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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자원개발, 아몰랑 국회는 다시 나서라

정치 일반

    해외자원개발, 아몰랑 국회는 다시 나서라

    [변상욱의 기자수첩]

    고품격 뉴스, 그러나 거기서 한 걸음 더! CBS <박재홍의 뉴스쇼=""> '변상욱의 기자수첩'에서 사회 현상들의 이면과 서로 얽힌 매듭을 변상욱 대기자가 풀어낸다. [편집자 주]

     

    우리나라가 벌인 해외자원 개발 사업에 대한 감사원의 감사결과가 곧 발표된다. 흔히 이명박 정부 시절 4대강에 22조 원을 쏟아 붓고 건진 것 없이 허망하다 하지만, 가장 많은 투자가 이뤄진 건 해외자원개발 사업이다. 무려 27조 원을 투자했다. 2003년부터 노무현, 이명박 두 정권을 거치면서 해외자원개발 사업에 투입한 돈은 31조 4,000억 원이다. 앞으로 더 쏟아 부어야 할 돈이 34조 3,000억 원이다. 쏟아 부은 31조 4,000억원 가운데 27조 원이 이명박 정권 하에서 벌어졌으니, 이명박 정권이 얼마나 이 사업에 조급히 매달렸는가 짐작할 수 있다. 정권 차원에서 최고위 실세들이 이 사업의 선두에 섰고 관련 공기업들은 실적에 쫓겨 무리한 투자를 해 국고를 바닥냈다는 것이 전반적인 평가이다.

    감사원은 2003년부터 추진된 80여 개 해외자원 개발 사업에 대해 성과감사를 진행했다. 지난 1월과 4월 부분적으로 내놓은 내용을 보면 석유공사, 가스공사, 광물자원공사 등 3개 공기업이 2003년 이후 116개 사업에 31조 4,000억 원을 투입하고 회수한 돈은 4조 6,000억 원에 불과하다. 자원개발 사업이 장기간에 걸쳐 이뤄지고 수익이 들어오는 것이긴 하지만 지금으로서는 크게 기대할 것이 남아있어 보이진 않는다. 그래서 감사원도 그만 접어야 할 사업들을 지목해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31조 원 들이 붓고 건진 건 5조 원

    해외 자원개발 사업은 중단하고 싶다고 그 자리에서 멈춰버릴 수 있는 사업이 아니다. 여러 기관의 컨소시엄과 계약이 얽혀 있어 중단이 쉽지도 않고, 실패로 끝난 사업도 사후 뒷정리를 하는데 추가로 비용을 들여야 한다. 물론 4대강 사업도 비슷한 처지여서 잘못된 공사와 결과에 대해 또 혈세를 들여야 한다. 그래서 실패로 끝난 4대강과 해외자원개발 사업은 상당한 기간 손실이 이어지고 시간 손실도 크다. 그렇기 때문에 이명박 정권이 투자한 사업의 손실은 지금부터 추정치가 아닌 실제 손실 규모가 드러나기 시작할 것이고, 따라서 감사원 감사결과가 주목되는 것이다.

    박근혜 정권 들어서서 새정치민주연합은 이명박 정권이 40조 원을 투자해 약 35조 원 손실을 봤다고 주장했고 국회 차원에서 자원외교 국정조사 특별위원회를 꾸려 조사에 나섰다. 그러나 자원외교 국정조사특위는 증인채택 문제를 놓고 여야가 싸우다 결국 합의가 안 돼 정식 보고서를 채택하지 못했다. 야권은 핵심실세들을 증인으로 불러 세우려 했고 여당은 정치공세라며 이를 방어하기에만 급급했다. 우리 국회에서 늘 반복되는 뻔한 뻘짓이다. '국정감사 및 국정조사에 관한 법률' 에 따르면 활동과 관련한 사항을 여야 협의에 따라 처리하게 되어 있다. 협의가 결렬되고 아무 결론도 나지 않으면 그동안의 활동은 물거품이 된다. 조사기록과 활동내용을 어떻게라도 남겨두라는 아무런 규정도 없다. 정치적으로 악용하기 적당한 허점이어서 법적으로 보완할 필요가 있다. 결국 국회가 법의 허점을 악용해 정권의 비리를 덮은 셈이다.

    그런 가운데 새정치민주연합 특위 위원으로 활동한 전순옥 의원이 1년 간 조사했던 기록을 이대로 사장시킬 수는 없다며 조사보고서를 개인적으로 펴냈다. 전순옥 의원의 이 조사보고서는 MB자원외교 손실을 22조원으로 추산하고 있다. 재무제표상 이미 확정된 손실 4조 원, 부실사업에 계속 쏟아 부어질 투자액 18조 원. 도무지 현실감이 가 닿지 않는 규모라 전순옥 의원은 설명을 붙였다. 박근혜 정부가 국가가 책임지겠다고 한 뒤 지방교육청에 떠넘겼던 누리과정 예산 7,525억 원을 30년간 지원할 수 있는 금액이라는…

    그러나 전순옥 의원의 이 조사보고서도 빛을 보지 못했다. 대부분의 언론들이 조사보고서의 출간 사실을 외면했다. 조사보고서의 존재를 알린 언론은 환경 혹은 에너지 관련 인터넷 신문들 일부였다. 최근 우리 사회는 청와대와 여당, 친박과 비박, 유승민 의원의 원내대표 사퇴로 소란스러웠으니 이런 보고서는 성에 차지 않았는지도 모르겠다. 이 보고서에는 자원외교 부실투자의 핵심인물들 이야기가 들어 있고, 내부자의 고발성 인터뷰도 들어있고, 전문가 진단도 포함돼 있다. 특히 자원외교 부실투자의 핵심인물로 거론된 인물들 외에 정부 여러 부처에 걸쳐 자원외교에 편승한 고위공직자들과 그들의 인맥 구조도 공개되어 있다.

    국회가 법의 허점을 악용해 ‘아몰랑’

    감사원 보고서를 기다려 보지만 아마 절반의 기대가 맞을 것이다. 사업만 감사했지 어떤 정권 실세들이 관련되어 있는지 속속들이 밝히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정권실세들이 어떤 방법으로 얼마만큼 밀어 준 건지, 이 사업에서 엉뚱한 곳으로 빠져나간 돈은 없는 건지, 그 돈은 어디로 흘러 들어간 건지… 감사원의 광범위한 감사가 이런 비리에 대해 윤곽이나 단서를 제공해야 하고, 검찰이 날카로운 수사로 파고들어야 할 사안이다. 문제는 MB정권의 실세나 책임자들이 현 정권의 실세로 이어지고 자칫 여권이 크게 동요할 수 있는 대형비리라는 점에서, 그런 조사나 수사가 가능할까라는 점이다. 더구나 지금의 국가 권력체제는 민주주의의 기본을 무시한 채 질주하고 있다. 대통령의 개인적 적개심에 여당 원내대표가 뽑혀 나가고, 국민의 대표인 여당 의원들은 대통령을 위해 작두를 뽑아드는 상황이다. 검찰 역시 정권의 손발로 움직이고 독립성이 위축되어가는 마당에 뭘 기대할 수 있을지 답답하다.

    해외자원의 개발 사업은 중대한 국가적 과제이다. 아직도 우리 사회는 해외 자원 확보에 대한 올바른 인식과 이해가 부족하다. 그렇기에 수십조의 혈세가 허비된 것이다. 해외자원 개발 사업은 정책적 결정과정에 과단성이 필요하고 자금력과 기술력, 정보력, 국제 협상능력까지 두루 갖춰야 성공할 수 있다. 힘으로 떠밀어도 안 되고 권력이 뒷배경으로 끼어들어도 곤란하다. 이번 기회에 시행과정의 지나친 실책과 비리에 대해서는 엄중히 꾸짖어야 한다. 그럼으로써 이후 사업에 정치적 비리가 작용하고 실적에 쫓긴 편법이나 잡음이 일지 않도록 방지할 수 있다. 그런 조치 이후에 실무자들이 위축되지 않도록 격려해야 국가의 장기적 자원확보 사업이 제자리를 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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