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로스앤젤레스(LA) 통합교육청은 오는 9월 새학기부터 산하 중·고교에서 휴대전화로 성적인 메시지나 사진, 동영상을 주고받는 '섹스팅'(Sexting) 계도 캠페인을 본격적으로 전개하기로 했다.
교육청은 이를 위해 정규 수업시간 외 섹스팅에 관한 교육 시간을 별도 편성하고, 동영상과 책자, 교육 계획서 등을 제작해 일선 학교에 전달할 예정이다.
특히 이 섹스팅 교육에는 부모들도 참관시켜 자녀들과 토론을 하는 시간도 마련했다. 이 캠페인에는 교사와 학생들뿐만 아니라 시 공무원, 시 검찰국과 학교 경찰, 각 지역공동체 대표, 카운슬러 등도 동참토록 할 예정이다.
LA 통합교육청이 이처럼 섹스팅 계도 캠페인에 나선 것은 지난 3월 LA 시 베니스 고교에서 남학생 9명이 여학생 2명을 상대로 성관계 장면을 휴대전화와 사회관계망 서비스(SNS)에 유포한 혐의로 체포된 사건이 계기가 됐다.
교육청 관계자는 "이 사건을 통해서 청소년들이 죄의식 없이 섹스팅을 하고 있다는 점을 알게 됐다"면서 "무작정 처벌하기보다 계도에 나서는 게 시급하고 교육적으로도 올바른 방향이라는데 의견을 모았다"고 말했다.
이는 미국 교육계 내에서는 청소년의 섹스팅 문제를 어느 수준까지 처벌해야 하느냐를 둘러싸고 논란이 이는 것과 무관치 않다.
보수 진영에서는 섹스팅이 성폭행과 아동 매춘 등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큰 만큼 강력한 처벌을 주장하는 반면, 진보 진영은 목적 없는 처벌로는 청소년 범죄자들만 양산할 뿐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LA 통합교육청의 섹스팅 계도 캠페인은 실험적 성격을 띠고 있으며, 캠페인 사후 결과가 섹스팅 대처법에서 하나의 시금석이 될 것이라는 의견이 적지 않다.
실제로 미국 청소년들의 섹스팅 문화는 심각한 수준에까지 이른 상황이다. 문제는 청소년들이 죄의식 없이 섹스팅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4월 버지니아 주 페어팩스 카운티 경찰은 지역 내 고교생 19명이나 연루된 섹스팅 사건을 수사했다. 이들은 사진 100여 장을 사회관계망 서비스나 문자메시지를 통해 공유된 것으로 알려졌다.
리처먼드에서는 6개 카운티에 걸쳐 100여 명의 청소년들이 1천여 장의 성적인 사진과 동영상을 주고 받은 사실이 적발되기도 했다.
게다가 청소년들의 섹스팅 문화는 스마트폰의 대량 보급으로 급속히 확산하고 있는 추세다.
텍사스대 제프 템플 교수팀이 지난해 텍사스 주 동남부 지역에 사는 고교 2∼3년 974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조사에서 응답자의 28%가 섹스팅을 해본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이 연구조사는 6년간 섹스팅이 실제 성생활과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를 알아보기 위한 것으로, 섹스팅을 해본 청소년은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성경험을 할 가능성이 7배나 많은 것으로 분석됐다.
여론조사기관 퓨리서치센터가 지난해 4월 시행한 여론조사에서도 휴대전화를 가진 미국 성인 가운데 성적인 사진과 동영상을 전송한 사람의 비율은 9%로 전년도에 비해 3%포인트 늘었다.
이 같은 사진·동영상을 수신한 경험이 있는 사람의 비율은 20%로, 1년 전 조사에 비해 5%포인트 증가했다.
스티븐 지퍼맨 LA통합교육구 관할 경찰서장은 "이번 캠페인은 섹스팅의 위험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면서 "섹스팅이 성폭력과 아동 매춘과 같은 범죄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는 만큼 학생들 스스로 책임감을 갖도록 하는 게 목적"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