관계없이 IMF는 똑같은 처방을 한 거거든요. 사실 IMF는 30년간 똑같은 처방을 모든 나라에게 다 했는데 그렇게 성과가 좋은 나라가 없었고 한국의 경우가 거의 IMF가 자랑하는 그런 거죠.

    ◇ 정관용> 예외적으로.

    ◆ 정태인> IMF가 고금리는 잘못했다고 나중에 인정을 했죠.

    ◇ 정관용> 말씀 들어보니까 이렇게 돈 빌려오고 긴축하고 이렇게 한 대가로 관광객이라도 부쩍 늘었으면 좋겠는데 그건 관련이 없는 거죠?

    ◆ 정태인> 아니에요. 관광객도 늘 수는 있죠. 임금이 떨어지고 물가가 떨어지면 그리스가 상대적으로 관광이 싸지니까 늘어날 수는 있는데 지금 같은 혼란이 일어나고 불안한 사회정치적 혼란이 일어난다면 관광객이 당연히 거기를 선택 안 하겠죠.

    ◇ 정관용> 그렇다면 그리스가 지금 이렇게 어려워지게 된 근본 원인하고 최근에 몇 년 동안 어려워진 거하고는 조금 다르네요, 원인의 포인트가?

    ◆ 정태인> 그렇죠. 지난 5년 동안은 긴축정책이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지만 그렇게 국가가 많은 빚을 져서 국가 부도의 위기까지 간 건 그 이전에 경제정책이 문제인 거죠. 그러니까 사실은 처음에 통화통합을 할 때 이미 경제 이론상으로는 똑같은 통화를 쓰는데 생산성이 다르면 그러니까 나라마다 다르잖아요. 그러면 그 한쪽 나라에 적자가 누적되고 이게 해결될 수 없다는 거였고. 임금이 떨어져야 된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라 오히려 그리스로 돈이 몰려갔거든요. 흥청망청했는데 그건 무슨 얘기냐면 아주 추상적으로 얘기하면 재정적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하거든요. 가령 강원도하고 서울이 생산력 격차 때문에 강원도가 못 살게 된다고 하면 우리는 한 나라니까 세금을 걷어서 강원도에 보조금을 주잖아요.

    ◇ 정관용> 주죠.

    ◆ 정태인> 그런데 유럽은 재정통합이 안 돼 있으니까 독일이 흑자가 났으면 거기서 세수가 더 많이 걷혔어도 그걸 그리스에 주는 게 안 되는 거거든요. 특히 독일 국민들이 그걸 찬성하겠어요?

    ◇ 정관용> 맞아요.

    ◆ 정태인> 그러니까 통화를 통합하면서 거기에 대한 부작용에 대한 제도정비를 안 했고. 처음 그리스가 2001년에 들어가서 2009년까지는 괜찮았는데 그동안에는 금융이 버블을 일으키면서 문제를 은폐했다가 터졌다고 봐야 되는 거죠.

    ◇ 정관용> 일각에서 과도한 복지가 문제의 핵심이다, 이렇게 말하는 건 어떻게 생각하세요?

    ◆ 정태인> 그것도 일부는 그렇습니다. 그러니까 전체적인 유럽 평균으로 보면 그리스의 복지가 과도한 편은 아니고 그리고 그리스의 노동시간은 터키, 한국 다음으로 3위, 전세계 3위로 노동시간이 많거든요, OECD국가 중에. 그런데 하여튼 분명하게 정부가 자기가 쓸 수 있는 돈보다 더 많이 썼고 그 돈을 외국에서 빌려와서 썼거든요. 프랑스나 독일 은행에서 빌려왔고 그걸 또 골드만삭스 같은 데서 파생상품으로 분식을 시켰어요. 그래서 외국에서 보기에 별로 채무가 많지 않은 것처럼 분식을 시켜서 금융을 믿고 분명히 정부가 빚을 많이 진 건 사실이고요. 문제는, 또 하나의 문제는 그리스도 제가 보기에는 빈부격차가 굉장히 심한데 부자들한테 세금을 많이 걷지 못하고 오히려 돈을 빌려와서 쉽게 해결했단 말이죠. 그게 첫 번째 원인이고 두 번째는 통화통합에 따른 문제점을 제도적으로 정비하지 않은 게 문제고 세 번째는 IMF의 긴축정책이 경제에 해를 줬다, 이렇게 볼 수 있습니다.

    ◇ 정관용> 복합적이죠. 앞으로 어떻게 될까요?

    ◆ 정태인> 모르죠. 그런데 당장 문제는 지금 그리스 은행들이 문제거든요. 지금 구제금융 들어온 건 전부 서방, 독일이나 프랑스 은행들한테 다 갚았어요. 그래서 지금 그리스의 빚은 대부분 공적, ECB, 유럽중앙은행에 대한 빚인데 그리스 내부 은행에 대해서는 그걸 안 줬기 때문에 은행들이 지금 밖에서 돈이 안 들어오면 부도상태거든요. 그러니까 하루에 60유로밖에 인출을 못하는 이런 사태가 벌어지고 있는데 유럽중앙은행이 긴급대출을 안 해 주면 그리스의 은행파산이 일어나게 됩니다. 그러면 바로 치프라스 정권이 위험해지는데. 이렇게 갈 것인지 아니면 은행 시스템을 살려놓고 재협상을 들어갈 것인지 이거는 이유가 유로, 특히 독일이 선택을 하게 되겠죠.

    ◇ 정관용> 독일이 파국까지 가는 걸 원하지를 않는다, 이런 얘기가 있던데요. 어떻게 보세요?

    ◆ 정태인> 두 가지인데요. 하나는 규율을 이번에 잡아야 된다. 그러니까 그리스처럼 흥청망청 쓰고 나중에 외국한테 돈을 달라고 하는 그런 선례를 남기지 말자고 하는 생각이 지금 굉장히 강하거든요. 그리고 또 하나는 통독 때 한 번 이런 비슷한 걸 경험했잖아요. 동독하고 서독이 1대1로 통화를 통합하니까 동독이 처음에는 좋았지만 동독 경제는 망가졌거든요.

    ◇ 정관용> 그렇죠.

    ◆ 정태인> 그러고 나서는 서독 쪽에서, 서독 지역에서 거의 한 10년, 20년 정도 재정보조금을 줬는데 이걸 그리스한테 또 줄 수는 없다는 내부 정치적인 그런 측면이 있어서 지금 강하게 나오는데. 유로 자체가 파탄이 나고 스페인 쪽으로 이게 불똥이 튀어나가는 건 원하지 않을 거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아마 저는 상당한 타협이 이루어질 것이고 과거에 어떤 정책의 룰보다는 훨씬 완화된 것 그리고 IMF 스스로도 과거의 정책에 대한 반성을 하고 있는 중이기 때문에 오히려 IMF가 타협안을 낼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

    ◇ 정관용> 그리고 그 타협안이라고 하는 것은 그리스 국민들한테도 계속 고통을 줄 수밖에 없는 거죠?

    ◆ 정태인> 그러니까 부채탕감이 좀 더 이루어질 거고요. 그다음에 지금과 같은 긴축정책에 의한 성장이 불가능하다고 한다면 다른 어떤 방식에 의한 성장을 갖다가 그리스 국민한테 제시하겠죠. 그리고 무엇보다도 IMF가 요구한 건 우리가 어쩔 수 없이 한다가 아니라 그리스 국민이 합의를 해서 이쪽으로 가는 수밖에 없다고 합의를 해야지 사실은 경제도 살아나고 재정문제도 살아날 수 있을 건데 지금은 너무 강요를 하고 있거든요. 그리스 국민들이 굴욕적인 그런 것들이 투표로 표현이 됐는데 이 부분을 해결 안 하면 계속 문제는 재발될 수 있겠죠.

    ◇ 정관용>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고맙습니다.

    ◆ 정태인> 네, 감사합니다.

    ◇ 정관용> 칼폴라니 사회경제연구소 정태인 소장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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