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지역에 폭염 관련 특보가 내려지는 등 찜통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런 무더위에 산악회나 조기축구회, 사이클 동호회 등에서는 회원들에게 나눠줄 소금을 준비하는 것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골프장 중에는 그늘집에 소금을 비치해둔 곳도 있다. 운동하느라 땀을 흘리고 난 뒤에 물과 함께 소금을 섭취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의 견해를 종합하면 이는 잘못이다. 땀을 많이 흘리면 물을 평소보다 많이 마셔야 한다. 피부에 소금기가 하얗게 낄 정도로 땀을 흘려도 소금을 별도로 섭취할 필요는 없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도 홈페이지에서 "더울 때 알약 형태의 소금을 섭취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정상적으로 식사하면 소금을 추가로 섭취할 필요가 없다"는 답을 내놨다.
아울러 무더위에 야외활동을 하다가 일사병, 열사병으로 쓰러지는 원인이 땀으로 소금이 너무 빠져나갔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이도 사실이 아니다.
평상시 땀으로 배출되는 소금은 하루 0.1~0.2g이다. 땀을 많이 흘리면 1~2g 이상 배출할 수도 있다.
한국인의 하루 소금 섭취량은 10g(나트륨 4천27㎎)으로 WHO(세계보건기구) 권고량의 2배가 넘는다. 이렇게 다량의 소금을 섭취하기 때문에 소금이 평소보다 많이 빠져나가도 일사병 등을 일으키지 않는다.
일사병은 인체가 무더위에 오래 노출됐을 때 체온 조절 기능이 정상 작동하지 않을 때 생기는 것으로 소금과는 무관하다. 소금을 추가로 섭취한다고 해도 일사병을 예방할 수 없다.
오래전 군 복무를 했던 사람들은 행군 때 물과 함께 소금을 먹었던 기억을 갖고 있다. 그래서 땀을 많이 흘리면 소금을 추가로 섭취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제 군인들은 여름에 행군이나 야외활동 때 소금을 가지고 다니면서 먹지 않는다.
그렇다면, 무더위와 상관없이 땀을 많이 흘리는 제철소 용광로 근로자들은 어떨까? 이들도 소금을 추가로 먹어야 할까?
마찬가지로 이 직업군의 사람들도 정상적인 식사를 한다면 소금을 추가로 섭취할 필요가 없다. 물만 충분히 섭취하면 된다.
물론 의학적으로 식사 외에 소금을 추가 섭취할 필요가 있는 경우가 있긴 하다. 이는 '부신'(副腎) 기능에 문제가 있는 사람 등에 한정될 정도로 극히 드물다.
김성권 싱겁게먹기실천연구회 이사(서울대 명예교수)는 28일 "여름에 골프, 축구, 등산 등을 할 때 소금을 먹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는 전혀 필요 없는 행동"이라며 "한국인은 평소 소금을 많이 먹는 만큼 추가로 섭취하는 소금이 건강을 해친다는 사실을 알고 하루빨리 이런 습관들부터 버리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