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16일 원세훈 전 국정원장 사건을 '증거능력 오인'으로 파기환송하며 꼽은 증거물 '425지논'과 '시큐리티' 파일은 국정원 직원 김모씨의 네이버 이메일 계정에 첨부됐던 텍스트(TXT) 파일이다.
이 파일에는 김씨가 사이버 활동을 하며 적어놓은 것으로 보이는 각종 정보가 나열돼 있다. 1심과 달리 2심은 파일들을 증거로 채택하고 원 전 원장이 선거운동을 지시했다고 판단했지만 대법원은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425지논'은 '4월25일 논지'라는 뜻으로 추정된다. A4용지 420여장 분량인 이 파일은 2012년 4월25일부터 그해 12월5일까지 매일 작성하며 원 전 원장이 내린 지시사항의 요점을 담은 것이다.
파일은 날짜와 '논지 해설', '금일 이슈 및 논지설명' 등의 제목하에 그날그날 트위터에서 어떤 이슈를 트윗할지를 정리해놨다. 또 여행·상품·건강 관련 정보나 유익한 영어표현, 직원들의 경조사 등 개인적인 정보도 포함됐다.
같은 계정에서 나온 '시큐리티' 파일은 영문자 'security'란 이름 앞에 's'가 붙은 A4용지 19장 분량의 텍스트 파일이다. 이 파일에는 김씨 자신이 쓴 트위터 계정 30개와 비밀번호가 기재돼 있다.
또 심리전단 다른 요원들의 이름 앞 두 글자와 이들이 쓰는 것으로 보이는 트위터 계정들도 나열돼 있다. 자신의 트위터 활동 내역과 함께 리트윗 할 우파 논객의 트위터 계정, 트위터 팔로워를 늘리는 방법도 적혀있다.
특히 시큐리티 파일에서는 트위터 계정 269개와 이를 기초로 하는 트윗덱 연결계정 422개가 나왔다. 2심은 이 계정이 요원들의 것이라고 판단, 요원들의 트윗 개수를 1심의 11만3천621회에서 27만4천800회로 넓혀 잡고 선거운동 혐의를 인정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 판단이 잘못됐다고 봤다. 심리전단 요원 김모씨가 이 파일들이 자신의 메일 계정에서 나온 것은 맞지만 파일을 작성한 사람은 누구인지 모르겠다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형사소송법 313조는 작성자의 진술이 없으면 증거로 쓸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다만 같은 법 315조2호는 금전출납부 등 '업무상 통상적인 문서'는 작성자의 인정 없이 증거로 쓸 수 있다고 예외규정을 뒀고 2심은 이 부분을 따랐다.
그러나 대법원은 "두 파일은 여행이나 경조사 일정 등 업무와 무관한 개인적 내용도 포함돼 있으며 그 양도 상당하다"고 "두 파일이 업무를 위한 목적으로 사용됐다고도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에 2심이 국정원의 정치관여 및 선거운동에 관여했는지를 판단할 때 기초 사실로 삼은 이 파일들이 증거능력을 잃으면서 원 전 원장에게 내려진 2심 판결은 결국 유지될 수 없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