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두리는 18년 전 프랑스월드컵 최종예선에서 최용수 감독이 실패한 광고판 세리머니를 K리그 올스타전에서 완벽하게 재연했다.(자료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세리머니는 감독보다 선수가 한 수 위였다.
1997년 9월 6일 잠실주경기장에서 열린 카자흐스탄과 1998년 프랑스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0-0의 균형이 계속된 전반 25분 최용수 감독은 헤딩으로 선제골을 넣고 멋지게 광고판 위로 올라서는 세리머니를 선보였다. 하지만 당시만 해도 경기장 광고판은 얇은 나무와 비닐 재질로 만들어져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휘어버렸다. 결국 최용수 감독은 공중에서 무게중심을 잃고 바닥으로 추락했다.
머쓱한 듯 광고판을 뛰어넘는 세리머니까지 선보인 최용수 감독은 풀 타임 활약했고, 2골을 더 넣어 해트트릭을 완성해 한국의 3-0 승리를 이끌었다.
18년 만에 최용수 감독의 광고판 세리머니가 재연됐다. 최용수 감독이 지도하는 FC서울의 소속선수인 차두리가 선수로서 마지막으로 출전하는 K리그 올스타전에서 비슷한 세리머니를 선보였다.
17일 경기도 안산 와스타디움에서 열린 K리그 올스타전. 차두리가 속한 ‘팀 최강희’는 전반 27분 레오나르도(전북)의 동점골로 1-1 균형을 맞췄다. 레오나르도는 현장에 있던 사진기자를 섭외해 단체사진을 찍는 세리머니를 선보였고, 선수들의 가장 뒤에 있던 차두리는 광고판을 딛고 올라가 당당히 자신의 얼굴을 내밀었다.
18년 전 최용수 감독의 세리머니와 같은 장면이었지만 차이가 있다면 최용수 감독은 중심을 잃고 추락했고, 차두리는 끝까지 중심을 잡고 세리머니를 마무리했다는 점. 물론 당시와 달리 최근 축구장 광고판이 LED 보드로 바뀌며 두꺼워지고 튼튼해진 것도 차두리의 세리머니가 성공할 수 있었던 비결이었다.
차두리의 세리머니를 정확하게 보지 못했다고 솔직하게 밝힌 최용수 감독은 “오늘 경기에서는 제대로 된 세리머니가 없었다. 요즘 선수들은 창의력이 떨어진다”고 지적하며 “역시 2012년 나의 발로텔리 세리머니가 최고였다”고 활짝 웃었다.
차두리 역시 이날 선보인 세리머니가 18년 전 최용수 감독을 의식한 것은 아니었다고 했다. 그저 팀이 골을 넣고 기쁜 마음에 즉흥적으로 광고판에 올라탔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