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사도'의 송강호(사진=타이거픽처스 제공)
천만영화 '변호인' 이후 2년 만에 스크린에 복귀하는 송강호의 주연작 '사도'(감독 이준익)의 티저 예고편이 오는 9월 개봉에 앞서 14일 공개됐다.
영화 사도는 조선의 21대 왕 영조(1694∼1776)가 그의 아들 사도세자(1735~1762)를 뒤주 속에 가둬 8일 만에 죽음으로 내몬 비극을 그리고 있다.
이날 공개된 약 1분짜리 티저 예고편은 망치로 무언가를 두드리는 소리를 배경으로 "생각할 사(思), 슬퍼할 도(悼). 사도세자라 하여라"라는 영조(송강호)의 노쇠한 음성과 함께 '너를 생각하며 슬퍼하노라'라는 이름의 뜻풀이가 떠오르며 시작된다.
이어 "이것은 나랏일이 아니고 집안일이다. 나는 지금 가장으로서 애비를 죽이려고 한 자식을 처분하는 것이야"라는 영조와 "언제부터 나를 세자로 생각하고, 또 자식으로 생각했소"라는 사도세자(유아인)의 대립이 그려진다.
티저 예고편은 "이것이 우리의 운명이다"라는 영조의 말과 함께 사도세자가 갇힌 뒤주를 비추며 끝을 맺는다.
자식 잃은 부모의 아픔을 말할 때 끊을 단(斷)에 창자 장(腸)을 써 '단장'이라 한다. 창자가 갈가리 끊어지는 아픔을 상상하기란 불가능해 보인다.
그럼에도 영조는 왜 아들을 죽음으로 내몰아야만 했을까.
사도세자의 아들이자 조선 22대 왕 정조(1752~1800)의 삶과 관련해 지난해 5월 역사학자 한영우(77) 서울대 명예교수를 인터뷰할 당시, 한 교수가 언급한 영조와 사도세자의 관계를 통해 그 배경을 짚어봤다.
◇ 권력투쟁 한가운데서 대리전 치른 아버지와 아들
영화 '사도'에서 사도세자 역을 맡은 배우 유아인(사진=티져 예고편 캡쳐 화면)
한영우 교수는 "조선 19대 왕인 숙종 때는 환국정치라 해서 당파별로 무더기로 내보내고 받아들이고를 여러 차례 반복했다"며 "이때 정권을 잡은 당파는 상대편을 몰살했는데, 복수가 복수를 부르는 끊임없는 악순환이 계속된 것"이라고 시대적 배경을 전했다.
한 교수에 따르면, 이 과정에서 어느 한쪽으로도 치우치지 말아야 한다는 시대정신인 '탕평'의 중요성이 부각되는데, 숙종은 이를 실천하지 못하고 죽는다.
이어 장희빈의 아들 경종이 왕위에 오르면서 숙종 때 핍박 받던 소론과 남인이 집권하고, 이때 경종이 노론 사대신을 죽이면서 숙종대에 권력을 휘두르던 노론에 대한 보복이 이뤄진다.
그런데 경종이 몇 년 만에 돌연 세상을 뜬 뒤 노론이 밀던 영조가 왕이 된다. 노론에 포위된 영조는 초반에 소론을 내치기도 했지만, 30대에 접어들면서는 남인과 소론도 받아들여 탕평의 기틀을 닦는다.
그럼에도 노론의 권력은 막강했다. 개혁을 하려 해도 기득권 세력으로 결집한 노론의 벽에 막히기 일쑤였다. 영조의 아들이자 정조의 아버지인 사도세자의 비극적인 죽음도 이러한 정치적 맥락 안에서 벌어졌다는 것이 한 교수의 설명이다.
그는 "사도세자는 소론의 실용적인 노선을 따르는 게 나라에 유리하다고 봤는데, 그러한 사도세자를 보면서 노론은 그가 임금이 되면 위험하다고 여겼다"며 "노론은 끈임없이 사도세자를 정신병자로 몰아가면서 압박하고, 사도세자 역시 이에 격하게 행동했다. 영조 역시 자기를 왕으로 만들어 준 노론을 어찌 할 수 없는 상황에서 세자와의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결국 사도세자는 뒤주에 갖혀 8일 만에 죽음을 맞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