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컷뉴스의 '뒤끝작렬'은 CBS 기자들의 취재 뒷 얘기를 가감없이 풀어내는 공간입니다. 전방위적 사회감시와 성역없는 취재보도라는 '노컷뉴스'의 이름에 걸맞은 기사입니다. 때로는 방송에서는 다 담아내지 못한 따스한 감동이 '작렬'하는 기사가 되기도 할 것입니다. [편집자 주]
신격호 롯데그룹 창업주(가운데), 차남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왼쪽), 장남 신동주 전 일본롯데 부회장
롯데그룹 후계구도를 놓고 형제간에 벌이는 싸움이 점입가경이다.
사실 롯데의 이번 사태는 이미 지난 4월 일본에 있던 형 신동주 전 회장을 무장해제시키고 동생 신동빈 회장에게 힘을 실어줄 때부터 폭풍이 예고됐다.
그 전에도 간간이 형제간의 심상치 않은 갈등 기미가 없지 않았지만 이번에 제대로 폭발하기 전 사소한 예고편에 불과했다.
백수((白壽, 백(百)자에서 일(一)을 빼면 백(白)자가 되는 데에서 나온 말)를 바라보는 94세의 신격호 창업주(총괄회장)는 비록 휠체어에 의존하긴 했지만 아직 정정하다.
이같은 건재함이 이번 롯데사태의 향배에 어떻게 작용할 것인지 주목된다.
신 회장의 맏딸이자 두 형제 누이인 신영자 롯데복지재단 이사장도 어느 동생의 손을 들어주느냐에 따라 결판이 날 수 있기 때문에 '키맨'으로 무게가 실리고 있다.
하지만 이번 롯데 분쟁의 핵심은 두 형제의 관계에서 비롯됐다는 점에서 과거 현대그룹의 승계와 비교되기도 한다.
하지만 한마디로 굳이 표현하자면 '탐욕'이라는 단어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비난이 터져 나오고 있다.
누이 신영자 이사장과 어머니가 다른 두 형제는 나이도 한 살 터울에 불과하다.
사소한 다툼이 잦았겠지만 큰 일을 두고 형제가 먼저 회사의 이익을 취하고 그 다음 자신의 사적 이득을 도모하는 '선사후사(先社後私)'의 정신을 발휘했어야 마땅하다.
정선섭 재벌닷컴 대표는 "형이 경영하는 모습을 보고 본인이 더 잘할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우월감도 있었을 것이고 또 힘있는 자에게 사람이 몰리는 현상 때문에 재벌들에게 형제의 난이 되풀이된다"고 분석했다.
일단 봉합에 그친 롯데의 형제 간 갈등은 국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차원을 넘어 큰 실망감을 안겼다.
재벌그룹들은 규모가 크든 작든 그동안 경영권이나 상속재산 문제를 놓고 법적 소송까지 가는 막무가내식 싸움을 숱하게 보여 왔다.
이번 사태는 기업들이 이미지를 중시하고 최근에는 CSR(기업의 사회공헌)에도 힘을 쏟는가 하면 바람직한 기업문화 정착에도 공을 들이는 시대적 변화에 분명 역행하는 일이 아닐 수 없다.