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연평해전' 중 한 장면. (자료사진)
- 연평해전 영결식은 해군장
- 의전절차대로 하면 합참의장 이상은 안 간다
- 67년 당포함 사건 영결식때도 대통령 불참
- 96년 잠수정 사건때도 대통령 불참
- 보수정부 대통령 안가는 건 괜찮나?
- 축구 보러 갔다? 한일정상회담 하러 간 것
- 총선 앞두고 여론 조장하는 것 아닌가
- 이희호 여사 방북, 아직 확정으로 볼순 없어
- 윤병세 장관의 처형 발언, 꼭 해야 했나?
- 대통령이 이여사 통해 북측에 메시지 전달해야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 방 송 : FM 98.1 (18:00~20:00)
■ 방송일 : 2015년 7월 9일 (목) 오후 7시
■ 진 행 : 정관용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교수)
■ 출 연 : 정세현 (전 통일부장관)
◇ 정관용> 요즘 영화 연평해전, 선풍적 인기를 끌고 있죠? 이 영화를 본 네티즌들 사이에 디제이 정부에 대한 재평가 논란이 일고 있는 모양입니다. 당시에 전사자들을 DJ정부가 홀대했다, 이런 식의 논란인데요. 영화 연평해전을 둘러싼 김대중 정부에 대한 재평가논란, 또 다음 달로 지금 예정되고 있는 이희호 여사의 방북소식까지 우리 정세현 전 장관 연결해서 말씀 들어봅니다. 장관님 나와 계시죠?
◆ 정세현> 네, 여보세요.
◇ 정관용> 네, 안녕하세요. 혹시 영화 연평해전, 보셨어요?
◆ 정세현> 아니요. 못 봤습니다.
◇ 정관용> 그런데 이 영화를 본 네티즌들 사이에 참 용맹하게 싸우다가 전사한 아까운 목숨들, 그들을 왜 김대중 정부에서는 그렇게 홀대했느냐, 이런 식의 논란이 막 일고 있다는 건 알고 계시죠?
◆ 정세현> 네, 알고 있습니다.
◇ 정관용> 당시 통일부장관이셨는데 이런 논란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세요?
◆ 정세현> 이게 영화는 역시 영화 아닙니까? 일종의 드라마틱하게 스토리를 만드는 것이 영화이고 연극이고 그렇다고 본다면 실제적 진실과는 좀 거리가 있다고 봅니다. 사실관계는 좀 다를 수 있다.
◇ 정관용> 어떤 점에서요?
◆ 정세현> 예를 들면 연평해전이 마치 대통령의 무슨 교전수칙에 대한 지시가 잘못되어서 우리가 당한 것처럼 그려지고 있다고 하는데 그것은 사실과 다르죠.
◇ 정관용> 사실은 어땠는데요?
◆ 정세현> 사실은 원래 그런 교전수칙이라든지 현장에서의 대응하는 것은 군인들이 가지고 있는 기본방침 대로 하게 되어 있습니다.
◇ 정관용> 현장 교전수칙에 의해서 진행이 되겠죠?
◆ 정세현> 네.
◇ 정관용> 일일이 대통령이 지시한 것은 아니겠죠?
◆ 정세현> 그럼요. 그리고 국방부장관이 있고 합참의장이 있고 그 밑에 해군총장이 있고 또 그다음에 함대사령관이 있고 그다음에 전단장이 있고 전대장이 있고 그렇지 않습니까? 그런 것까지 일일이, 그러니까 전대장 이하의 수준에서 결정될 문제를 대통령의 책임으로 돌린다는 것은 그것은 조금 국가운영원리에 대해서 무엇을 좀 오해를 하고 있기 때문에 그렇게 나오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 정관용> 네, 그리고 또 하나 많은 네티즌들이 문제 삼는 것이 전사한 장병들 영결식에 왜 대통령이 안 갔느냐, 이것은 홀대한 것 아니냐, 이런 논란은 어떻게 보세요?
◆ 정세현> 그것도 그 영결식이 해군장이었습니다. 해군장이였기 때문에 해군참모총장이 주재를 하는 거죠. 그렇게 된 경우에 해군장, 또 육군장, 공군장 이렇게 되면 합참의장 이상, 국방장관이 됐건 총리가 됐건 대통령이 됐건 그 행사는 가지 않는 것이 그런 장례식 등과 관련된 의전절차입니다. 67년에도 박정희 대통령 시절에 그 비슷한 사건이 하나 있었죠? 그때도 대통령 안 가셨습니다.
◇ 정관용> 아, 당포함 사건?
◆ 정세현> 당포함 사건. 그다음에 96년 정동진에 잠수정침투 이후에 교전이 일어나서 우리 병사들도 죽고, 그렇지 않았습니까?
◇ 정관용> 네.
◆ 정세현> 그때는 제가 청와대를 통일비서관으로 있을 때예요. 그때 대통령 그 장례식에 안 가셨습니다. 그러니까 보수진영, 보수대통령이 안 가면 문제가 안 되고 진보대통령이 안 가면 마치 무슨 북한의 눈치 보느라고 안 간 것처럼 이렇게 이야기를 하는 것은 저는 잘못된 것 아닌가 생각합니다.
◇ 정관용> 그런데 이런 논란이 왜 인다고 보세요, 그러면?
◆ 정세현> 시기적으로 내년 총선 또는 다음번 대선을 앞두고 그 국내 정치차원에서 보수성향의 어떤 그 여론을 조장하려고 하는 그런 일환이 아닌가 하는 생각입니다.
◇ 정관용> 이 연평해전 영화 제작과정에도 그런 세력들의 어떤 입김이 작용했다가 보세요?
◆ 정세현> 글쎄요, 그것까지는 저도 잘 모르겠어요. 그러나 결과적으로는 반복의식 내지는 남북화해협력정책에 대한 비판적인 입장을 강화시키는 데는 결과적으로 영향을 주겠죠.
◇ 정관용> 네, 그리고 또 아까 영결식에 참석 안 했다, 했다 논란을 더 이어서 한일월드컵 축구결승전 보러 도쿄에 가서 되겠느냐, 이런 식의 지적, 그건 어떻게 보십니까?
◆ 정세현> 아시다시피 2002년 월드컵은 한일 공동주최로 된 것 아닙니까? 개막식은 서울에서 했죠. 그리고 폐막식은 도쿄에서 하기로 되어 있었습니다.
◇ 정관용> 그렇죠.
◆ 정세현> 그러니까 얘기 들어보니까 대통령이 영결식에는 안 가고 도쿄에서 열리는 축구대회 축구 보러 갔다, 이렇게 말을 만들었더군요. 대통령이 그분이 무슨 축구를 그렇게 좋아하는 분도 아니고 김대중 대통령이. 그 폐막식에 일본 천황과 일본 총리도 다 참석을 하고 그 개재에 한일 간에 정상회담을 하기로 일정이 잡혀 있었습니다. 그러니까 한일관계를 잘 관리하는 것도 물론 북한의 그런 군사적 도발이라든지 이런 것에 대해서 대통령이 사과해서 적절히 대응하고 또 국민들에게 메시지를 보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외교상 특히 그 당시 한일관계가 굉장히 어떤 점에서는 중요했는데 그걸 위해서 정상회담으로 가신 것이지 축구 보러 가다니요. 그거는 시간적으로 일치한다고 그래서 반드시 원인과 결과가 연결되는 건 아니지 않습니까?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 (자료사진)
◇ 정관용> 네, 아무튼 논란이 일어나는 대목, 저는 다 여쭤봤습니다. 참 왜 이런 논란이 있는지 조차 저는 좀 이해가 잘 안 가기도 합니다마는 오늘 또 모신 김에 이희호 여사의 방북 말이죠. 일단 날짜는 8월 5일부터 8일, 3박 4일로 정해진 듯한 데 북한이 자꾸 말을 왔다 갔다 하는 것 같아요. 계속 이런 식이면 도발을 하면 이것은 완전히 확정된 것은 아니다, 이런 식의 얘기를 하는데 워낙 우리 정세현 전 장관께서 남북대화나 협상을 오래 해 오셨기 때문에 북한이 왜 이러는 겁니까?
◆ 정세현> 사실은 북한과의 협상을 하든지 대화를 하든지 합의된 내용을 발표할 때는 굉장히 조심을 해야 합니다. 완전히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는 상상력이 높은 사람들이 말을 만들어낼 수 있는 여지가 있으니…. 표현 같은 것은 조심해야 해요.
◇ 정관용> 그러니까 지금 완전히 확정된 것이 아닌 거라고 봐야 합니까?
◆ 정세현> 그렇죠. 왜냐하면 방문단 규모도 아직 결정되지 않았고 일정, 언제 오시라, 그다음에 어떤 경로로 오시라, 두 가지만 지금 결정된 것 아닙니까? 방문단 규모 그다음에 또 구체적인 일정에 들어가서 이런 것이 확정될 때까지는 아직 결론이 안 난다고 봐야 하는 거죠.
◇ 정관용> 네, 그러면서 북한은 자꾸 북한 측 고위층을 자극할 수 있는 우리 정부 당국자의 발언, 이런 걸 좀 빌미로 삼고 있는 것 같은데, 마침 오늘 윤병세 외교부장관이 관훈클럽 초청토론회에 가서 김정은이 집권한 이후 불과 몇 년 사이에 무려 70여 명이 처형되었다, 김정일의 집권기 그 해당연도에 비해서는 무려 7배다, 이런 식의 발언을 했는데 이건 어떻게 보세요?
◆ 정세현> 우선 첫째 북한 내부사정에 관해서는 통일부 소관 아닙니까? 제가 통일부 출신이라서가 아니라 질문을 기자들이 외교부장관한테 할 수는 있다고 생각을 해요. 뉴스거리가 나오면 무조건 되는 거니까. 그러나 그 질문이 나오면 글쎄요. 저는 구체적인 내용은 잘 모르고 또 안다고 할지라도 소관부처가 있기 때문에 제가 여기에서 답변하는 것이 적절치 않습니다 하시고 넘어가시면 좋았을 뻔 했어요. 그런데 일단 이 얘기가 나왔는데 어제 나온 복지부의 아태평화위원회 대변인 담화의 내용으로 봐서는 자기네 최고 존엄을 극도로 모독했다는 식으로 해서 또 한 번 강력반발하는 그런 조치가 곧 이어지지 않겠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면서 이게 이희호 여사의 방북에 굉장히 나쁜 영향을 미치지 않겠는가, 우리가 북한이 합의가 완전히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마치 다 된 것처럼 이야기하는 것에 대해서 아직은 덜 끝났다, 그런 식으로 얘기하는 것도 원당은 아닙니다. 잘한 건 아닌데 특히 그 경로 문제를 가지고 자기네들 평양-개성 간 고속도로를 지금 보수 중에 있대요. 그런데 여러 군데 공사를 하다 보면 차가 못 지나가는 관계로 멀리, 우리식 말하면 국도로 나갔다가 다시 들어오는 이런 식의 운행을 여러 번 하다 보면 연세도 많으신데 불편하실 테니까 차라리 비행기로 오시라 해서 했는데 연세도 많으니까.
◇ 정관용> 그렇죠.
◆ 정세현> 그거를 무슨 새로 지은 공항을 자랑하려고 했다고 이런 식으로 하니까 이게 자기네로서는 나이 많으신 그 어른을 모시는 도리로서 동양적인 우리 전통 도리로서 한 것인데 마치 무슨 홍보효과나 노리는 것처럼 하니까 속상하다, 거기서부터 얘기가 시작됐어요.
◇ 정관용> 방금 말씀하신 새로 지은 공항 자랑하려고는 누구의 멘트입니까?
◆ 정세현> 글쎄요. 누가 그랬는지 그건 모르겠어요. 보수언론에서 그랬는지….
◇ 정관용> 우리 정부 당국자인지 아닌지는 아직 확인은 못하셨고?
◆ 정세현> 정부 당국자일까요? 정부 당국자가 그렇게까지 얘기를 하겠습니까?
◇ 정관용> 아무튼 그렇고요. 여기에서 틀어지기 시작했다, 그 말씀이고?
◆ 정세현> 아니 그거부터가 자기네들의 소위 진의라고 할까, 호의를 이런 식으로 왜곡을 해서 정치적인 목적이 있는 것처럼 얘기하는 것이 속상하다는 얘기였고 그다음에 또 정부당국자가 원칙을 가지고 방북 문제를 처리하겠다고 하니까 승인을 안 해 줄 것처럼 오해를 해서 그런 것인데 통일부가 원칙이라는 단어를 썼다고 해서 방북승인을 안하지는 않을 겁니다. 원칙이라는 것은 오히려 그런 경우에 정부에서 남북협력기금을 얼마나 지원을 할 수 있겠는지 예를 들면 비행기가 뜬다고 그러면 그 경비는 정부가 댈 수 있는 것이거든요. 그런 거는 원래 규정대로 하겠다는 그런 뜻이었을 텐데 저쪽에서도 좀 민감하게 오해를 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 정관용> 그것은 지난 경과 과정을 말씀하셨고 제가 오늘 여쭈어 본 윤병세 외교장관의 발언, 이것은 명백히 좀 도움이 안 되는 발언이겠죠?
◆ 정세현> 도움이 안 됩니다.
◇ 정관용> 그런데 그렇게 도움이 안 된다는 것을 몰랐을까요? 외교부장관이?
◆ 정세현> 글쎄요. (웃음) 요즘 인권문제라든지 그다음에 대북압박을 위한 무슨 경제제재를 별도로 한다든지 하는 그런 이야기를 보면 남북관계는 적어도 우리 현 정부의 외교안보팀 내에서는 별로 관심이 없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 정관용> 알겠습니다.
◆ 정세현> 북한이 싫어할 소리만 하는 거죠. 북한의 비위를 맞추어가면서 해소하자는 얘기는 아닙니다. 그러나 상대가 있는 문제이기 때문에 상대의 자존심을 건드리고 상대를 압박하는 모양새를 취하면서 한반도 상황을 관리할 수는 없는 것 아니겠습니까?
◇ 정관용> 네, 그러니까 아무튼 그래서 이희호 여사의 방북이 정말 성사될 수도 아직 미지수인 상태이긴 합니다만 만약에 그 날짜로 확정이 되어서 다녀오시게 된다면 우리 정 장관께서는 어떤 의미를 부여하시겠고, 무얼 좀 주문하시겠는지 마지막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 정세현> 이희호 여사의 방북이 의미 있는 그런 사업으로 되려면 대통령께서 지금, 박 대통령께서 무언가 이희호 여사에게 미션을 주셔야 해요. 지금 김정은 위원장한테 최소한 긴 이야기는 못하지만 이런 정도의 무슨 우리 쪽의 입장은 진정성을 가지고 좀 잘 좀 전달해 주시죠. 그쪽에서 좋은 방향이 나오고 등등하면 이걸 계기로 해서 남북관계가 좋아지지 않겠는가, 특히 박근혜 정부의 임기 후반부 남북관계가 잘 풀려나갈 수 있는 소위 모멘텀을 이번 이희호 여사의 방북을 계기로 해서 구축할 수 있다, 형성할 수 있다,이런 생각을 하게 됩니다.
◇ 정관용> 그런 의지가 있다면 이희호 여사에게 뭔가 미션을 주어야 한다? 대통령이?
◆ 정세현> 그렇죠. 왜냐하면 어차피 지금 김정은 제1위원장의 초청을 받고 가시는 분이기 때문에 초청자는 만나게 되어있다고 봐야죠.
◇ 정관용> 그렇죠.
◆ 정세현> 아직 지금 그쪽에 이른바 일호행사 즉, 최고 권력자의 행사이기 때문에 사전의 일정을 발표하지는 않을 겁니다. 그러나 만나게는 되어있는데 만나는 자리에서 그냥 의례적인 인사만 하도록 해서 되겠습니까? 이 좋은 기회를 활용해야죠. 대통령이 구두메시지라도 줘야 한다, 그런 생각입니다.
◇ 정관용> 줄까요, 그런데?
◆ 정세현> 지금까지 한 것으로 봐서는 그럴 가능성이 별로 없지만 또 압니까?
◇ 정관용> 그럴 수 있죠. 또 압니까, 정말?
◆ 정세현> 아니 그럼요. 정치의 세계에서 하루는 범부의 일생보다도 긴 시간입니다. 앞으로 어떻게 변할지 모르는 것이고 저는 그런 서양교훈이지만 거기에 기대를 겁니다.
◇ 정관용> 네, 말씀 잘 들었습니다. 정세현 전 통일부장관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