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민. (자료사진=KB손해보험)
KB손해보험은 지난 시즌이 끝난 뒤 팀을 확 바꿨다. 시즌 도중 감독대행을 맡았던 강성형 코치에게 지휘봉을 맡겼다. 팀 이름도 LIG손해보험에서 KB손해보험으로 바뀌었다. 최근 몇 시즌 동안 하위권에 머물렀던 팀 분위기를 전환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다.
무엇보다 가장 큰 변화는 바로 주전 세터의 교체다.
KB손해보험은 현대태피탈과 트레이드를 통해 베테랑 세터 권영민을 영입했다. 김요한과 외국인 선수로 이뤄진 좌우 쌍포를 보유하고도 성적이 나지 않았던 이유가 바로 세터 포지션에 대한 약점 때문이었다. 그랬던 KB손해보험이 권영민과 함께 한층 빨라진 배구를 선보였다.
외국인 선수가 뛰지 않는 컵대회인 만큼 속단하기는 이르지만, KB손해보험은 조별리그에서 대한항공, OK저축은행, 상무를 차례로 잡고 4강에 올랐다.
강성형 감독은 조별리그를 마친 뒤 "현대캐피탈에서 풀타임을 많이 뛰지 않아 체력적인 문제는 보이지만, 팀을 잘 이끌어가고 있다"면서 "세터인데다 선배로서 끌어가는 입장인데 선수들도 잘 따른다. 나도 '영민이형을 믿고 하라'고 강조하고 있다. 워낙 경험이 많은 선수"라고 말했다.
권영민의 가세로 KB손해보험의 배구도 빨라졌다. 특히 디그 후 이단 연결이 눈에 띄게 좋아졌다. 베테랑 권영민의 토스워크 덕분이다.
강성형 감독은 "권영민의 토스워크 덕분에 팀 색깔이 변했다. 빨라졌다"면서 "계속 권영민 이야기인데 덕분에 안 보이는 범실이 줄었다. 이단 연결에서 범실이 나오던 부분이 좋아지면서 안정감 있게 경기를 풀어가고 있다. 권영민을 살리기 위해 리시브만 잘 되면 된다"고 설명했다.
사실 프로 데뷔 후 줄곧 현대캐피탈에서만 뛰었던 권영민에게 트레이드는 충격이자 곧 기회였다.
권영민은 "현대캐피탈에서 12년 동앙 뛰었는데 다른 팀으로 옮긴다는 생각은 해 본 적이 없다"면서 "나에게는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한다. 감독님도 믿어주시고, 팀원들도 반겨줘서 잘 적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권영민은 15일 상무전에서도 코트 위의 리더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그동안 팀 리더가 없어 고민하던 KB손해보험도 위기 순간마다 집중력을 발휘했다. 특히 세트스코어 2-2로 맞선 5세트에서는 선수들을 불러 모은 뒤 "집중하라"고 강하게 독려하기도 했다.
팀 동료인 이강원은 "영민이형이 오면서 변한 점이 많다"면서 "집념과 승부욕 등이 더 강해졌다"고 강조했다.
어느덧 권영민도 우리나이로 서른여섯. V-리그에서도 손에 꼽히는 고참이다. 하지만 체력 이야기가 나오면 손사래를 친다. 아직 젊은 선수들과 겨룰 만하다는 자신감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